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항공보안 패러다임의 변화와 보안요원 역량강화’ 주제로 미래항공보안포럼 개최
[보안뉴스=박재완 (사)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회장] 지난해 1월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을 준비하던 한 여객기에서 불이 났다.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이 전원 탈출했지만, 기체는 사실상 전소됐다.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테러범의 급조폭발물이 아니라, 우리가 편하고 쉽게 사용하는 보조배터리였다.

[출처: gettyimagesbank]
이 한 장면은 오늘날 항공보안이 마주한 현실을 압축해 보여준다. 항공 안전의 위협은 더 이상 검색대 앞에만 줄 서 있지 않다. 오랫동안 항공보안의 임무는 검색대에서 폭발물과 칼 등 위해물품을 찾아내고, 허가받지 않은 자의 보호구역 출입을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공항 상공에는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나 운항을 마비시키고, 공항을 움직이는 운영 시스템은 고도화된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된다. 승객의 보조배터리는 우발적 화재를 넘어, 간단한 외부 충격이나 인위적 조작을 통해 테러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검색대 이전의 체크인 카운터와 대합실, 주차장 같은 일반구역도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떠올랐고, 외부 세력에 포섭된 내부 종사자가 보안의 빈틈이 될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 위협은 평면에서 입체로, 물리 공간에서 가상 공간으로, 전방위에 걸쳐 진화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우려가 아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역시 무인기 악용과 내부자 위협, 사이버 취약성을 현대 항공보안의 핵심 위험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4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확인한 기내 보조배터리 발화·과열 사고는 89건으로 역대 최다였으며, 지난해 하반기 유럽의 코펜하겐·뮌헨·브뤼셀 등 주요 공항은 불법 드론 출현으로 잇따라 운항을 멈췄다.
우리 정부도 김해공항 사고 직후 기내 보조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했다. 위협의 다변화는 이미 증명된 현실이다. 문제는 위협이 이토록 빠르게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대응 체계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다. 냉정히 말해, 현장의 대비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는 현장을 지키는 보안요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검색대 시대에 맞춰진 교육과 제도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드론이 뜨고 운영 시스템이 멈추고 곁의 동료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여도, 이를 복합 위협으로 인지하고 유관기관과 함께 즉각 초동 대응하도록 훈련받을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새로운 위협의 무게가 고스란히 현장에 전가된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답을 주로 ‘장비’에서 찾았다. 더 정밀한 검색기와 촘촘하고 고도화한 폐쇄회로(CC)TV, 강력한 안티드론 체계를 앞다투어 도입했다. 물론 필요한 투자지만, 장비가 울리는 경보의 이면을 해석하고, 규정집에 없는 낯선 상황 앞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가장 정교한 시스템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역량을 넘어설 수 없다. 항공보안의 마지막 방어선은 언제나 현장의 사람이었기에 결국 답도 사람에게 있다. 이제는 보안인력을 단순한 규정 집행자가 아니라 위험을 다각도로 인지하고 관리하는 보안 전문가로 다시 세워야 한다.
보안요원이 드론과 내부자 위협, 사이버 공격의 징후, 위험물 사고를 식별하고 초동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신종 위협에 맞춘 실전형 모의훈련, 승객과 종사자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행동탐지 역량 강화, 최신 위협 상황을 반영한 직무교육이 그 출발점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와 국가정보원, 경찰, 공항공사 등 유관기관의 유기적 공조와 통합적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ICAO를 비롯한 선진 항공보안 체계가 보안문화와 교육·훈련을 갈수록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안전 투자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는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2026 항공보안주간’과 연계해 9일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미래항공보안포럼을 연다. 올해의 화두는 ‘항공보안 패러다임의 변화와 보안요원 역량강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보·수사기관, 공항공사, 학계와 현장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위협의 실체를 진단하고, 현장의 대응 역량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한다.
이 자리에서 다듬어질 제언들이 국가 항공보안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늘길의 안전은 첨단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역량에서 결정된다. 위협은 이미 검색대 너머 3차원 공간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순간, 항공보안의 미래도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글_박재완 (사)대한민국항공보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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