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만 달랑있고 저장장치가 없는 ‘깡통 CCTV’가 도마위에 올랐다. 군포 20대 여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김모씨(26)는 첫 희생자 윤모씨(22. 회사원)를 지난 5월 15일 납치후, 이틀 뒤인 17일 오후 군포시 산본전철역 구내에서 H사 현금인출기를 통해 현금 284만원을 인출해갔다.
경찰은 안양시 만안구에 사는 첫 희생자 윤씨의 실종신고를 받고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후 지급기에 설치된 CCTV의 화면을 확보하기 위해 H사 지역관리소를 찾아갔지만 황당한 소리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인출기에는 렌즈만 있고 저장장치가 없는 깡통 CCTV가 설치된 것이었다. 연쇄살인범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놓침과 동시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시간을 준 샘이 되었다.
3일후, 윤씨는 실종 닷새만에 군포 금정역에서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됐다. H사는 경찰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6월들어 새로운 CCTV를 설치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한편 용기를 얻은 범인은 지난 6월 9일 의왕에서 김모(20.여.대학생)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의왕시 청계동 안양공동묘지 인근 '도깨비도로' 옆 풀숲에 시체를 버리고 달아났다. 또 7월 1일 군포에서 허모(27.여)양을 납치하기에 이르렀다.
범인은 7월 1일 처음 돈을 인출했던 그 장소에서 다시 납치한 허양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 인출기에 부착된 CCTV가 고장인 것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만약 H사에서 6월에 CCTV를 정상가동 하지 않았더라면 범인의 범행 행각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인의 얼굴을 CCTV를 통해 확인하고 지난 4일 밤 퇴근길에 차를 몰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김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첫 희생자의 신용카드 사용 때 CCTV 화면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범인을 빨리 검거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처음 현금인출시 CCTV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사건이다.
CCTV에 대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권적인 문제도 생명 앞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다. CCTV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경찰관계자는 “특히 우범지역이나 사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물에는 CCTV 설치와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민권 기자(reporter21@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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