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 트레이시 말리프 회장, 셰르파인텔리전스]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어 2024년은 획기적인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아프리카지급결젯스템(Pan-African Payment and Settlement System)이 슬슬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수천만 인구가 투표에 나서며, 이탈리아, 한국, 인도 등의 국가들과의 회담 및 컨퍼런스 일정이 잡혀 있기도 하다. 예전부터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쳐왔던 브릭스(BRICS)도 건재하며, 세력을 확장하는 중이다. 이 모든 큰 흐름들이 아프리카인 개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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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보안의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생체 인증이며 다른 하나는 허위 정보 유포 캠페인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2024년 어떤 식으로 아프리카인들에게 영향을 줄지 조금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기로 하자.
생체 인증 기술의 보편화
아프리카 대륙에서 생체 인증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건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UN은 이미 2021년부터 “아프리카에 생체 인증 기술이 확산되고 있음을 반긴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3년이 흘렀고, 그 동안 생체 인증 기술은 꾸준히 퍼지고 도입됐다. 물론 모든 일이 순적하게 이뤄진 건 아니다. 신원 인증과 관련된 보안 사고들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디지털 신원 확인 전문 기업인 스마일ID(Smile ID)가 발표한 ‘2024 아프리카 디지털 ID 사기 보고서’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신원 사기 사건의 80%는 국가가 발급한 신원 관련 증명서 및 문건과 관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개인 신용 조회 회사인 컴퓨스캔(Compuscan)은 신원 도용 때문에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에 연간 5천만~8천만 달러의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2024년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날 일을 예상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우간다의 통신위원회는 2023년 11월부터 생체 정보를 사용해 등록하지 않은 심카드는 전부 비활성화시켰다. 훔친 심카드나 신원 문건을 통한 사기 사건이 너무나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고유의 생체 정보로만 심카드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슷한 결정이 가나, 모잠비크, 탄자니아에서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 나미비아 역시 2023년 1월 1일부터 생체 인증 기반 ID 심카드를 도입했으나 국민들이 모바일 통신 기업들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단된 상황이다. 나미비아의 통신 기업들은 국영 회사들이고, 국민들은 이 회사들이 디지털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안은 2024년에도 지지부진 끌릴 것으로 보인다.
3) 에티오피아에서 인도주의적 구호 물자 도난 사건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어 관련 미국 기관이 구호 작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냥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생체 인증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완성될 경우 에티오피아에도 생체 인증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할 것이다.
4) 짐바브웨는 현재 입국 심사 담당자들을 생체 인증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올해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국민들 사이에 생체 인증을 정부가 이런 식으로 수거해 가서 남용하거나 대국민 감시 체제를 발동할 것이라는 염려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법이 빠르게 제정되는 중인데 현재 54개 아프리카 국가들 중 36개국이 데이터 보호법을 현재 갖춰둔 상황이다. 나미비아 국민들이 아직 국영 기업들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 정보, 허위 정보, 악성 정보
아프리카도 가짜 정보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 내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4억 명에 달하는데, 이 인구가 깨끗한 정보만 주고받을 수가 없다. 오히려 어떤 정보라도 빠르게 확대 재생산돼 퍼질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다. 이를 허위 정보 유포자들도 이미 알아챈 상황이고,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가짜 정보가 점점 광범위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올해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가짜뉴스 관련 소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는 젊은 인구가 넘쳐나는 대륙이다. 생각보다 디지털 기술도 잘 발달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들에 늘 목 마르며,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겨 소비한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가짜뉴스에 매우 취약하다. 취약하다는 건, 가짜뉴스가 빠르게도 퍼지고 광범위하게도 퍼지지만, 그 파괴력 또한 굉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국제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는 대륙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누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느냐 시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도 덩달아 아프리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여론을 휘잡으려는 시도들도 물밑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중이다. 가짜뉴스의 씨앗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먼 대륙, 미지의 대륙이긴 하지만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가짜뉴스를 잘 걸러낼 수 있도록 돕는 건 국제 관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며, 아프리카에 거주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탄생하고 있는 정보 보안 조직들은 대부분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2024년은 여러 모로 혼란스러운 해가 될 전망이다.
글 : 트레이시 말리프(Tracy Z. Maleeff), 회장, Sherpa Intelligence LLC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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