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16년 고양시 질의 답변으로 차량정보를 개인정보로 판단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CCTV가 대중화되면서 그 역할 또한 방범과 교통, 화재예방을 넘어 생활 속 편의를 위한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용되는 CCTV들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영상보안 산업의 새로운 분야로 성장하고 있는 주차장 CCTV와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CCTV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미지=iclickart]
2016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2,180만대(통계청)를 넘어서며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주차장이다. 때문에 주차장 시공 및 관리, 관련 장비 산업은 대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규모가 성장했다.
산업이 발전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 관련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편리한 주차요금 관리를 위한 차량등록 시스템이나 넓은 주차장에서 자신의 자동차가 어느 위치에 세워졌는지 알려주는 차량위치안내 시스템 등은 그중에서도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의 핵심인 ‘CCTV’의 설치 및 활용이 불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법률상 CCTV는 대부분 △범죄예방 △시설안전 △화재예방 △교통단속 및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만 설치할 수 있다. 또한 설치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CCTV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물론 몇 가지 예외사항이 있는데, 대부분 공익을 위한 예외이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
주차장에 설치된 CCTV는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른다. 시행규칙 ‘제6조 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에 따르면 ‘주차대수 30대를 초과하는 주차장은 CCTV 및 녹화장치를 포함하는 방범설비를 설치·관리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⑤에 따르면 ‘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아니 되며, 녹음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주차장에 방범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모두 법에 저촉된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외사항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18조 ②에 따르면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정보주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거나,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할 경우 등이다.
지금까지 법률을 종합해볼 때 주차장에 설치된 CCTV는 방범목적으로 한정되며, 개인정보가 촬영되는 이상 목적 외로는 사용될 수 없다. 또한 목적 외로 사용하려면 정보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주차장에서 CCTV를 이용한 서비스가 이 법률과는 동떨어졌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주차장에서 설치·활용되는 CCTV는 크게 1.방범용 2.주차장 입출입구 3.차량위치 제공 서비스용 등 세 종류다. 당연히 1번을 제외한 2번과 3번의 CCTV 설치와 목적 외 활용은 불법이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정보주체, 즉 고객의 개인정보(차량번호) 사용동의를 받아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주차장 방범용 CCTV가 주차장을 방문한 사람과 차량, 차량번호를 수집해 주차비 정산에 이용하거나 차량위치정보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거다. 현재로서는 이를 피해가기 위해서는 정보주체, 즉 고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차산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CCTV의 활용이 단순히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 아닌, 오직 고객들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2번과 3번 항목은 주차장을 찾는 고객들이 편하게 주차비를 계산 및 납부하거나 자신의 차량위치를 알려줘 쉽고 빠르게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주차산업의 한 관계자는 “주차장 안 CCTV는 방범 목적을 제외하고는 열람 자체를 하지 않는다. 차량의 입출입시간과 위치확인 서비스는 모두 자동화됐기 때문”이라면서, “주차장의 이런 자동화 서비스들이 보편화됐고, 고객들이 주차장을 들어오면서 번호판 촬영기능이 있는 주차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암묵적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동화 서비스는 이미 상업용 건물을 넘어 일반 기업건물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까지 보편화가 됐습니다. 심지어 정부나 공공기관 건물에도 설치돼 있죠.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 생겨난 서비스를 단순히 법률에 적시하지 않았다고 불법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주차장 CCTV가 과연 ‘개인정보’인가 다. 개인정보의 유출과 활용에 초점을 맞춘 개인정보보호법의 특성상 주차장 CCTV가 촬영한 영상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가 아닌가가 중요하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주차장의 출입구에 설치된 CCTV는 주로 차량의 전면부를 촬영하기 때문에 차량번호판과 차량의 앞부분을 제외하면 찍히지 않는다. 하지만 주차장 내부에 설치된 CCTV 들은 대부분 방범과 차량번호 수집을 위해 광각렌즈 등 화각을 넓게 사용한다. 탑승객과 차량번호, 차량의 종류가 모두 찍힌다는 이야기다.
차량번호와 차량의 종류가 개인정보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지만, 이미 지난 2016년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경기도 고양시의 질의에 대한 대답을 공시하며 ‘차량번호’와 ‘차종’이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행정안전부도 이번 이슈에 대해 “주택법이나 주차장법 등 다른 관련법에 주차편의 서비스를 위해 CCTV를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하지 않는 이상 이번 건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것은 맞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보주체 본인에게 동의를 얻는다면 된다”며 개인정보활용 동의를 얻을 것을 조언했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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