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생태구조 체질 개선 위해선 보안업계 한 목소리 내야
[보안뉴스 김정완]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IT서비스업체는 패닉상태에 빠지는가 싶더니 IT업계 전반에 걸쳐 이번 조치에 대한 잇속 챙기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보안업계만이 묵묵하다. 아니, 전문 보안업체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환영을 하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다. 이는 SI 대기업들에 의존(?)해, 동종업계의 저가경쟁을 통해 어떻게든 공공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보안업계의 잘못된 생태구조가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여타 업계에 비해 잇속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보안업계가 아쉽다.
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그런 만큼 해당 대기업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외산 업체들만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역차별 논란이라거나, IT서비스 사업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앞길을 막는 조치라는 등의 이슈를 만들며 이해득실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SW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제한한다는 내용에는 국방·국가안보 등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인정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즉, 정보보안 사업 역시 예외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풀이될 수 있다.
이에 지경부 관계자는 “정보보안 사업과 관련해 불가피하다고 하면 예외로 인정해야 하겠지만 현재 보안사업과 관련해서 대기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내년 법 개정이 이루어질 예정인 만큼 그러한 예외 사항에 대해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안업계는 정보보안사업에 있어 대기업SI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에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보안업계는 기술경쟁력을 통한 시장 점유가 아니라 저가 경쟁을 통한 현상 유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그러한 밑바탕이 된 것이 현재의 SI를 낀 생태구조 때문이다. 물론 순간 이윤을 추구한 우리 업계 스스로의 잘못이 가장 크다”면서도, “이번 계기를 통해 보안업계는 좀더 큰 비즈니스를 보고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보보안 파수꾼의 사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보안 기업 역시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대기업 소속 IT서비스 기업의 공공시장 참여 전면 제한은 보안업계에도 그대로 일맥한다.
10년 이상을 유지해 오며 대한민국 정보보안 시장을 키워온 것은 풀뿌리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정보보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한계는 공공에 안주한 기업들의 책임도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게 한 업계 생태계의 구조적 잘못도 크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러한 생태구조에 대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가 보안업계의 잘못된 생태구조만을 개선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이에 대해 염두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보안업계는 한 목소리를 담을 필요가 있다.
설혹 정보보안에 있어서 대기업SI들이 예외적 허용이 되더라도 보안업계는 그러한 결과치가 최소한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IT는 다 빠지는데, 정보보안에만 SI들이 남는다면 현재보다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저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100억 규모의 정보보안 사업을 수주했더라도 이 사업을 구축·완료 할 수 있는 국내 전문 정보보안 기업이 몇이나 될까? 대기업들은 “국내 정부 사업의 수행 경험은 해외 진출시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정보보안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 성장성과 수출 잠재력이 높은 신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정보보안 산업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5~6년 전에는 몰라서 못했다 하더라도 이제는 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졌음에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정보보안 업계는 그러한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국내 정보보안 시장 규모는 작년 1조원을 겨우 넘겼다. 글로벌 보안전문기업 시만텍의 작년 매출은 6조원 이상이다. 시만텍과 같은 국내 정보보안 기업이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정부는 물론 보안업계 스스로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겠다.
[김정완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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