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전투식량 어떻게 진화되어 왔나

2017-09-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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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 방위산업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부문중 하나
선진 강군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전쟁에서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기본 행위다. 먹을 것이 없으면 군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전쟁에 질 수밖에 없다. 고대부터 전쟁을 하려면 가장 먼저 식량 확보를 어떻게 하는지부터 따졌다. 오늘날과 같은 전투식량이 없던 고대의 병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전쟁에서 병사들은 육포 혹은 생쌀을 씹으며 굶주림과 싸우거나 약탈을 통해 현지에서 식량을 조달해서 먹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 당시 신라가 말린 명태인 북어와 각종 잡곡을 모아 가루형태로 간을 해서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잡곡 가루는 오늘날 미숫가루의 원조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지=iclickart]

사실 군대에서 먹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수나라가 고구려 침공 때 113만명의 병력을 들였으나 실제 평시 전투 병력은 28만명에 그치고 나머진 모두 병참을 지원하는 병력이었다는 말도 있다. 먹고 자는 것을 지원하는 병력이었다. 이때는 취사병의 개념자체가 없고 소규모로 조를 짜서 배급받은 원재료 식품을 직접 조리해서 먹었다고 한다. 시간이 있을 때 식량을 많이 만들어놓아야만 했고, 장기보관과 이동이 용이한 간편식을 들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대 장기보관 음식이라고는 소금에 절인 젓갈류 등 발효식품이나 아예 곡물 자체를 수분을 없애고 조리한 미숫가루 등 그리고 간장과 육포 등이 전부였다고 한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까지는 의외로 미숫가루나 말린 육류 혹은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전쟁통에 빠르게 담기 위해 만든 전국장이 청국장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봤을 때 청국장같은 식품류도 사용된 것으로도 보인다. 조선시대엔 좀 더 다채로워져서 명태 등 생선을 말린 것이나 간장 찐쌀 후기쯤엔 초기형 건빵과 젓갈 떡 누룽지 등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종종 발견된다. 이외에도 군인은 열량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주로 탄수화물과 나트륨 위주식단으로 구성되어 조선시대만 해도 쌀은 물론 간장이 상당히 중요했는데, 군사 병참에 대한 배급기준의 척도로 간장의 독 단위를 쓰기도 했다.

그 뒤 6.25 전쟁기 한국군 자체의 오리지널 전투식량은 바로 주먹밥이 대표적이었다. 이때의 주먹밥은 맛난 주먹밥이 절대 아니고, 소금물로 간을 해놓은 참기름도 당연히 없는 그냥 짠, 뭉침밥이 전부였다.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 본격적인 전투식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6.25 전쟁 시기 부터 들어왔던 미국의 각종 전투식량, 그 중 대명사인 C-레이션의 발전형인 MCI가 파월국군에 상당히 많이 지급되었다. 문제는 MCI류를 계속 얻어먹기엔 질리는 고기류가 대부분이라 우리 군인들에게 맞지 않은 맛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한식에 맞게 개량한 K-레이션이다. 여기에는 김치는 물론이고 각종 조림과 찜류 등의 반찬이 상당히 지속 개발되어 국군에 배급되었기 때문에 베트남전쟁 당시에는 이 K-레이션을 C-레이션이나 MCI와 함께 먹거나 볶음 등으로 재료를 모아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군은 K-레이션을 필두로 발달한 공업기술력을 통해 자체 생산한 통조림형 전투식량을 월남파병 이후에도 계속 지급하였고, 1980년대부터는 자체적으로 영양성분을 고려한 국내개발형 전투식량이 보급된다. 우리 군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추장 볶음, 통조림, 건빵 등을 생산해 점차 우리나라 특유의 전투식량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 한국형 전투식량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국방과학연구소 주도하에 현재 전투용Ⅰ형의 형태인 전투식량이 개발됐다.

특히, 1996년 강릉 대 간첩 작전 이후에는 물과 불이 없어도 급식이 가능한 전투식량 개발이 요구되었고, 이로 인해 MRE와 유사한 발열 팩을 포함한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은 볶음밥과 양념소시지, 쇠고기 콩, 볶음김치, 초코볼, 파운드케이크 등으로 구성돼 있고 물과 불이 없어도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등 한국 특유의 조리법과 영양과 맛의 발전이 거듭되고 있다. 이외에도 특전사 같은 특수전 병력용 특전식량(특수용 전투식량)도 존재하는데, 최대한 가볍고 열량도 많이 나가고 조리도 간편하고 부피도 적게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보통 일주일간 본대와 최소 수십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적진의 산지 등에 침투하여 게릴라 공작을 하는 특전사에게 ‘호화로운 식사’는 일종의 사치일 수 있다. 특전식은 주식과 부식의 구분도 어렵고 대충 곡물압착식과 햄 이온 음료팩 쥐포 땅콩크림 초코바 등이 대부분이다.

한국 전투식량은 서양쪽과 달리 내용물이 단순하고 주식의 부피가 큰 것이 특징이다. 쌀로 대부분의 열량을 섭취할 수 있고 반찬과 육류 몇 가지 정도로 필요한 열량은 물론 나트륨까지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 서양은 빵과 고기 등을 기본으로 여러가지 메뉴를 조금씩 섭취한다. 이에 비해 한국 전투식량은 메뉴는 적지만, 매우 빠르고 간편하게 식사를 하고 어디까지나 야전에서 열량보충이 어려울 때 가장 좋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전투식량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은 반찬과 부식의 다양성이 적고 미국과 같이 이온음료나 커피믹스, 향신료, 물티슈, 정수알약 등이 미지급되어 전투식량 패키지 내부가 조금 단조롭다는 것이다.

사실 전투식량은 방위산업 부문에서 가장 발전이 더딘 부문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진다. 밥 위주로 식사를 한국인 특성상 다양한 메뉴 개발 요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장병들의 의식주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진 강군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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