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에 놀랐던 독일 국민들, 자기 정부 행위에 두 번 놀라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독일의 지방재판소가 “독일 첩보 기관은 베를린 연방 정부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주요 인터넷 허브들을 모니터링할 권한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 수요일 독일 최대의 인터넷 연동 기관인 디킥스(De-Cix)가 독일의 연방정보부인 BND를 상대로 건 소송에서 나온 결과다.

[이미지 = iclickart]
디킥스는 “BND가 독일 내부에서 일어나는 통신과 국제적인 데이터를 캡처링 함으로써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법원으로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정부는 첩보 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연방 내무부 장관은 전략적인 통신 검열을 BND에 요청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킥스는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연동 서비스로, 트래픽이 최고에 달했을 땐 1초에 6 테라바이트까지 처리한다고 한다. 디킥스 매니지먼트 GmbH(De-Cix Management GmbH)는 유럽의 인터넷 산업 기구인 에코 어소시에이션(eco Association)이 소유하고 있다. BND를 관리하는 내무부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한 것도 바로 이 기구다.
BND는 미국 NSA와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 기구로, 데이터를 나르는 광섬유 케이블에 이른바 Y피스 프리즘(Y-piece prism)을 심었다고 한다. Y피스 프리즘은 데이터 흐름의 완벽한 복사본을 제공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정 검색어를 이용하게 되면, 이메일 등을 포함한 디지털 통신을 꼼꼼하게 검사할 수 있게 해준다.
디킥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독일 정부가 데이터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잃게 되면 다양한 범죄활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이번 법원의 판결 또한 그 점을 우려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통신 도청에 대하여 ‘독일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BND의 행위를 보호해주겠다는 의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킥스는 여기서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다. “이 사건을 지방 법원이 아니라 연방 헌법재판소로 올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킥스의 손을 들어주는 활동가 및 단체들은 “인터넷 검색 기록, 스트리밍 되는 동영상. 이메일, 채팅 기록이 하루에도 대량으로 발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혹은 ‘필요에 의해서만’ 독일인들의 통신만을 걸러내고 조사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지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NSA의 도청 및 검열 행태를 고발했을 때 분노를 대대적으로 표출한 국가다. 특히 NSA가 메르켈 총리의 모바일폰도 도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소식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메르켈 총리 자신도 반복적으로 “친구 사이에 도청은 성립할 수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도청과 검열이 심했던 공산주의 체제 하 동독에서 자란 인물이다.
독일을 비롯한 해외 외신들은 NSA 도청의 피해 국가로 비춰졌던 독일 정부도 NSA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전한다. 또한 법원이 그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에도 많이 놀라고 있다고 한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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