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성기노 객원기자] 잘 나가는 회사일수록 영업비밀 관리가 철저하다. 영업비밀은 곧 이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기업보안이 중요해지면서 영업비밀의 관리 또한 그 보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이동식 발전설비 설계도면 등의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12명이 입건되고 무려 1조 5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영업비밀 관리 실패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영업비밀은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스스로 개발하고 비밀로서 보유한 기술정보(예를 들면, 생산 및 제조공정, 제조방법 등)와 경영정보(예를 들면, 마케팅 전략, 고객 리스트, 기업의 기본계획 등)’를 말한다. 앞서의 현대중공업 예처럼 시설 및 제품의 설계도나 물건의 생산 및 제조방법, 물질의 배합방법, 연구개발 보고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영업비밀은 아무 것이나 지정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비밀성’이 있어야 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독립적 경제가치성’, 그리고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비밀관리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비밀관리성의 요건은 지난 2008년 7월 대법원 선고가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그런데 영업비밀은 특허와는 조금 다르다. 영업비밀은 비밀로 유지되는 한 영구적으로 유효하고 특허출원 절차의 번거로움이나 권리화에 추가비용이 없다. 기술내용 미공개로 인해 기술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허 또한 법에 의한 배타적인 독점권이 보장되고 기술가치가 상승한다. 반면 영업비밀은 기업의 비밀유지노력 등 관리능력에 따라 효력이 좌우되고 독점성이 없다. 특허도 권리화에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기술이 공개되며, 등록국가에서만 유효한데다가 유효기간이 제한되어 있다.
기업들 간의 기술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영업비밀 관련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한방만 낚으면 수천억원의 ‘도둑’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유혹도 크다. 이에 기업들은 영업비밀을 많이 다룬 퇴직자들을 특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들이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경쟁기업에 영업비밀을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죄의도가 매우 뚜렷한, 외장하드를 아예 밖으로 유출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합작회사의 한 간부는 선박 공정도, 완성도 등을 외장하드를 이용해 유출하려다 국정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도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을 올해 1월에 국회에 제출했다.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 요건을 완화하여 영업비밀 대상을 보다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벌금 상한액 상향,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다 엄격한 영업비밀 관리 조항을 만들었다.
피땀 흘려가며 어렵게 개발한 고급 기술을 훔쳐가거나 유출시키는 행위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기업보안의 핵심은 이러한 영업비밀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창조’도 중요하지만 ‘수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보안 관계자들이 철저하게 인식해야만 한다.
[성기노 객원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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