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염대회 참가 위해 미국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나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다크웹의 마약거래상이라고 하면 무시무시하고 험상궂은 인상의 인물을 상상하겠지만 이제부턴 수염 기른 ‘귀요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배꼽에 닿을 듯 수염을 기르고 한껏 포즈를 잡은 이 남성은 다크웹 마약거래의 핵심 인물로, 지난 달 세계수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수사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구글 캐시에 저장된 갈 발레리우스의 트위터 사진 캡처(해당 계정은 현재 폐쇄된 상태)
프랑스 국적의 38세 남성 갈 발레리우스(Gal Vallerius)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수염대회(World Beard and Moustache Championships)에 참가하러 가던 길에 체포됐다. 미 수사당국은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접수된 기소장에 근거해 8월 31일 발레리우스가 애틀란타 국제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그를 연행했다고 밝혔다.
발레리우스는 ‘옥시몬스터(OxyMonster)’라는 가명으로 불법 다크웹 장터인 드림마켓(Dream Market)에서 각종 마약을 거래해왔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진술서에 따르면, 발레리우스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드림마켓의 관리자 겸 중개인으로 코카인, LSD, 필로폰, 펜타닐, 옥시코돈 등의 마약을 공개적으로 광고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미 수사요원들은 드림마켓 내에서 옥시몬스터의 움직임을 추적해왔으며 옥시몬스터가 거래 시 특정한 비트코인 주소를 사용한다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 그 금액 중 대부분이 발레리우스의 계좌로 이체된 데다, 발레리우스의 인스타그램 및 트위터 글쓰기 스타일과 옥시몬스터의 드림마켓 포스팅에서 나타난 글쓰기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마약단속국은 공항에서 발레리우스의 노트북을 수색한 결과 그가 옥시몬스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노트북에는 IP주소를 감추기 위한 토르(Tor) 브라우저가 설치돼 있었으며 드림마켓 로그인 크리덴셜과 함께 약 5억7천만 원(500,000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발견됐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미 연방검사 프란시스코 마데랄(Francisco Maderal)은 발레리우스가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사용자 익명성을 통해 불법 마약 거래를 조장했으며 거래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챙겼다고 지적했다. 올해 8월 말까지 드림마켓에는 오피오이드, 엑스터시, 스테로이드를 포함해 94,000건 이상의 상품 목록이 등록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는 발레리우스를 체포하기까지 마약단속국을 포함해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국토안보부(DHS), 우편물 검사 서비스(U.S. Postal Inspection Service)가 공조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발레리우스가 곧 마이애미로 이송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추가적인 모의 혐의로 인해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다크웹을 겨냥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과 마약단속국은 유로폴(Europol) 및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해 알파베이(AlphaBay)와 한사(Hansa) 등 다크웹 2곳을 폐쇄시켰다. 해외 보안 매체 해커뉴스는 해당 다크웹 이용자를 드림마켓이 흡수했으나 관리자였던 발레리우스의 체포로 드림마켓 또한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부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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