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저작권자살’ 이후에도 무더기 고소 계속...기소율은 1% 미만
[보안뉴스 김정완] 지난 2007년 로펌에 의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학생이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작권 보호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범죄자만 양산하는 규제인 저작권법은 개악이라며 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은 1일, 저작권자들의 의뢰를 받은 로펌들이 저작권법이 가진 저작권 보호 측면보다는 정해 놓은 가격을 합의 권유해 저작권 위반 사례를 마구 뒤져 마음대로 고소를 남발해 합의금만 챙기고 있다며 이를 지탄하며, 저작권법의 개악을 주장한 것.
최문순 의원에 따르면, 이들 로펌들은 초·중·고생들은 50~80만원, 대학생은 80만원, 성인은 100만원 등의 정해 놓은 가격에 합의를 권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로펌 4개의 합의금만도 16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한다. 특히 일부 로펌은 저작권자로부터 제대로 위임도 받지 않고, 공소권이 없음에도 저작권 위반 사례를 마구 뒤져 마음대로 고소를 남발해 합의금만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소위 ‘저작권자살’사건 이후에도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이용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정돼 오면서 저작물을 다운받아 게시하는 등 단순 1회성 이용까지도 처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2007년 이후에도 오히려 법무법인들의 집단 고소는 계속 늘어났으며,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고소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일부 법무법인이 합의금을 받아내기 쉬운 청소년과 대학생을 주 타깃으로 무차별 집단 고소를 남발했기 때문이란 것이 최문순 의원 측의 설명이다.
◇ 저작권법 위반혐의 고소당한 청소년 99.9% 실제 처벌받을 행위 하지 않아
또한 2009년 한 해 동안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고소당한 청소년 22,200명 중 정식 기소로 공판에 회부돼 재판을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고,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된 경우(구약식)도 단 17건으로 0.07%에 불과했다. 고소된 청소년 22,200명의 99.9%인 22,183명은 혐의가 없거나 미미해 불기소 처분된 것. 결국 99.9%의 청소년은 실제로 처벌받을 행위를 하지 않았으나,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받게 된 셈이다.
영리목적 없는 단순한 펌, 단 한번의 게시만으로도 고소를 당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 위주의 현행 저작권법과 이를 악용해 합의금을 챙기려는 일부 로펌들 때문에 벌어진 일로 사건이후에도 이러한 폐단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최문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2008년부터 저작권 침해사건이 급증한 이유는 세계 제일의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으로 누구나 쉽게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며, 이와 아울러 권리자가 저작권을 중요한 재산권으로 인식하기 시작해 법무법인을 통해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자에 대해 고소를 진행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 과도한 규제...고소 남발해 청소년 자살 등 사회문제만 낳아
과도한 규제로 인해 로펌의 청소년에 대한 고소가 남발해 청소년이 자살하는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오히려 2009년 법개정으로 다시 한 번 이용자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기존에는 포털 등 서비스제공자들에게 불법컨텐츠를 ‘삭제’할 의무만 주어졌으나, 2009년 7월부터는 저작권법이 개정됨에 따라 ‘게시물 삭제’는 물론 이용자에 대한 ‘계정정지’, 해당 게시판에 대한 ‘게시판 정지’까지 의무의 범위를 확대해 서비스제공자를 통한 이용자 규제가 대폭 강화됐으며, 시행이후 지금까지 1년 동안 약 6만 5천 건의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이에 최문순 의원은 문화부장관은 포털 등 사업자에게 ‘경고’, ‘삭제’, ‘계정정지’, ‘게시판정지’를 시정조치 ‘명령’할 수 있고,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포털 등 사업자에게 ‘경고’, ‘삭제’, ‘계정정지’ 조치할 것을 ‘시정권고’할 수 있는데, 이는 위원회의 경우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지만 이행률이 99.9%에 달해 사실상 ‘명령’에 가깝다. 사업자는 조치이행에 대한 결과를 저작권위원회에 통보해야할 의무가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가 장관에게 시정명령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행율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문순 의원은 “이용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국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며 “불법저작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의 저작권법을 강화한다고 해서 불법 저작물의 유통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며, 지금도 해외사이트를 통해 쉽게 국내 저작물을 찾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법, 위축효과로 온라인상 저작물 이용 자체를 줄어들게 할 수 있어
또한 최문순 의원은 이용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온 우리 저작권법은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와 국내 온라인상 저작물의 이용 자체를 줄어들게 할 수 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예 인터넷을 통한 저작물 이용자체를 외면하게 만들어, 출판, 영상물 등 컨텐츠 온·오프 전체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저작권 시장을 오히려 축소시킬 것”이란 것.
즉 최문순 의원은 “실제로 강화된 규제를 피해 관리와 제재가 어려운 해외사이트로 유통 경로가 이동하고 있고, 규제가 어려운 해외사이트로의 이동은 온라인상 불법 저작물 유통에 대한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결국 불법 저작물 유통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합법적인 이용까지 위축시켜 결국 저작권자들의 이익에도 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법 개정안, 이용자 규제 더욱 강화만...고민 없는 개정안 폐기해야
아울러 최문식 의원은 규제 일변도의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올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문방위에 회부된 ‘저작권법’ 정부 개정안은 오히려 이용자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안을 보면, 개인의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시에도 이용자가 이용하려는 복제물이 저작권을 침해해 복제된 것임을 안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있는데, 즉 앞으로는 업로더 뿐만아니라 개인이 비영리적 목적으로 인터넷 등에서 콘텐츠를 내려받는 다운로더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는 것.
이에 최문순 의원은 “저작권자들이 저작권법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적극 찾고, 이용자들은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사용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저작권의 보호를 위해 이용자를 규제하는 현재의 방식은 저작권을 보호하지 못할뿐더러, 고소의 남발로 이용자의 피해만 키워왔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또다시 불법 업로더 뿐만아니라 다운로더까지도 처벌하겠다는 현 정부 개정안은 지금까지 나타났던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개정안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문순 의원은 “정부의 강제적 규제보다 ‘시장’의 자율에 맡겨 오히려 이용자와 저작권자간의 win-win 전략을 찾아낸 것처럼 우리도 규제 일변도의 저작권 보호 정책에서 벗어나 이용활성화를 통해 저작권자들에게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정책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저작물이 활발히 이용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하는 것이 저작권을 보호하고 저작권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바람직한 방법인지, 꽁꽁 싸두고 훔쳐보면 잡아가겠다고 위협해 결국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저작권법 개정안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완 기자(boan3@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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