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금융권, 한국도 금융권에서 활발
KB국민·신한·BC카드부터 우리·KEB하나은행까지 적극 도입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59년이다. 당시 IBM에서 체커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있던 미국의 컴퓨터공학자 아서 리 사무엘(Arthur Lee Samuel)은 머신러닝을 소개하면서 ‘컴퓨터가 명확한 프로그래밍 없이 학습할 능력을 갖게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이미지=iclickart]
그로부터 57년이 흐른 2016년, ‘세기의 대결’이라고 불리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열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던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딥러닝(Deep Learning) 같은 용어가 ‘인간이 기계에게 졌다’는 충격적인 인식과 함께 일반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 중 하나다.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익숙지 않은 개념이지만 머신러닝은 사이버 위협이 지능화하는 때 주요 보안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시그니처 기반 보안기술로는 막아내지 못하는 정교한 위협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고, 위협의 양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똑똑한 기계가 알아서 걸러주는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Markets)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머신러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로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SAP SE △SAS 인스티튜트 △구글 △아마존 웹 서비스 △바이두 △빅ML △페어 아이작 코퍼레이션(FICO) △휴렛 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인텔 △KNIME △래피드마이너 △앵고스 소프트웨어 코퍼레이션 △H2O.ai △알파인 데이터 △도미노 데이터 랩 등이 있다.

▲머신러닝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글자 크기와 시장 점유율은 무관함)[자료=마켓츠앤마켓츠]
같은 보고서에서 마켓츠앤마켓츠는 머신러닝 시장이 2017년 14억 1000만 달러(약 1조 5104억 원)에서 2022년 88억 1000만 달러(약 9조 4373억 원)까지 성장하리라고 전망했다. 연평균성장률(CAGR)로 44.1%에 달한다. 마켓츠앤마켓츠는 기술적인 진보와 데이터 세대의 확산이 이 같은 성장의 주된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내 인텔리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최신 애플리케이션 도입이 많아지는 것도 머신러닝 시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2017년 대비 2022년 머신러닝 시장 전망[자료=마켓츠앤마켓츠]
특히, 금융권(BFSI: Banking, Financial Services, Insurance)에서 머신러닝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마켓츠앤마켓츠는 설명했다. 금융권의 경우, 사기성 거래나 위험관리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머신러닝은 의료 및 생명 과학, 소매업, 통신, 정부기관 및 방위산업, 제조업, 에너지 및 사회기반시설 등에 적용되고 있지만, 마켓츠앤마켓츠는 그 가운데서도 금융권이 적어도 2022년까지 세계 머신러닝 시장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할 부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 금융보안원도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내·외 금융권 머신러닝 도입 현황’ 보고서를 통해 금융 산업이 의료 산업에 이어 인공지능 기술 활용도가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자사 연구팀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전문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한국 금융권의 머신러닝 솔루션 도입 현황을 짚어보고 세계 머신러닝 시장의 성장세 속 한국의 현 위치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머신러닝 도입하는 금융권 업무분야 5
금융보안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분야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업무자동화, 금융서비스, 신용평가, 트레이딩, 준법감시 등 5가지 분야다.
업무자동화는 자료 공유, 문서 분석, 고객 식별, 이상징후탐지 등의 업무를 머신러닝 기반으로 자동화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실수로 인한 기업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서비스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고객질의를 받고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고객이 요청한 금융서비스(송금, 조회, 환전, 대출, 상품 추천 등)를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신용평가는 고객정보를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신용등급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것, 트레이딩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준법감시는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각종 규제를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 투자 플랫폼 ‘로보어드바이저’
금융권의 머신러닝 도입 현황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활약이다. 해외의 경우 뱅가드, 찰스 슈왑,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고객정보 분석 및 자산운용을 수행해오고 있다. 고객 질의응답을 자동으로 수행하고 고객의 자산·금융·투자성향 정보를 학습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로보어드바이저가 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6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산관리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이 투자의 중심이 되는 로봇 기반의 인공지능 투자 플랫폼을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 감수 성향, 목표 수익률, 자금 성격 등을 진단한 뒤 이에 적합한 자산 배분 전략을 결정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수익은 극대화하되 위험은 최소화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157억 달러에서 2021년 7909억 달러(CAGR: 75.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국내 시장 규모는 2014년 874억 원에서 2021년에는 1조 902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약 57%(2017년 4월 기준)로 1위이고, 독일이 약 9%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2015년 이전까지 자산운용 기술을 가진 비금융회사가 주도했으나 2015년에 기존 금융회사들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금융회사가 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융회사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를 개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국내 기업별 머신러닝 도입사례(금융보안원 보고서(2017.07.13.) 참고)
