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체계적인 학교안전망 구축 계기로 삼아야
분노와 한탄, 자조보다 차분하게 개선책 마련하길
[보안뉴스 권 준] 지난해 연말부터 해를 넘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게 바로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이 아닌가 싶다.
이 사건을 통해 그간 어른들의 뇌리에서는 잠시 잊혀졌던 일명 왕따, 즉 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 문제와 학교폭력의 심각성 및 폐해를 온 국민이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됐고, 중학생들의 잔인성과 몰염치함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화살은 가해학생들은 물론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성토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러한 방향은 예전에 발생한 비슷한 사건들과도 궤를 같이 한다. 결국 가정 및 학교교육이 똑바로 서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하다가 잠잠해지고, 또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도배됐다 다시 사그러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가정교육의 부재나 학교 내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꽤 오랜 기간 한국 교육의 핵심 아젠다로 논의되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노력해야 할 숙원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학교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보다 세부적인 대책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이렇게 모아진 대책들이 서둘러 시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학교내 폭력·왕따 예방 위해 CPTED 적극 활용해야
그럼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금보다 마음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제대로 된 학교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할까? 우선 현재 초·중·고교 건물설계 구조를 파악해서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 설계를 뜻하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학교안전망 구축에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최신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셉테드 기법이 조금씩 도입되고 있는 추세인데, 이를 학교안전망 구축방안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CPTED 전문가는 “가령 학교 내 설치돼 있는 CCTV의 위치를 면밀히 분석해서 학교폭력이 자주 일어나는 지점으로 설치위치를 변경한다거나 학교 내 취약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순찰활동을 펼치는 등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위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관리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신축하는 학교건물의 경우도 셉테드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학교내 휴대폰 사용·관리 가이드라인 필요 지적도
이와 함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고 오는 휴대폰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합리적인 관리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자살한 중학생에 게 가해 학생들이 지속적인 문자폭력을 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몇 년 전부터는 악성 댓글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연예인 자살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악성 댓글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데, 이러한 댓글이 아닌 직접적인 문자폭력으로, 더구나 성인도 아닌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문자폭력은 아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초·중·고교별로 조금씩 기준을 달리하더라도 학교 내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관리 및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교육전문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학생들의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학생인권을 강화하는 추세로 볼 때 전면 금지가 힘들다면 학교 내에서는 위급한 상황 외에 가급적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일종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보안관 제도, 이름에 걸 맞는 역할 확대 요구
끝으로 현재 서울시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교보안관 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타 시도와 중학교까지도 도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학교보안관은 주로 학교 입구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아이들의 등하교 교통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듯 보인다. 그러나 학교보안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역할을 보다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운영실에서 주로 맡고 있는 학교 내 CCTV 모니터링 업무도 함께 수행하도록 하고, 학생들 간의 폭력사건이나 왕따 문제 등에 있어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학교보안관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보안전문가는 “미국에서 보안관은 한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면서 경찰과 동등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교보안관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이상 조금 더 강력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취할 수 있는 폭력적 행동들을 어느 정도 통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중학생 자살사건이 남긴 파장은 2012년에 접어들어서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분노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한 한탄, 그리고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들이다. 하지만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조금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이번 사건을 학교안전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희생이 더 이상은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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