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백봉기 숭실대 프로젝트경영학과 교수] 기업은 전략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정부 R&D 지원 사업을 활용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기획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지원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간섭받는 것을 싫어해 자체 자금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정부의 R&D 자금 지원은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중소기업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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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정부 R&D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연구 지원금은 금전적 혜택이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금 5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기업이 자체적으로 현금 5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매출액의 10%이고 매출액이 모두 현금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야만 마련할 수 있다. 이 매출액 5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으로서는 선투자가 필요한데, 선투자에는 조직의 구성과 운영, R&D와 마케팅 투자 등을 위한 비용 등이 포함된다.
둘째, 정부 R&D 사업 수행을 통해 체득되는 연구 관리 방법의 체득 효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 R&D 지원금이 눈먼 돈이라고 회자되곤 했으나 최근에는 체계적인 관리 지침과 자금운영(RCMS : Real Cash Management System)을 근거로 사업비가 시스템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기업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사업개발(R&BD)이 되도록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R&D 관리를 할 경우 기업과 연구자의 역량은 자연히 개선된다.
올해 정부 R&D 사업의 핵심 목표는 ①기술 집합·융합 기반의 산업 구조 혁신 ②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IT 기반 미래 산업 지원 ③연구 성과 인프라 개선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 ④스마트 헬스케어, 공공 인프라 정보보안, 청정에너지 및 기후변화 핵심 기술 R&D 지원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⑤창의적·도전적 연구 중심 지원과 개방형 협력을 통한 과학 기술 기반 혁신 등이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기업이 R&D를 추진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 R&D 지원 과제의 기본 흐름은 아래 <표>를 참고하자.

▲ 제공: 숭실대 백봉기 교수
사업계획서 작성,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지금부터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정부 R&D 지원 사업에 처음 참여하기로 한 경우, 무엇을 중점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받기도 쉽지 않기에 사업계획서 작성과 관련해 핵심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제 제목의 중요성이다.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 짧은 시간에 많은 신청 과제를 모두 파악하고 심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한눈에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과제 제목이 평가의 핵심 요소가 된다. 제목에는 사업계획서에서 설명한 내용이 함축적으로 포함돼야 하며, 과제 개발의 목적, 적용 대상, 목표, 개발 단계가 모두 드러나야 한다.
1. 사전 준비 사항
모든 사업계획서 작성에는 사전 검토 사항들이 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수행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에는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투자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중단하게 될 경우 회수할 수 없는 매몰 비용이 돼 결국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므로 손실예방 차원에서 사전 준비는 매우 중요하다.
가. 사업 개념화 작업
사전 준비에서 무엇을 개발할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Define)를 내릴 수 있는 수준 정도의 개념화 작업이 필요하다. 개념화 작업은 1~3장 정도의 요약본이면 충분하다. 다만, 누구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닌 관련 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회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
나. 사업 체계화 작업
사업 개념이 정의됐으면 이를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세부 분석은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기술이나 제품(이하 기술)의 세부 기능별로 작성하되, 최소 2차 기능 이상의 분석을 해야 한다, 기능 분석에는 각 기능별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요소 기술이 무엇인지 세부 적용 기술과 개선 사항도 도출해야 한다. 이를 ‘기술 트리’라고 한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 추가 개발해야 하는 기술을 구분하고, 보유하지 못한 기술은 어떻게 조달(외주, 자체 개발, 기술 이전 등)할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개발이 필요한 기술은 요소 기술별 일정과 달성 목표를 도출하고, 여기에는 관련 부서 및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다. 목표 설정 및 내용
사업 계획에 대한 목표는 자사의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환경 분석에서 얻은 자료를 근거로 개발 가능성과 역량 분석에 따라 기술 개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개발 목표는 국내·외 최고 수준이 필요하며 기술에 따라 수입 대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술 분석 측면에서 선행 특허, 선행 연구 결과, 기술의 위치, 경쟁 우위 기술을 분석하고, 시장 분석 측면에서 시장이 독과점인지 완전 경쟁인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며, 시장 내 경쟁 현황, 시장의 규모 및 성장성, 고객 분석, 경제성 측면에서 매출액 및 부가가치를 추정하여 이에 따른 기술의 경제성 및 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의 경우 이미 지원한 기술은 지원하지 않으므로 중복성 체크를 해야 한다. 사업계획서를 아무리 잘 작성했더라도 이미 지원했던 것으로 판명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중복성 여부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go.kr)에서 사업 과제명이나 키워드로 조회할 수 있다. 중복성 확인과 더불어 독창성(차별성), 기술성, 사업성 여부와 융합성도 평가 항목에 포함될 경우 기술 융합이 산업기술분류표에서 대분류 상호간의 융합이어야 높게 평가된다는 것도 유의할 사항이다.
