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수급이 관건...개발자 키트는 이미 한국 내에서도 배포되고 있어
[시큐리티월드 홍나경 기자] 어제 드디어 한국에서도 포켓몬고가 정식으로 출시됐다. 휴전 지역이라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세계적으로 흥행한(반짝 흥행이긴 하지만) 콘텐츠의 공식 유입을 반 년이나 늦췄던 것이라 대단한 관심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미 할 사람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다 접해봤고, 콘텐츠가 바닥난 지 오래라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추운 날씨도 사냥꾼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데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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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리프트 제품 사진(사진 : 오큘러스 공식 사이트) | ||
세계적인 돌풍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시장에 아직 발을 못 붙이고 있는 기술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페이스북이 미국과 일본 시장에 출시한 ‘오큘러스’라는 가상현실 구현 기기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원래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로 했던 걸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원래 계획은 왜 무산됐을까? 최초는 고사하고 왜 아직까지 시장에 나와 있지 않을까?
문제는 게임 심의. 세계 공통의 게임 심의 표준이나 다름 없는 세계자율등급심의제를 한국의 게임등급위원회에서 도입 검토 중에 있는데, 오큘러스의 주력 콘텐츠가 게임이기 때문이다. 포켓몬고의 콘텐츠 자체가 문제가 되어 한국 시장 출시가 늦어진 게 아니라 휴전 상태라는 외적 요소가 작용한 것처럼, 오큘러스용 콘텐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하필 지금 타이밍에 한국 게임 심의 제도와 글로벌 게임 심의 제도가 서로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 한국 출시가 미뤄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페이스북 한국지사도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게임 콘텐츠의 무해성을 주장해야 하거나, 한국 정부가 일본산 만화를 무조건 금지시켰던 과거처럼 무자비하게 미국산 신기술 도입을 막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더 큰 틀에서 세계의 표준과 우리나라의 표준이 맞물리기를 기다리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페이스북은 보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물 흐르듯 우리도 모르게 우리 생활을 잠식한 것처럼 오큘러스를 위시로 한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경험도 생활 속에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페이스북의 자신감도 이 기다림의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오큘러스가 꽤나 하이엔드 기술이라 컴퓨터 호환 문제나 비용 문제와 같은 측면에서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게 어떻게 보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도 여기엔 들어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큐리티월드 기자들이 오큘러스 리프트와 터치가 구비되어 있는 페이스북 한국지사로 가 직접 체험을 해봤다.
오큘러스 터치 | ||
오큘러스는 크게 두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글 형식의 유선 헤드셋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오큘러스 VR(Oculus VR)을 2조원 가량에 인수했고 그 뒤 오큘러스 리프트를 2016년 3월에 처음 발표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는 무선 콘트롤러로 작년 10월에 발매됐다. 현재 북미, 유럽, 일본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이 외에 사용자 모션을 트래킹해주는 센서도 설치해야 한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오큘러스 터치를 장착한 모습 | ||
기자의 경우 생각보다 고글이 무겁고 얼굴에 잘 맞게 크기 조절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장착감이 좋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여기에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여러 방향으로 몸을 틀게 되는데 유선 고글이기 때문에 선이 몸에 휘감겨 불편한 점도 있었다. 반면 컨트롤러는 무선이여서 이러한 단점도 없고 터치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안정감 있게 손에 쥘 수 있는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다. 엑스박스원 콘트롤러와도 호환이 된다고 하는데, 아마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이 체험한 본지 기자들 중 일부는 무척 재미있었다는 반응이다. 원 기자의 경우 그저 총을 쏴서 맞추는 게임인데도 가상현실이 너무나 실감나게 구현되어 있어 게임 진행 내내 소리를 지를까봐 입을 스스로 막고 했을 정도라고 말하며 한국에 오큘러스가 출시되면 꼭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 기자는 회사로 복귀하자마자 여러 해외 직구 경로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또한, 평소 신기술에 심드렁한 김 기자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접해보는 터라 게임 콘텐츠에서는 해매는 모습이었지만 영상 콘텐츠를 경험해보고는 꽤나 신기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오큘러스가 3D 게임이다 보니 상황에 더 깊게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다며 이로 인한 운동효과도 있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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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반 FPS 게임과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는 기자도 있었다. 문 기자는 멀미가 나는 느낌이었다며, 기기 가격에 비해 큰 장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각과 청각만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전부라 아무리 그래픽이 좋고 사용자 움직임에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해도 가상의 공간에 있다는 의식 자체를 지워줄 정도로 실감나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실제 해당 기자는 게임을 진행하는 내내 깜짝 놀라거나 하는 리액션이 거의 없었다. 또한, 함께 동행 했던 민 기자도 오큘러스가 플레이스테이션 VR 게임에 비교해 감도와 해상도 측면에서 더 나은 건 확실하지만 게임 경험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터치의 구입이 공식적으로 가능한 곳은 오큘러스 공식 홈페이지이다. 각각 단독으로 구입 가능하지만 2개를 함께 패키지로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오큘러스 터치를 구매하는 대신 기존에 소지하고 있는 엑스박스 원(Xbox One) 콘트롤러를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는 599.99달러, 오큘러스 터치는 199.99달러, 패키지 구매는 1,099.98달러에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신용카드로는 구매가 안 된다.
오큘러스가 공식 판매처이기는 하나 한국 출시일까지 기다리기 힘든 이들이라면 아마존 또는 비공식 직구 사이트들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입 전 데스크탑 사양을 꼼꼼히 살펴 볼 것을 추천한다. 오큘러스가 작동을 하는데 필요한 데스크탑 사양은 작년에 새롭게 출시된 그래픽 카드인 라데온 RX 470(Radeon RX 470)과 1TB 하드드라이브, 8GB메모리, 윈도우 10 등이다. 상당한 수준의 사양을 요하기 때문에 꼼꼼히 사양 체크가 필요하다. 다행히 오큘러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양 점검을 실시간으로 해준다.
포켓몬고의 경우, 한국에 출시가 되지 않자 일부 사용자들의 항의가 거셌다. 그러나 오큘러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상태다. 왜 그럴까? 오큘러스용 콘텐츠는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 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소비자들에게만 출시되지 않았을 뿐이지 개발자들을 위한 키트는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배포가 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포켓몬고처럼 반짝 유행할 공산이 낮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 발 늦게 출시되기 때문에 평균 컴퓨터 사양이 올라가고 다른 시장에서 검증된 더 좋은 콘텐츠를 한국 소비자들은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히려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있다. 기존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가 자동으로 변환되어 오큘러스로 즐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즉, 오큘러스의 포맷에 맞추어 새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존 콘텐츠를 컨버팅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큘러스를 통해 가상현실이 큰 유행이 되고, 심지어 스마트폰처럼 일상 깊숙이까지 들어오게 된다면 콘텐츠를 소모하는 우리의 방식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콘텐츠 시장의 대세가 바뀐다는 뜻이 되고, 마치 애플이 앱스토어와 애플 기기들을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듯이 오큘러스 역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미래를 예상 가능하게 한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통해 가져가고자 하는 미래의 지분은 콘센츠 산업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정확한 계획은 주커버그만이 알겠지만.
[글 시큐리티월드 홍나경 기자(hnk726@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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