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바벨>이 관객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일본의 이색 경고문이 영화 마니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벨>의 일본 배급사는 “이 영화는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담고 있어 관객이 영화를 본 후 아픔을 호소할 수 있다”는 문구를 홈페이지와 상영관에 공고해 놓고 있으며, 신문광고를 통해서도 “바벨은 너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고 있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 역시 최근 <바벨>이 상영되고 있는 도쿄·오사카·아이치·니가타 등 6개 시·도의 상영관에서 1일까지 15명의 관객이 구토와 불쾌감 등 가벼운 이상증세를 호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상증세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일본의 댄스클럽 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장면은 극 중 언어장애인의 역할을 한 키쿠치 린코가 현란한 조명이 점멸되는 클럽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립된 상황을 몸으로 표현하면서 장면이 1분 간 계속되는 것이다.
지난 1997년 일본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서 적색과 청색의 강한 빛이 점멸되면서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연달아 구토와 발작을 일으킨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영화사 측은 “강한 빛이 점멸하는 장면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실제감을 추구하는 감독의 의도로 인해 자극이 강한 연출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포스터를 극장에 내걸었으며, 클럽 신이 되면 스크린으로부터 적당히 눈을 떼고 직시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는 전단지도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벨>은 모로코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이 미국·멕시코·일본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의 삶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영화로 브래드 피트·케이트 블랑슈 등이 출연했으며, 신인의 키쿠치 린코를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상을 수상하고, 2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에 올라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월 개봉했으며, 일본에는 지난달 말 개봉을 시작했다.
[김선애 기자(boan1@bo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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