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핸드폰, 감시와 해킹에 취약할 수 있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보안 담당자로서 관리해야 하는 조직 구성원이 ‘너무 불편하고 귀찮아서’ 보안 장치를 줘도 쓰지 않고, 설치해줘도 꺼놓는 것처럼 실망스럽고 한탄스러운 일이 없다. 그런데 이 구성원이 하필 한 나라의 대통령쯤 되는 사람이라면, 나라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런데 이 일이 최근 사실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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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블랙베리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었는데, 대통령으로 있으면서는 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데에 큰 제한이 걸렸었다. 전 국무부 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개인 스마트 장비를 사용해 공무를 처리한 것이 드러나 선거에서 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떨까?
현재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 장비는 최소 두 대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전화를 목적으로 한 장비고, 다른 하나는 트위터 및 뉴스 검색 등을 위한 것이라고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가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정부 기관 근무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전화기용 휴대폰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려 있으며, 감시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트위터용 폰은 자주 교체되지 않는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보안 팀의 요구로 전화기를 한 달에 한 번씩 바꿨다.
백악관 측은 백안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영내에서는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2017년 발표한 바 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초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라는 기자가 인터뷰를 녹음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책을 펴냈는데, 그제야 백악관은 개인 휴대폰을 금지시켰다.
당시 백악관의 대변인인 사라 샌더스(Sarah Sanders)는 “백악관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 시스템의 보안과 무결성 유지를 위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웨스트 윙(백악관 서관)에서의 개인 장비 소지를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전부터도 정부가 주요 보직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제공하는 핸드폰이 훨씬 안전하다는 걸 인지했던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John Kelly) 역시 처음부터 개인 장비 반입 금지 제도를 지지했었다. 실제적인 정책 도입이나 제도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켈리의 스마트폰이 외국 세력으로 보이는 공격 집단에게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비밀경호국은 개인 장비 반입을 강력하고 엄격하게 금지시키기 시작했다. 지지자가 몸소 해킹을 당하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꼴이 된 것.
당시 비밀경호국이 도입했던 정책은 다음과 같다. “백악관 내에서 사용할 기기라면 보안 장치가 완전히 설치된 기기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자물쇠가 달린 케이스에 넣어서 보관하거나 백악관 건물에 입장하기 전에 전원을 완전히 꺼야 한다.”
한편 켈리 비서실장의 핸드폰은 2016년 12월부터 해킹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에서 나온 휴대폰을 즐겨 사용해왔던 그인지라 이 해킹 사건은 더 충격적이기도 한데, 해당 사건 이후 개인 장비들도 전부 바꿨다고 전해진다.
각종 정상 회담을 앞둔 북한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통한 정보 수집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통령 및 주요 정부 요원들이 장비 점검과 청와대 내 장비 관리 정책도 검토해봐야 할 때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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