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도시락] 윷놀이 깽판을 통해 본 보안담당자 마음

2015-02-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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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보안담당자들의 최고 골칫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보안사고, 의외로 1인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용자 구멍에서 출발

[보안뉴스 문가용] 나머지 식구들이 도착하기 전에 심심한데 판을 깔고 돈도 조금 걸고 윷놀이를 하기로 했다. 인원은 넷. 돌아가면서 편을 나눠 윷을 던지고 말을 돌렸다. 따라서 난 아내, 장모님, 장인어른과 돌아가면서 편을 먹게 되었다. 어차피 심심풀이이기도 했고 처갓집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하는 놀이라, 아무리 돈을 걸었어도 전투적인 승부사가 될 수는 없었다. 허허실실 작전인 척 그냥 차례에 따라 윷만 돌리고 말 운영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 함께 구멍 메우기
그에 반해 아내는 기세등등했다. 기자가 집안에서는 일찌감치 경제권을 포기해 사실 윷놀이 몇 판 져봐야 돈은 아내 지갑에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내의 상대팀에 내가 걸렸을 경우 아내에겐 이겨봐야 이긴 것도 아닌 본전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아내의 미션은 그런 깍두기 같은 존재인 남편을 끼고 자신의 부모님을 상대로 최대한 많은 판을 이기는 것이 되었다. 물론 결혼을 계기로 (가정)경제계에서 은퇴한 나는 그런 아내의 계산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니 아내는 판이 거듭될수록 속이 터져나갔다. 아이고, 우리 장모님 윷 나오셨네, 아이고 저는 도가 나왔네요 허허허허, 아내의 마음도 모르는 나는 윷놀이 본연의 목적인 가족 간의 화목과 우애를 돈독히 다지는 것에 충실하느라 윷이나 모는커녕 낙이 되거나 백도가 되기 일쑤였다. 낙이 될 때마다 난 백년손님이 되었고, 어쩌다 윷 같은 게 나오기라도 하면 있지도 않은 씨암탉들 환호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결국 기자는 모든 게임에 지고 패배의 아이콘에 등극했으며 가정경제의 누수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던 아내는 기자의 잦은 백도와 낙 때문에 결국 판돈 유출사고를 겪고 말았다.

판을 접고 아내의 한 맺힌 손가락이 허벅지에 박히고 나서야 아내의 속 마음과 판돈의 유통구조와 실제 이윤이 발생하는 경우의 수에 대한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날 따라 사용자 때문에 속이 상한다는 보안담당자들의 한 맺힌 설문답안이 보안과 해킹의 최전선에서 한 발을 뗀 채 관찰만 하고 있어 속 편한 소리만 할 수밖에 없는 기자의 게으른 여백을 꼬집었다(“연휴가 연휴가 아닌 보안 담당자들, ‘사용자 때문’”).

윷가락들의 해괴망측한 낙하를 어떻게든 말의 운영으로 보완해보려는 아내의 노력은 명절 날 전 부치는 종갓집 며느리의 프라이팬 같이 뜨거웠고, 기자는 그 뜨거운 필사의 노력을 별 다른 의도나 노력 없이 무산시킬 수 있었다. 보안업계의 현실 그대로다. 아내야 기자의 허벅지라도 꼬집을 수 있지, ‘사용자가 왕’인 현재 상황에서 보안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쩌다 있는 ‘사용자가 문제 맞죠?’라는 설문에 ‘응’이라고 답하는 것뿐이다. 혹은 그런 설문내용이 나온 기사에 울분 섞인 ‘좋아요’를 찍거나.

각종 백신 프로그램이나 비싼 솔루션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안업계는 예전부터 사용자 인식 개선이 결국에는 최종 목표였다. 그 어떤 솔루션도, 그 어떤 프로그램도 사용자가 그것을 잘 다루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즉, 설치하더라도 사용자가 귀찮으니까 영영 켜지 않는다면 그 솔루션은 있느나 마나가 된다. 그렇기에 보안담당자들은 ‘사람 참 바뀌지 않더라’라는 걸 가장 잘 아는 부류의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그나마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개발’에 더 열을 쏟는 것이다. 그거 바이러스 좀 잡아주고 쿠키 좀 지워준다고 알량한 몇 푼 받는 게 이들의 꿈이 아닌 것이다.

팀 스포츠에는 유명한 말이 하나 있다. 천재 하나보다 구멍 하나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 제 아무리 류현진이라도 한화의 연패를 막을 수 없었는데, 아내가 프로 윷놀이어(yut nori-er) 1단 자격증이 있어 말의 운영을 80년대 전성기 마라도나의 드리블처럼 한다고 해도 팀원인 내가 마음먹고 낙만 계속 던졌다면 이기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구멍’이란 게 무슨 블랙홀처럼 세상 모든 천재들과 좋은 의도들을 깡그리 빨아들이는 수준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화이글스나 기자의 처갓집 윷놀이를 생각해보면 구멍이란 그저 자기의 몫인 1인분을 채우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항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드는 노력이 질과 양에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안에 좀 참여해보고 싶은 사용자라면 제일 먼저 대단한 무엇을 한다기보다 자기 1인분의 역할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 1인분이 무엇인가 하면, 각 회사의 보안담당자가 알려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보안담당자는 각 직원의 1인분을 마치 날카로운 눈으로 주문을 받으며 해당 손님의 식습관을 가늠해보는 베테랑 주방장처럼 개별적 혹은 직급별 맞춤형으로 명확하게 지정해줄 수 있어야 하겠다.

한편 그날 밤 아내와 나는 다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대항해 복수전에 돌입했다. 아내의 지침은 명확했다. 낙만 만들지 말라는 것. 그 아내를 따라 소소한 성과를 거두려는 찰라 돌연 헛기침을 시작하신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다시 용돈을 쥐어드릴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판돈 유출사고가 일어난 건데, 이번에 아내는 의외로 괜찮았다. 남편 교육 포함, 가정경제 담당자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100% 했기 때문이란다. 골칫거리 사용자지만 스스로 1인분을 하려고 할 때 보안담당자는 예상치 못한 사고도 버틸 수 있는 ‘멘탈’을 갖출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버텨주면 줄수록 100%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더 안전해짐이 분명하다. 물론 연휴 끝나고 당분간 기자의 점심값은 좀 취약해질 것 같지만.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http://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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