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퍼스키는 “결백” 주장... 미국 업체들은 “러시아 정부도 그런 태도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미국 전자제품 전문 소매 체인인 베스트 바이(Best Buy)가 카스퍼스키 랩의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고, 카스퍼스키도 러시아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미지 = iclickart]
베스트 바이는 이러한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웹사이트를 통한 판매 물품 중에 카스퍼스키 제품은 전부 사라졌으며, 고객들은 여러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 이에 해외 매체들은 확인에 나섰으며, 베스트 바이의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 정부와 카스퍼스키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의혹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카스퍼스키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해오고 있지만 “베스트 바이와의 사업적 관계가 종료된 것이 맞다”고 일부 매체를 통해 알려오기도 했다. 다만 “10년간 맺어온 관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검토될 여지가 남아있으며, 카스퍼스키는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들에게 양질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카스퍼스키는 러시아 태생의 유진 카스퍼스키(Eugene Kaspersky)가 1977년 창립한 보안 업체로 전 세계에 걸쳐 약 4억 명의 고객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부는 러시아와 미국에 있다.
지난 7월 미국 정부는 ‘정부가 허용한 공급업체’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 첩보기관과 사법기관의 고위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카스퍼스키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서 1주일이 지난 후의 일이다. 러시아 정부의 사주나 후원을 받은 카스퍼스키가 보안 제품에 백도어를 심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나 지금에나 주장과 의혹만 있고 증거는 그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카스퍼스키도 결백을 주장했고, 심지어 공개적인 감사를 받을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도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 때문에 러시아 민간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보복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안 업계 역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카스퍼스키의 주장을 믿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고, 정치 논리가 민간부문의 사업 활동에도 개입하게 된 좋지 않은 사례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민감하게 개입된 문제라 아무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매체들도 전부 ‘익명’으로 말들을 인용하고 있다.
일부 미국 업체들은 카스퍼스키와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을 떠나 “중국과 러시아 역시 미국 보안 기업, 더 나아가 미국 IT 기업들을 의심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미국만 카스퍼스키에 호의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중국 내로 진출하는 해외 IT 기업들에 보안을 이유로 소스코드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VPN 사용 금지 등의 정책을 사용해 자국민의 외국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고 있어, 해외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원활하지 않다.
이번 베스트 바이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압박 여부는 밝혀진 바가 없으며, 따라서 러시아 측 역시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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