라. 사업 계획의 유기성
사업 계획의 성공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얼마나 해왔는지가 중요하다. 기초 실험 결과, 시료(샘플) 확보 및 분석 자료, 기술 개발 인력과 시설 등 기본 인프라 구축, 논문 발표 실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기술 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 평가에서 지원 대상 단계인 3~4단계에 해당되는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기술 트리, 기술 개발 대상, 기술 개발 전략 및 방법, 연차별 추진 일정 및 사업비 구성, 최종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평가 항목 및 객관적 측정 방법의 구성, 연구진 및 추진 체계 등을 통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진이 없는데, 자체 개발한다고 하거나 기술 트리, 기술 로드맵(Technology Road Map)과 개발 일정(Milestone), 사업비 산정 등이 서로 연결이 안 되면 유기적인 연결이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마. 정성적 사업 계획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정성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정량적인 부분은 쉽게 충족하지만, 정성적인 부분은 단기적으로 충족하기 어렵고 일정 수준의 기술(Skill)이 필요하다. 우선 사업계획서는 공란없이 심혈을 기울여 무조건 채워야 한다. 보통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 분석 자료도 부족하고 분석 능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사업계획서에 경쟁사 부분을 공란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싸움터에 적군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또한, 심사위원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서를 쉽게 작성하도록 한다. 이해가 쉽도록 그림이나 표, 사진 등을 많이 활용하고 중요한 사항은 굵은 글씨로 표시하는 것도 좋다.
2. 사업계획서 작성
가. 기술 개발의 필요성
기술 개발의 필요성은 왜 기술을 개발하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개발 대상 기술의 기술 현황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왜 해당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에 대하여 기술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얻는 기대 가치도 포함해야 한다.
나. 기술 개발 목표 및 내용
기술 개발 목표 및 연구 내용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 분석 및 경쟁 기술에 대한 객관성이 확보돼야 한다. 기술 개발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종 경쟁 업체의 개발 스펙을 객관적이고 정량화해 제시해야 한다. 개발 목표 제시는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과 도전성을 평가하는 심사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최종 평가에서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근거이기도 하므로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공인 시험 성적서 등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다. 기술 개발 방법
기술 트리에서 보유한 기술 외에 개발이 필요한 요소 기술을 개발하려는 방법도 이해가 쉽도록 논리적으로 제시하자. 자체 개발이 어려운 기술은 산학연으로 해결한다거나 기술 이전, 특허 매입, 인력 확보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선행 기술이나 특허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지식재산권 회피 또는 확보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기술 개발을 주관기관 이외에 다수의 수행 기관이 공동으로 할 경우는 관리 체계와 개발 업무를 요약하고 기술 개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명기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주관 기관의 개발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50% 이하일 경우 주관 기관의 역할을 의심받게 된다.
라. 사업화 계획
사업화 계획은 시장 분석 및 제품화, 양산, 마케팅 계획을 바탕으로 개발 결과물에 대한 사업화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 R&D 지원 사업의 핵심은 목표가 개발이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다. 따라서 개발될 기술과 관련된 예상 시장 규모, 예상 매출액, 시장점유율 등이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하며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거래처에 개선된 기술이나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마. 수출·고용 계획 및 기대 효과
사업화 계획과 더불어 개발될 기술의 수출과 고용 창출에 대한 기대 효과도 심사 항목 중에 하나다. 개발될 기술의 시장 경쟁력과 해외 시장 개척 방안, 수출 가능성이 높아야 채택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목표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 현지화 계획, 해외 수출망 확보 계획, 수출 역량 및 잠재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유지 계획도 적정해야 한다. 성과 공유 제도, 스톡옵션, 직무 발명 보상 제도, 내일 채움 공제 가입 여부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바. 사업비 구성
사업계획서 작성에서 사업비 부문에서 많은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사업비 작성은 기술 트리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기술 트리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요소 기술 비중 및 수행기관의 업무 비중에 따라 다르게 작성돼야 한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과제 책임자로 3개, 연구원으로 5개(과제 책임자 수 포함)를 초과해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과제 책임자의 인건비 기준 참여율은 30% 이상, 참여 연구원은 10% 이상, 주관기관과 참여기관과의 비중은 주관기관의 비중이 50~70%에 해당해야 한다.
[글_ 백봉기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로젝트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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