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기관 보안정책 압박, 뭘 해도 국정원 ‘눈치’
우리나라 보안시장은 IT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대받고 있는 상황이 수년 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업계는 매년 새로운 솔루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보안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구조가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보안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공공기관 및 보안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과 구조 사이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지나친 간섭이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까다로운 규제와 협조체계가 이뤄지지 않아 벽에 부딪히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보안과 관련된 일련의 사업 역시 국정원이 뿌리 깊게 개입돼 있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하는 보안 정책에도 국정원의 간섭은 여전하다. 국정원 산하기관 역시 덩달아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한 산하기관은 정부의 협조요청에도 ‘상부 지시가 있을 때 까지 기다려라’, ‘협조에 응할 수 없다’는 고 자세로 일관에 정부 관계자의 눈총을 샀다.
보안관련 공공기관은 더 하다. 한 보안 전문기관의 경우 소속은 정부 부처로 돼 있지만 국정원에 업무보고가 들어가는 등 산하기관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련의 사업이나 연구보고서 등도 검토대상에 들어간다”고 귀 띔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정책에도 이같은 간섭이 만연한데 민간기업은 아예 국정원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주최하는 정보보호 관련 세미나와 행사에는 국내 보안 기업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 2일 국정원에서 주최한 정보보호제품 인증 설명회에도 기업과 정부 관계자 등 300명 가까이 참석해 향후 보안 인증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국정원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보안기업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기업의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참석하라는 방침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정원 직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 위한 하나의 영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국가정보원이 정부의 보안 정책에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는 식의 입장을 나타내면 어떻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보안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정원에서 이를 전부 총괄할 수 있는지, 역할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배군득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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