사이버 보안이야말로 범국가적 사안
[보안뉴스 강현주 기자] 지난해 8월 14일 대통령실 브리핑 방송을 시청하다 적잖이 놀란적이 있다. 당시 중국 또는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해킹을 당한 사실이 일명 ‘프랙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에 퍼졌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은 “제가 정확한 정보가 없다. 국방부에 물으면 정확한 답을 줄 것”이라고 답변하는 장면에 보안 기자로서 맘이 편치 않았다.
행안부, 방첩사, 외교부 등 우리 기관들과 주요 기업들이 해킹 당한 이 사건을 당시 대통령실은 며칠이 지나도록 인지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점, 질문을 받고도 이는 특정 부처가 신경쓸 일이라고 인식하는 듯한 답변에 보안 매체로서 나라가 걱정됐던 것은 이상한일이 아닐 것이다.

▲송기호 국가안보실 3차장이 제15회 정보보호의 날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출처: 과기정통부]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 7월 8일 제15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독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어김없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대통령의 기념식 불참이 곧 정보보호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정보보호의 날과 같은 ‘법정 기념일’은 100여개다. 대통령이 365일 중 100여일을 기념식 참석에 쓰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지난해 8월과는 달리 지금의 대통령실은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믿는다. 일련의 대형 해킹 사고들, ‘미토스 충격’으로 부각된 AI 위협에 범부처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이뤄져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대통령 보고때 이재명 대통령이 해킹 관련 정책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더구나 올해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 날짜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겹쳤다. 행사 불참만으로 꼭 대통령이 정보보호의 날을 소홀히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 불참에 대해 보안인들이 아쉬운 마음을 갖는 것 역시 타당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참석해 온 주요 법정 기념일 기념식들을 살펴보면 무역의 날, 중소기업인대회, 바다의 날, 서해수호의 날, 어린이날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경우 바다의 날, 서해수호의 날, 어린이날 행사 등에 참석했으며, 작년 7월에는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올해의 경우 정보보호의 날과 마찬가지로 해외순방 일정과 겹쳐 방위산업의 날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일 행사 다수가 주로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범국민적, 범산업적 테마의 날이라는 공통점으로 추려진다.
정보보호야말로 특정 산업이나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는 범산업적이며 개인, 기관,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범국민적 테마가 아닐 수 없다. 그 기념식 행사에 대통령 참석이 전혀 이상할게 없다는 얘기다.
정부 기관뿐 아니라 특정 기업 하나의 정보 유출도 국민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고 나라의 산업 기밀 유출로 이어진다는 건 설명이 필요없다. 더욱이 AI로 인한 사이버 위협이 고조되고, 잇따른 대형 해킹 사고가 계속되며 경각심이 높아진 지금이다.
앞서 정부해킹 당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비교적 낮은 관심도, 그리고 ‘국방부에 물으라’며 보안을 특정 분야에 국한하는 인식을 엿보인 히스토리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순방처럼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우리 정부는 행여 ‘사이버 보안은 범국민, 범산업적 사안’이라는 인식이 충분치 않은건지 묘한 불안감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불참을 서운해 하는 보안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대통령의 발걸음은 그 자체로 정책 개선과 투자 활성화, 국민 관심을 촉구하는 큰 메시지가 된다. 정보보호는 보안 분야 종사자들만의 것이 아닌 국민적 사안인만큼, 대통령의 발걸음이 어색할 게 없다.
정부가 대한민국 AI 3강 도약의 전제가 되는 정보보호의 의미를 보안인들과, 아니 국민들과 함께 되새겨주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우리 대통령이 제16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을 빛내주길 기대해본다.
[강현주 기자(jjo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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