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 “키로거 소프트웨어로 증거 수집한 건 불법...해고 무효”
[보안뉴스 오다인 기자] 직원이 회사 컴퓨터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키로거 소프트웨어로 감시했다면 해고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고하기 위한 증거가 불법적으로 수집됐기 때문이다.

[이미지=iclickart]
독일 연방 노동 법원은 지난 7월 27일 “키로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직원을 은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의 원고는 프로그래머였고, 피고는 그를 해고한 회사였다.
독일 노르트 라인 베스트팔렌주(North Rhine-Westphalia 州)의 한 미디어 대행사에서 근무하던 프로그래머는 회사 컴퓨터로 다른 회사의 컴퓨터 게임을 개발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 대행사는 직원 PC에 키로거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직원들의 컴퓨터 사용을 감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키로거(Key Logger)는 컴퓨터 사용자의 키보드 움직임을 탐지하고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로, 대개 해커들이 개인정보를 훔칠 때 쓰는 공격 수법이다.
이 대행사는 2015년 4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컴퓨터의 인터넷 트래픽과 시스템 사용이 기록되고 있으며 이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컴퓨터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도 설명했는데, 키로거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원 PC를 감시하고 정기적으로 스크린샷까지 찍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지가 나간 지 채 한 달이 안 돼 상사는 프로그래머를 불러, 컴퓨터 사용을 감시한 결과 그가 직장에서 다른 회사 일을 하고 있었다고 추궁했으며 당일 바로 해고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자기 아버지 회사의 컴퓨터 게임을 개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휴식 시간에만 했던 일이며, 매일 10분을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을 해고하는 데 사용된 증거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며 회사를 고소했다.
법원은 회사의 감시가 직원의 인권을 침해한 점을 인정해 프로그래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직원을 관리하기 위해 키로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증거가 불법적으로 수집됐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또한 판사들은 “직장에서의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거나 범죄가 의심될 만한 사유가 사전에 충분해야만 키로거 같은 감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으며, “직원이 회사 컴퓨터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한 사실로는 해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에는 유럽특허청(EPO: European Patent Office)이 직원을 감시하려고 키로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기도 했다. EPO는 이메일 내용을 검열하고 키로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직원을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부 오다인 기자(boan2@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