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최근 우리 군이 운용중인 잠수함 내부를 전격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해군은 1,200톤급 장보고함의 훈련과 내부 생활 모습 등을 상당히 자세하게 공개했다. 군이 어지간한 무기는 공개를 하는데, 유독 꽁꽁 숨겨놓은 무기가 바로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작전을 할 때도 은밀성을 요구받지만 평상시에도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부가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군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핵 도발 위협에 맞서 사기진작과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공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지=iclickart]
그런데 잠수함을 운용하는 건 쉽지 않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승조원들의 ‘근무환경’은 최악이다. 제일 견디기 힘든 건 환기가 안 되고 햇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조원은 일반 해군의 함선을 타는 것보다 훨씬 큰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상당히 덥기 때문에 냉각기를 엄청나게 틀어대도 더워서 고생이라고 한다. 잠수함 승조원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간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므로 정밀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교육과정만 1년이 넘는다. 모든 잠수함 승조원은 최소 하사 이상의 부사관으로 구성돼 있다. 양성 기간이 길고 혹독한 편이기 때문에 잠수함 훈련을 수료했다고 해서 바로 정식 승조원이 되지는 못하는 게 대부분으로, 교육 수료 후에도 잠수함에서 견습 승조원으로 또 몇 개월을 보내야 한다. 한국에서는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Submarine Qualification System)를 통해 자격을 획득한 사람만 승조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잠수함 승조원은 대부분 ‘멀티 플레이어’의 능력 있는 군인들이다. 보통 수상함의 경우 승조원 개개인은 자신의 직별(해군 부사관의 특기)에 맞는 일만 할 수 있으면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잠수함은 인원도 적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하므로 자기 직별 이외의 타 직별 업무까지 다 숙달해야 한다. 장교들 또한 장교로서 자기 병과의 일뿐만 아니라 부사관들이 할 수 있는 것도 다 해낼 수 있어야 잠수함 장교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과정 자체가 더 힘들다. 이런 특성 탓에 자연스럽게 세세한 것까지 챙기는 성격이 되고 그래서 한국 해군에서 잠수함 타다 온 장교는 ‘꼼꼼한’ 사람의 대명사로까지 통한다고 한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잠수함은 밀폐된 공간인 것도 문제이지만, 좁은 공간 역시 여간 고역이 아니다. 장보고급 잠수함의 경우 승조원 40명이 약 66㎡(20평)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1인당 1.6㎡(0.5평)규모다. 개인공간은 없고 침대 길이도 짧다. 총 12여개의 침대를 40명에 가까운 승조원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침대 1개당 3명이 쓰는 셈이다. 먹는 것도 ‘일’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음식을 조리할 때 튀기지 않고 삶거나 찐다고 한다. 그럼에도 승조원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은 바로 ‘식사시간’이라고 한다. 먹는 양도 많다. 승조원들이 먹는 하루 음식 섭취량은 일반인의 2배 정도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의 일일 영양섭취 권장량은 2500㎉이지만 운동량이 적어 적게 먹을 것 같은 승조원들의 섭취량은 5000㎉에 달한다고 한다. 소리만 듣고 항해하는 환경여건상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섭취량이 많다는 것이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스트레스를 오로지 먹는 것으로 푸는 셈이다.
해군에서는 잠수함 승조원에 대해 “업무환경이 열악하니 최소한 밥이라도 잘 주자”는 인식이 있다. 장보고함의 초대 함장이었던 퇴역준장 안병구 제독이 쓴 수기를 보면 식비 관련 일화가 하나 있다. 해군 잠수함 전대가 타 부대보다 식비가 무척 많이 나가자 국방부에서 예산감사를 나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함장은 감사를 위해 방문한 이들을 좁디 좁은 잠수함 내부로 초대하면서 “이 안에서 저희 애들의 유일한 낙은 밥 먹는 것뿐입니다”라고 설명을 하자 그 사람들도 “정말 그렇겠군요”라고 납득하여 그 이후로 근무의 특수성을 이해해 주었다고 한다. 한국군 기준으로 잠수함의 부식비가 수상함의 3배 정도로 배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처우’에도 불구하고, 잠수함 승조원에 대한 대우는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근무수당과 부식 외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것. 잠수함 도입 초기에 보장되던 조기 진급제도도 수상함 출신 간부들이 이의제기하는 바람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선발하는 잠수함 승조원 지원률은 항상 미달되며, 충원률을 채우기 위해 부대나 함정별로 인원을 차출해 후보자로 내보내기도 한다. 충원률이 떨어지는 만큼 기존 승조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잠수함 근무를 포기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생활규칙은 설상가상 상당히 까다롭다. ‘군기’가 군내에서 최고라는 말도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만큼 엄격할 수밖에 없다.
잠수함은 가난한 나라의 전략무기로 통한다. 조금만 투자하면 투자 대비 기대효과가 상당히 높다. 강대국을 교묘하게 괴롭힐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다. 북한에 대해서도 은밀하게 압박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순항 미사일이나 살포식 기뢰 등을 운용할 수 있으며, 한 대로도 적국의 신경을 건드리며 몇 배 이상의 손해와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잡기 위해선 몇 배 이상의 노력을 들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인적자원 측면에서 운용하기가 무척 힘들다. ‘군인정신’으로만 버티기 힘들다. 잠수함 승조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한다. ‘강철통’ 속에 갇혀 근무하는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