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역사상 두 번째로 키노트를 맡은 여성 “평등, 아직 멀어”
현대는 ‘검열의 황금시대’, 프라이버시법 개정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보안뉴스 문가용] 한국 시간으로 어제 밤 드디어 개막한 블랙햇 2015의 첫 키노트를 맡은 건 제니퍼 그래닉(Jennifer Granick)이라는 인터넷 프라이버시 및 시민 자유 운동가였다. 각국의 보안전문가들이 꽉 들어찬 개막식장에서 연단으로 올라온 제니퍼 그래닉은 “이 나라엔 비밀스러운 법들이 아직도 많고, 그건 민주주의의 이념을 거스르는 추악한 것”이라고 해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 블랙햇 2015 현장(출처 : www.blackhat.com)
그래닉은 블랙햇의 20년 역사상 첫 키노트를 맡은 두 번째 여성으로 “자유롭고 활짝 열린 인터넷의 꿈을 사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강연 내내 토해냈다. 그런 자유로운 세상에서 개발자든 보안전문가든 누구나 잘못된 걸 보수하고 땜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등권, 사물인터넷, 정부의 감시와 검열, 프라이버시를 폭넓게 다루며 블랙햇이 단순 보안기술을 위한 국제회의가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먼저 평등에 대해 그래닉은 “정보보안 산업은 남자들이 득실거리고, 그래서 여자인 나는 상대적으로 대접을 잘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계통의 여성 인력들이 늘 그런 좋은 상황에 놓인 건 아니다”라며 “아직 업계가 온전히 평등하다고 말하기엔 일러도 한참 이른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보보안 종사자가 아니라도 다 알고 있습니다. 이 계통엔 남자와 백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평등의 문제는 정부의 감시와 검열, 거대 기업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거대 기업이든 정부든, 힘 있는 자들의 검열과 감시 행위가 너무 당연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감시의 황금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메일, 친구 목록, 소셜 미디어 포스팅, 검색 기록, 지문의 공통점이 무엇인가요? 프라이버시죠.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의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사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국민들의 이메일, 친구 목록, 포스팅, 기록, 지문은 전부 공공재입니다. 이런 생각을 부추기는 건 누구일까요?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그런 정보들을 노출시켜서 공공재로 만들고 있죠.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누적되다 보니 이제는 법조차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니, 오히려 보호와 안전이라는 걸 핑계로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도록 허락하고 있죠.”
그래닉은 실례를 들었다. “구글이 유튜브에서 IS관련 영상들을 모조리 지워낸다고 했을 때 다들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구글’이라는 일개 회사가 결정할 만한 일이었을까요? 정치적인 현안을 한 사기업에서 결정하는데, 우리는 거기에 너무나 무감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닉은 프라이버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우리 이메일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우리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모두가 국회에 압박을 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인터넷의 꿈이란 물거품이 되고 환상으로만 회자될 것입니다. 인터넷의 참 가치를 지키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키노트가 끝난 후 보안업계 전문가들의 트위터는 이에 대한 평으로 넘쳐났다. 러스 피어스(Russ Pierce)라는 인물은 “나도 인터넷이 자유를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검열과 감시에 활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으며, 네일 루벤킹(Neil Rubenking)이라는 사용자는 “상어 무서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소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소가 사람을 죽이는 수가 10배는 넘는다. 정말 무서워해야 할 게 무엇인가?”라는 트윗을 남겼다. 그리프터(Grifter)라는 트위터리안은 “6000명을 현장에서 압도한 연설”이라고 짧은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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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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