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보낸 그녀의 문자 메시지.
“24살이 된 노보루 군 안녕. 난 15살의 미카코야.”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마코토 신카이의 작품 <별의 목소리> 중 한 장면이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관계를 이어가던 중학생 미카코와 노보루. 3학년 여름의 어느 날 미카코는 화성 문명조사를 위한 국제연합 함대에 선발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노보루는 아무 얘기도 못하고 미카코를 우주로 떠나보낸 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미카코는 우주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묻곤 했다. 처음에는 몇 시간, 그 다음에는 며칠, 그리고 몇 주, 몇 달, 1년, 그리고 …
8년 만에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24살이 된 노보루군 안녕. 난 15살의 미카코야.”
25분의 짧은 단편으로 이뤄진 <별의 목소리>는 서정적인 스토리와 명대사로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가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서, 뜬금없는 궁금증 하나. 우주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할까?
정답은 “아니요”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www.kari.re.kr)은 30일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우주인 훈련을 받고 있는 한국 우주인 후보 고산 씨의 우주인 훈련일기 9편째 편을 공개하며 “우주선이나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소개한 고산 씨의 훈련일기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은 약 400㎞ 상공에서 지구를 하루에 약 16바퀴 정도 돌고 있다.
‘이리듐’이라고 불리는 위성 통신 네트워크는 약 800㎞ 높이에 떠있는 66개의 통신 위성을 사용한다. 소유즈 우주선 안에는 이 네트워크를 사용 할 수 있는 핸드폰이 한 대 구비 돼 있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순간부터 궤도 비행을 하고 도킹 할 때까지, 그리고 도킹을 해제하고,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낙하산을 펴고 카자흐스탄의 초원지대에 안착한 후 구조를 기다릴 때까지, 매 순간 사용되는 통신 장비와 안테나가 지정돼 있다.
우주인은 이들에 대한 사용법은 물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서 통신 시스템을 복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구로 귀환한 후 어떻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소유즈 우주선 안에는 핸드폰이 한 대 구비돼 있지만 이를 사용할 수는 없다. 우주선이 금속으로 둘러싸인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유즈 우주선의 작은 창문을 통해 전화 통신은 가능하지만, 이 핸드폰이 사용하는 통신 네트워크인 이리듐의 위성은 800Km 상공에 떠 있고, 국제 우주정거장은 400Km 상공에서 지구 궤도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다. 소유즈 우주선도 궤도에 진입한 후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이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을 하려면 통신 위성과 단말기 사이에 어느 정도 안정된 통신 연결 지속 시간이 필요한데, 통신 위성과 우주선 사이가 너무 가깝고, 우주선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휴대폰 통화는 불가능하다.
우주선 안에서 전화통신이 가능하다 해도 다른 전자 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화 통신이 금지된다.
그렇다면 우주선 안에 비치된 휴대폰의 사용 용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구에 착륙한 후 다른 구조신호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때 우주선 밖으로 나가 GPS로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의 위치를 구조대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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