KB국민카드·KB금융: 2017년 하반기에 딥러닝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을 도입했다. 기존 시스템은 사전 설정된 위험 값에 의존해 비정상적인 금융거래도 정상거래로 식별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FDS는 사전 설정된 값 없이 기계가 금융거래 정보를 학습해 이상금융거래를 탐지한다. 카드발급 및 카드이용 정보 등도 FDS 시스템에 통합하고, 점차 선불카드와 가맹점 모니터링까지 시스템 적용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의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은 카드승인 정보와 고객행위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고객행위 시점에서 적합한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KB금융은 KB자산운용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인 ‘KB로보라이더’를 이용해 자산관리뿐 아니라 자산배분 재구성 및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권 머신러닝 도입 회사들(글자 크기와 머신러닝 도입률은 무관함)[자료=금융보안원]
신한은행·신한카드: 신한은행은 2013년 거래 패턴을 이용한 FDS를 도입했다. 이후 딥러닝 솔루션 ‘GruDEEP’ 개발업체 ‘인피니그루’와 협력해 딥러닝 기반의 FDS를 도입했다. 딥러닝 기반 FDS 도입 후 정상적인 거래를 이상거래로 식별하는 오탐 비율이 낮아졌으며 이전 시스템 대비 향상된 탐지 성능을 나타냈다.
신한카드는 소비관리 서비스 ‘FAN페이봇’을 출시해 챗봇 및 개인화된 캘린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설정한 소비 항목에 맞춰 소비 내역을 분류하고, 고객에게 적절한 소비 항목을 추천한다. 2016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소비 패턴 학습 성능을 향상시켰다.
또한, 신한카드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와 공동으로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 대출 심사 시 고객의 금융정보뿐 아니라 카드사용내역, 상담기록 등 180여개의 비금융정보를 함께 분석해 고객 맞춤형 금리를 설정해 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6년 중반부터 머신러닝 기반 데이터 분석 업체 솔리드웨어의 ‘다빈치랩스’를 활용해 보험과 대출 심사를 진행해 왔으며, 나이·성별·직업 등 다양한 고객정보를 활용해 서비스 제공 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음성으로 작동하고 반응하는 가상친구(Sound Operate Responding I-buddy)라는 뜻의 소리(SORi) 앱을 통해 음성으로 금융거래(송금, 거래조회, 환전 등)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소리 앱은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의미를 파악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금융거래를 실행한다.
더불어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진단하는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객 정보와 성향을 분석해 자산배분을 수행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우리 로보-알파’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영업점에 위치한 실물 로봇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며 로봇은 고객과의 음성 대화를 통해 투자성향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카드·삼성증권: 삼성카드는 딥러닝 기반 스마트 비주얼 시스템(SVS: Smart Visual System)을 도입했다. 고객 결제정보 및 주변 상권정보를 학습해 고객 동선과 점포 이용성향을 분석한다. 분석된 정보는 맞춤형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LINK 서비스와 연계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10년간 주식시장 전 종목의 호가와 종가 기록을 이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약 2개월간 가상거래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투자 안정성을 검증했다.
BC카드: 상권분석 시스템을 통해 별도의 인력이 수행하던 데이터 분석, 시각자료 작성 등을 머신러닝 기반으로 자동화했다. 전문가는 시스템에서 도출된 자료를 검증해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마케팅 프로파일링 시스템(AIPS: Artificial Intelligence Profiling System)’을 도입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된 사회적 데이터로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한다.
현대카드: 글로벌 대안신용평가사 렌도(Lenddo)와 협력해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요금납부, 통화관련 정보 등을 함께 분석해 서비스 제공 대상의 범위를 확대했다.
KEB하나은행: 음성분석 인공지능 장치 ‘누구’를 개발한 SK텔레콤과 협력해 음성인식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용자 음성 명령을 분석해 잔액, 거래내역, 환율 등을 조회한다.
IBK기업은행: 은행이 고객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돈을 운용하는 일임형 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다. 자산운용 전문인력과 로보어드바이저가 함께 자산배분 업무를 협업해서 수행한다.
NH투자증권: 사람 개입 없이 투자하고 자산을 재구성하는 로보어드바이저 ‘QV 글로벌 로보앱’을 출시했다.
수출입은행: 기업과 관련된 뉴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추출한 비정형 정보와 재무제표 정보 등을 분석해 기업의 부실 위험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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