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서울의 스마트시티 모델 배우기 위해 적극 나서
지난 3월 세계보안엑스포(SECON)에서의 미팅, 실질적 교류로 이어져
[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스페인 나바라 대학교의 경영대학원인 IESE 비즈니스 스쿨은 해마다 세계의 도시를 평가해 스마트시티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순위는 경제와 환경, 거버넌스, 인적자원, 규제, 이동성과 교통, 공공관리, 사회적 응집력, 기술 및 도시계획 등 도시생활을 10가지 항목으로 분석해 산정한 CIMI(Cities In Motion index) 지수로 매긴다.
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위는 미국 뉴욕, 2위는 영국 런던, 3위는 프랑스 파리가 차지했다. 이어 일본 도쿄가 4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가 5위, 싱가포르 싱가포르가 6위에 올랐으며 대한민국 서울은 7위를 차지했다.
▲세계 스마트시티 순위[자료=IESE Business School]
미국은 1위 뉴욕을 비롯해 시카고(14위), LA(17위), 워싱턴(20위), 보스톤(21위), 샌프란시스코(27위) 등 다수의 도시가 상위랭크를 차지했지만 유럽 등 타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분야를 제외하고 스마트시티 추진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9월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계획 발표를 기점으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스마트시티 리딩 국가로 성장했다.
유럽은 2위를 차지한 영국 런던과 3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13위 덴마크 코펜하겐, 26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이 리딩 스마트시티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3년부터 시정부가 노후된 바르셀로나 지구를 재개발하면서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조명, 스마트 에너지, 탄소저감형 냉난방, 스마트 교통, 전기자동차, 정부개방, 스마트 쓰레기 처리 등 다양한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시범 운영하며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센룽 총리의 주도로 ‘스마트네이션 프로그램 오피스’를 설치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다.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담당관을 지정해 정부 내 업무 분장과 상관없이 스마트시티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오픈 데이터를 도입하고 시스코 등 다국적 민간 기업과 비영리단체, 대학 등과 협업 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9위 홍콩을 비롯해 상하이(57위), 베이징(78위), 광저우(109위), 션전(115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 500개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2014년 10월 각 부처 25개 위원회를 참가시켜 총 사업비 1조위안(약 182조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서울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
대한민국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모빌리티&교통과 사회적 일체성이다. 서울시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세계 스마트시티 146위)에 지능형교통체계(ITS)를 비롯해, 초고속 자가정보통신망, 공공와이파이, 지능형 사이버 보안, CCTV 통합관제센터 등 서울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소개했다.
▲서울의 CIMI 분석[자료=IESE Business School]
서울시와 필리핀 마닐라시의 인연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SECON & eGISEC(세계보안엑스포 & 전자정부 정보보호 솔루션 페어) 2018’을 방문한 필리핀 대통령 직속관청인 마닐라 개발청(MMDA)의 다닐로 림(Danilo Lim) 청장을 포함한 대표단이 서울시와 ‘스마트시티 추진현황과 구현사례, 그리고 향후 협력방안’을 주제로 미팅을 진행했다.
필리핀이 서울형 스마트시티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역의 상황이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닐라의 인구는 1,200만명으로 서울 인구 1,000만명과 규모가 비슷하다. 또한, 마닐라는 25개 구로 구성된 서울과 비슷하게 12개의 시와 5개의 자치시 등 총 17개(칼루칸, 마카티, 만달루용, 마닐라, 파사이, 파시그, 케손, 문틴루파, 라스피냐스, 마리키나, 파라냐케, 발렌수엘라, 말라본, 타구익, 나보타스, 파테로스, 산후안)의 시로 구성돼 있다.
마닐라 개발청의 초청으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마닐라시를 방문한 김완집 서울시 정보통신보안담당관은 마닐라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필리핀 마닐라 파시그시와 마카티시의 CCTV 관제센터를 방문한 김완집 서울시 정보통신보안 담당관[사진=서울시]
“마닐라시가 서울시에 가장 부러워하는 시스템은 교통관제였습니다. 마닐라는 다른 동남아시아에 비해 자동차가 많은 편입니다. 또, 오토바이를 개조한 지프니도 많죠. 이로 인해 교통정체가 심하고 굉장히 복잡합니다.”
문제는 마닐라의 17개 시 중 파시그시와 마카티시만 CCTV 관제센터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각 시에 부여된 자치권으로 인해 시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2개 시의 교통흐름을 잡는다 해도 나머지 15개 시는 여전히 복잡한 도로 사정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김 담당관은 마닐라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선결과제로 ‘통신망’을 꼽았다.
“파시그시와 마카티시의 CCTV 관제센터는 생각보다 훌륭했습니다. CCTV 역시 200만 화소 이상이어서 사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와 다르게 LTE 무선망을 이용하다 보니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이 높아지면 화질과 전송속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유선이든 무선이든 관제만을 위한 통신 품질을 보유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CTV를 통해 교통량을 조절하고 관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와 달리 경찰과 소방 그리고 시 등과의 연계성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도 지적했다.
“마닐라의 CCTV 관제센터는 교통상황만 파악하는 수준입니다. 교통의 흐름에 따른 신호등 제어도 복잡한 현장에 직접 출동해서 작동하는 경우가 있고, 사고 발생 시에도 관제요원이 전화로 통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공공장소의 무료 와이파이 구축과 정보 격차 해소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시티의 구현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합니다. 마닐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특징은 휴대전화는 있지만 대부분 집에는 인터넷이나 PC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무료 와이파이가 구축되지 않아 정보의 교류나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 것입니다. 스마트시티하면 첨단의 기술을 떠올리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으려면 시스템의 구축이 함께 진행돼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번 방문을 통해 마닐라의 17개 시장이 협의를 진행함으로써 단순 정책에서 벗어나 실무적인 이야기가 이뤄져 다양한 지원을 펼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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