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이영수 씨프로 대표이사]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CCTV의 감시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우리의 일상은 CCTV에 의해 감시 받고 있으며, CCTV는 필수 불가결한 사회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CCTV 영상은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아 처벌하는데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등 기술의 발전으로 CCTV는 나날이 똑똑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 곳곳에 설치된 CCTV가 과연 적절하게 설치됐는지, 도시 미관에 어울리는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사진=iclikart]
하나의 폴에 여러 대의 CCTV가 복잡하게 설치된 모습은 대한민국 도심 한복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폴에 감시하고자 하는 방향을 돌아가며 줌으로 집중 촬영을 하고 PTZ 카메라 외에 이와 다른 방향을 보기 위해 각각 방향마다 다른 형태의 CCTV가 설치돼 있는 모습은 흔하다.
30년 이상을 CCTV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을 해온 탓인지 직업병처럼 어디를 가도 CCTV를 찾아보게 된다. 설치는 적절한지 주변과 조화로운 제품인지 누군가의 조작이 필요한 PTZ를 설치했는지 등등을 늘 주의 깊게 관찰한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폴에 이렇게 CCTV가 많이 설치된 곳을 본 적이 없다.
요즘은 한일 관계가 경색돼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얼마 전 방문했던 일본 황궁 건너편에 번화한 도심에도 CCTV가 많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한 곳에 여러 대의 CCTV를 복잡하게 설치하지는 않았다. 도시 감시를 위한 CCTV는 대부분 건물에 설치돼 있었고, 건물 외관과 어울리도록 CCTV의 컬러도 색을 맞췄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좀 다르다. CCTV의 쓰임이나 장소를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는 좁고 천정이 낮은 편이므로 납작한 CCTV가 적당한데, 투박한 형태의 CCTV가 달린 엘리베이터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의 90% 이상은 도심에 설치돼 있을 것이다. 도심은 야간에도 조명이 많아 한밤중에도 칠흑같이 어둡지 않은데도 1/2인치 센서 혹은 1/1.8인치 센서를 사용한 제품이 설치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1/3인치 혹은 1/2.8인치 센서보다 최소 2배에서 4배 정도 가격이 비싼데다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해서 제조하는 고가의 카메라가 필요치 않은 곳에 설치되는 것이다.
이것이 대일 무역 역조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CCTV는 사용 목적에 맞고 도시미관과 조화로운 제품과 기술이 사용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1~2년만 지나도 비싼 유지보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PTZ 카메라를 설치할 때는 적절한 선택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
이 업계에 몸담아 온 30여년동안 정말 많은 기술 발전이 있었다. 1/3인치 센서 하나만 보더라도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 능력은 사람의 눈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밀림 같은 암흑 상황에서나 사용할 1/2인치 센서를 도시 감시에 사용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비용을 낭비하는 것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
[글_ 이영수 씨프로 대표이사(yslee@cpro-cam.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