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풀어보는 위폐감별이야기
갈수록 늘어나는 위·변조지폐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위폐를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등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필자는 우선 관련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물론, 처벌을 무겁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따른 성과는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혹 그것이 단기적인 것에 그친다 할지라도 위·변조지폐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한 것이니까….
현재 국내 형법상 위·변조지폐를 제작하다 적발될 경우 무기징역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혹자들은 “이정도 형량이면 충분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변조지폐의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현재의 형벌은 다소 약하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내 위조지폐 관련 법규의 허점
무기징역이나 2년 이상이라는 형량의 기준은 위·변조지폐를 직접 제작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어 또 다른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실정상 제조범보다는 위폐를 유통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형량은 법에 명시돼 있는 것보다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위·변조지폐 유통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다시 말해 이와 같이 법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국내의 불법적인 유통단체들로 인해 위·변조지폐는 갈수록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상 말해왔지만 위·변조지폐의 위험성은 단순히 위조된 지폐의 직접적인 피해자만을 양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과 국가이미지 훼손, 경제적 손실 등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렇듯 위·변조지폐가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이미지 훼손을 불러오는 위·변조지폐
우선 위·변조 지폐의 유통이 늘어나게 되면 국가의 이미지 자체가 추락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사회적으로 만연되다시피 한 위·변조지폐를 차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인데, 그들이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택시운전기사들에게 위·변조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소형 위폐감식기를 항상 휴대하도록 한 것이다.
일단 현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접할 수밖에 없는 택시운전기사들에게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의 효과는 보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여행객들에게는 이런 장면은 그리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여행 중에 이런 광경을 접하게 되면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런 과정 자체를 자주 접하게 되면 중국 택시기사들의 모습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전체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고, 결국 중국은 ‘지폐까지도 가짜가 만연한 나라구나’라는 생각에 왠지 불안한 나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행객들도 이러한 인상을 받을 진대, 하물며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려는 사업자들에게는 그런 중국의 이미지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법의 무서움을 보여야 할 때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 외국화폐감식전문 서태석 부장
국내도 위·변조지폐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중국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러나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한 정부에서 신권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위·변조지폐의 근절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필자가 지면을 통해 누누이 말해왔듯이 신권이라고 해서 위·변조지폐의 만능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신권에 대한 적응기간만 끝낸다면 위폐범들에게는 신권정복(?)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즉, 신권에 대한 위·변조지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위폐범들에게 가장 큰 표적이 되고 있는 미국의 달러 같은 경우는 지폐자체도 정교하게 제작되고 있지만, 위폐범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제작-무기징역, 유통-15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천 달러 이상의 벌금)도 무겁게 해 위폐제작이나 유통이 상대적으로 큰 범죄라는 것을 범죄자들은 물론 국민들 스스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인 타격을 감안한다면 위·변조지폐를 제작하든 그것을 고의적으로 유통한 사람이든 똑같이 무거운 형벌이 내려져야 한다. 형벌이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더 무거워진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국내 위·변조지폐 브로커들의 수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위조지폐 관련 법규
▲ 형법
제207조(통화의 위조 등)
① 행사할 목적으로 통용되는 대한민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행사할 목적으로 내국에서 유통하는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 행사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통용되는 외국의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위조 또는 변조한 전3항 기재의 통화를 행사하거나 행사할 목적으로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그 위조 또는 변조의 각 죄에 정한 형에 처한다.
제208조(위조통화의 취득)
행사할 목적으로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제207조 기재의 통화를 취득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09조(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부과)
제207조 또는 제208조의 죄를 범하여 유기징역에 처할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210조(위조통화 취득 후의 지정행사)
제207조 기재의 통화를 취득한 후 그 정을 알고 행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11조(통화 유사물의 제조 등)
① 판매할 목적으로 내국 또는 외국에서 통용되거나 유통하는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에 유사한 물건을 제조,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물건을 판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제212조(미수범)
제207조, 제208조와 전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213조(예비, 음모)
제 207조 제 1항 내지 제 3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 외국화폐감식전문 서태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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