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보안이 필수로 자리를 잡아가면 잡아갈수록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각종 기술들에 당연한 요소로서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CES 2025 기간 동안에도 ‘보안 기능’을 노골적으로 전시한 회사는 없다시피했다. 대신 주요 글로벌 업체와 보안 업체와의 파트너십, 보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 성과, 급변하는 산업 분야 내 핵심 플레이어들의 전시회 참석 혹은 불참 결정 등을 통해 보안의 현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인텔과 HP, 보안 업체와의 파트너십 다져
1월 7일 칩셋 제조사인 인텔(Intel)은 보안 업체 트렌드마이크로(Trend Micro)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각종 사이버 위협들 중 사회 기반 시설을 겨냥한 ‘스텔스’ 특성 위협들을 손잡고 잡아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스텔스 특성을 가진 위협들에는 파일레스 멀웨어와 고급 랜섬웨어 등이 있다. 칼라 로드리게즈(Carla Rodriguez) 인텔 부사장은 “엔드포인트를 노리는 공격자들의 수법이 갈수록 고급화 돼간다”며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보안 도구들을 회피하는 확률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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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마이크로의 위협 탐지 기술을 인텔의 하드웨어 가속 탐지 기술과 결합할 경우 은밀히 침투하는 위협들을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두 회사는 기대감을 표했다. 인텔의 최첨단 칩셋들과 트렌드마이크로의 최신 인공지능 기반 보안 솔루션의 시너지는 차기 인텔 인공지능 PC들에서부터 선뵐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HP 역시 사이버 보안 전문 업체 앱솔루트시큐리티(Absolute Security)와 손을 잡고 CES 2025에 신규 노트북을 출품했다. 이 파트너십은 인텔과 트렌드마이크로 간 그것보다 훨씬 ‘실질적’이었다. HP 인공지능 PC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앱솔루트시큐리티의 구독형 보안 솔루션인 앱솔루트홈앤오피스(Absolute Home & Office)의 1년 구독권을 50% 할인해준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무엘 창(Samuel Chang) HP 수석 부사장은 “사용자들이 인터넷 연결을 유지해야만 하는 시대에 훌륭한 인공지능 PC 경험이라는 것에는 ‘안전’도 포함된다”며 “앱솔루트와의 협업을 통해 HP는 사용자들의 마음에 안정감을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앱솔루트시큐리티의 보안 솔루션은 전 세계 6억 대 이상 엔드포인트 장비 내 펌웨어에 설치되어 있다. 주요 PC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이 미리부터 체결되어 있었던 것이고, 그 중에는 HP도 있었다. CES를 통해 두 회사 간에 파트너십이 새롭게 체결된 건 아니지만 절반의 할인가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와 양자 업계,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아웅다웅
보안 업계에 가장 큰 위기를 가져다줄 신기술은 양자컴퓨터다. 현존하는 암호들을 순식간에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ES 2025 기조 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양자컴퓨터들은 15~30년 뒤에나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IT 업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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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표 직후 주요 양자컴퓨터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아이온큐(IonQ)는 18%, 리게티컴퓨팅(Rigetti Computing)이 28%, 퀀텀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32%, 디웨이브퀀텀(D-Wave Quantum)이 31% 씩의 하락을 경험했다. 엔비디아 스스로도 3.8%의 주가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양자컴퓨터 기술에 대한 비관론이 득세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리차드 머레이(Richard Murray) 오카컴퓨팅(Orca Computing) CEO는 IOT월드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젠슨 황은 지금 PC들처럼 안정적으로, 특별한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양자컴퓨터 분야는 상용화 직전에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라고 해석했다.
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는 CES 2025를 통해 퀀텀월드콩그레스(Quantum World Congress)에 대한 신규 투자 결정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양자컴퓨터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글로벌 컨퍼런스인 퀀텀월드콩그레스를 통해 미래의 양자 기술을 만들어가는 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과학자나 특별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기술로서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대거 불참과 마이크로소프트
이번 CES 행사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빈 자리’이기도 했다. 먼저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빠졌다. 하지만 애플은 10여년 전부터 CES와 같은 ‘물리 공간을 차지하는 행사’에 투자하지 않아 왔기에 이는 그리 새로울 게 없었다. 오히려 허전함을 느끼게 한 건 자동차 제조사들이었다. 첫 손에 꼽힐 만한 회사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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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새롭게 떠오르는 전기 자동차 전문 업체들과, 자동차 산업에서 활동하는 여러 서드파티 IT 업체들이 나와 차세대 자동차들에 탑재될 기술들을 선보이기는 했다. 자동차 산업이 IT 기술 없이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그 중요한 IT 업체들 중에 마이크로소프트도 있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고,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 애저(Azure) 클라우드 플랫폼이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동차 업체들을 위한 새로운 애저 도구들을 공개했다.
그 도구들 중에 정식으로 ‘보안’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은 없었지만, 애저 자체에 여러 보안 기능들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만이 아니라 공공 클라우드 업체들 모두가 보안 기능과 도구를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또한 애저 디지털 트윈 기능이 있어 자동차 제조사들이 각 부품과 펌웨어, 소프트웨어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조했다.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장에서 폭스바겐, GM, 포드 등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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