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필자는 매일 아침 어르신 여러 분들과 산책을 한다. 어르신들은 필자가 컴퓨터를 ‘조금 안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곤 하신다. 물론 필자가 컴퓨터를 ‘조금 안다’라는 문장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만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어르신들의 현황’에 있으므로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필자는 그러한 대화를 통해 어르신들이 사이버 범죄와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미지 = utoimage]
미국 시민들을 기준으로, 매년 사이버 범죄와 사기로 사람들이 잃는 돈은 경악스러울 수준이다. FBI의 인터넷 범죄 신고 센터가 2017년부터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피해자들을 연령별로 나누면,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가장 많은 돈을 잃은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연령과 비교해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신고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고령자들의 경우 사기에 당했을 때 신고하는 것을 꺼린다. 나이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주변의 시선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을 빌미로 가족 중 누군가가 자기의 지갑을 제어하려고 할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상당수다.
어르신들은 삶의 대부분을 컴퓨터 없이 살아오셨다. 따라서 어떻게 해야 컴퓨터 사기를 알아채고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패치니 업데이트니 보안 수칙과 같은 말들은 이들에게 외국어만큼 생소하다. 그런데다가 젊었던 시절 일해 둔 것이 있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부유한 편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이버 공격자들이 노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보안 교육의 필요성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FBI의 경우 지역 사법 기관들과 협력하여 노인 대상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보안 교육 기관 중 하나인 EC-카운슬(EC-Council)은 “이제 자녀 세대가 부모님들을 교육으로서 도와드려야 할 때”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으며,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부모 보안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신이 컴퓨터로 일하는 직업을 가진 것이 알려진다면 가족이나 이웃 중 누군가 ‘컴퓨터 좀 봐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한두 번쯤 있을 텐데, 그 때를 기회로 삼으면 된다. ‘이모, 다음부터는 인터넷 하실 때 이런 저런 걸 기억해 두시면 좋아요’라고 지나가면서 한 마디만 해드려도 된다. 보안 정식 코스를 수료시키라는 게 아니다. 업계의 모든 전문가들이 각자의 가족들에게 한두 가지 팁만 제공해도 변화는 일어날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사랑하는 부모님들과 다른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1) 어르신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피싱 이메일을 받으신다. 사기꾼들의 전화도 상당히 많다. 그러니 낯선 이들에 대해 무조건 의심하고 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누군가와 생전 처음 통화를 하거나, 낯선 이의 이메일을 받는 상황이 전부 포함되는 것이라는 것도 알려드려야 한다.
대화 예시는 다음과 같다. “이모, 전화를 받았는데 은행이라고 하면 생각도 하지 말고 끊으세요. 그리고 은행 전화번호를 찾아내셔서 다시 전화를 거세요. 정말 은행에서 전화를 한 거라면, 대응을 해 줄 겁니다. 누가 이모 이메일 계정을 훔쳐갔다고 경고 메일을 받으셨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그럴 때 메일에 직접 접속해 로그인 해 보세요.”
2) 다중인증에 대해 최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같이 설정을 해봄으로써 습관처럼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이왕 하시겠다고 하면 문자를 기반으로 한 다중인증보다 인증 앱을 통한 다중인증이 이상적이다. 물론 앱 사용이 너무 어렵다고 하신다면, 문자 기반 인증도 나쁘지 않다.
3) 이 부분은 좀 까다로울 수 있는데, 똑같은 비밀번호를 여러 곳에 사용하시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사이트 침해 사고는 빈번히 발생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똑같이 사용한다는 건 사실 온라인 은행 계좌나 이메일 계정을 공공재로서 열어두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걸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마 기억하기 어렵다고 하실 텐데, 그럴 땐 짧은 문장을 사용하실 것을 권장해보라. 기억하기 쉬운 문장을 어르신들과 같이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사이버 범죄자들은 치사하게도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지만 비교적 부유한 우리의 어르신들을 끊임없이 노리고 있다. 우리의 부모님과 삼촌, 이모, 숙모들이 누군가의 범행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을 우리를 보호하시느라 애쓰셨던 이들을, 이제 우리가 보호해야 할 차례다.
글 : 몰리 더지(Molly Dodge), i2m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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