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_IT 칼럼니스트>
싸움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 맨손으로 하는 격투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실력자다. 무림의 세계를 평정하고도 남을 만큼 천하의 싸움꾼이다. 그런 그도 ‘총’을 든 사람에게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날아다닌 다해도 어찌 총알을 피할 수 있으랴!
컴퓨터와 인터넷이 바로 그 총과 같은 무기다. 컴퓨터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무림의 맨손 고수도 두렵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백과사전을 머릿속에 암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컴퓨터에 입력해 활용하기는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정보 활용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컴퓨터만 잘 다뤄도 세상의 웬만한 실력자가 부럽지 않게 된다.
그러나 컴퓨터를 어설프게 다루는 자들이 있다. 특정한 기능만 파악하고 그것만을 사용하는 자다. 그들은 버젓이 자신이 컴퓨터 실력자인 양 내세우지만 실상은 방대한 컴퓨터 영역에서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 스스로도 내면의 양심 앞에 자인할 것이다.
이런 자들이 범하기 쉬운 어리석음이 있다. 컴퓨터를 마구잡이로 다룬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불완전한 부분만 파고들어 사람을 해치는 도구로 삼는다. 소위 ‘크래커’요, 사회적으로는 ‘해커’로 추앙받기까지 한다. 남의 피해를 즐기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기에 양심의 울림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발각돼 지탄을 받을지라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일 뿐. ‘사회악’이다.
이런 이들은 무법자다. 종횡무진 인터넷 환경을 누비면서 자신의 기분대로 망가뜨린다. 몰래 잠입해 엿보고, 자기 성질에 맞지 않으면 마구 욕설도 내뱉고, 사람들을 충동질해 기분 나쁜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질서를 겨냥해 포악적으로 끼어들고, 아무데나 나대는 사람이다.
그도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컴퓨터라는 무기를 소지하고 인터넷이라는 환경을 살아가기 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무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지만, 사회적인 입장에서는 질서를 깨뜨리는 위험 요소에 불과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어 버리듯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인터넷의 중요하고 민감한 자율 공동체가 흐트러진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 단체, 국가 기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도 그에 동조하는 것이다.
반면에 컴퓨터를 제대로 잘 다룰 줄 아는 진정한 실력자라면 컴퓨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를 확실히 알 것이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흉기삼아 다른 사람을 장악하고 싶은 욕망이 없을까. 그러나 그것은 한낱 부질없는 것이요, 비인간적이고 가치없는 것임을 양심에서 듣는다. 그에 귀 기울이고 그 양심의 소리에 가책을 느끼는 자가 진정한 컴퓨터 유저다. 그는 성숙한 판단자로서, 컴퓨터를 통한 지고지순의 세계를 꿈꾸고 그런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
‘컴퓨터를 어설프게 다룰 것인가? 제대로 다룰 것인가?’는 순전히 컴퓨터 유저 한사람의 결심에서 비롯한다. 인터넷 무림이 깨끗해지느냐, 지저분해지느냐는 유저의 양심과 행동에 달려 있다. 그 양심을 일깨우고 북돋고 그래서 더 나은 행동의 결과를 낳도록 돕는 역할은 사회 일반인의 책무다.
인터넷의 고수라하는 컴퓨터 유저의 냉엄한 눈초리를 기대해보자.
<글: 김연수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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