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덕의 보안 다반사-7] 나무의 전략에서 배우는 보안의 지혜

2025-10-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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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방어, 복원력, 정보 공유...나무의 생존방식이 사이버 보안 세계에 주는 교훈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로 인해 ‘보안’이 이제 전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보안뉴스>는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김정덕 명예교수의 연재를 통해 일상과의 비유를 바탕으로 보안의 여러 이슈를 짚어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보안 패러다임과 지속가능한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연재목차 Part 1. 보안 다반사- 보안, 일상과 비유에서 길을 묻다]
1. 골프 지혜로 배우는 사이버 레질리언스
2. 케데헌 현상에서 배우는 사이버 보안문화
3. 트럼프발 ‘각자도생’ 시대, 한국의 디지털 안보 전략은?
4. 자전거 라이딩과 사이버 보안
5. 불꽃야구로 본 사이버 보안
6.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7. 나무의 전략에서 배우는 보안의 지혜
8. 기술중독, 사이버 보안의 새로운 위협
9. 워렌 버핏에게 배우는 사이버 복원력 원칙
10. 내면의 방패, 마음챙김
11. 따뜻한 보안교과서, 육아
12. 손흥민의 리더십과 사이버 보안
13. 의학 3.0시대, 보안의 새로운 지평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숲길을 걸을 때면, 개별적인 나무가 모여 거대한 군락을 이루는 장엄한 모습에 감탄하곤 합니다. 땅에 깊이 뿌리내려 그저 햇빛과 비를 맞으며 살아가는 듯 보이는 나무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위협에 맞서는 치열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는 바로 식물입니다. 한자리에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는 숙명은 역설적으로 주변 환경에 기민하게 적응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나무의 생존 방식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이버 보안의 세계에 놀라운 통찰과 교훈을 줍니다.


[자료: AI Generated by Kim, Jungduk]

껍질, 잎, 그리고 방어의 지혜
나무의 가장 바깥을 감싼 두툼한 껍질은 해충의 침입이나 외부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견고한 1차 방어벽입니다. 잎사귀 또한 미세한 털이나 왁스층으로 덮여 있어 병원균이 쉽게 자리 잡지 못하게 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나무는 곤충의 공격을 감지하면 즉시 천연 살충 성분이나 소화를 방해하는 타닌(tannin) 같은 화학물질을 생성하여 자신을 방어합니다. 이처럼 물리적·화학적 방어체계를 다층적으로 갖춘 나무의 전략은 오늘날 사이버 보안의 핵심 원칙인 ‘심층 방어(Defense in Depth)’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는 우리가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단순한 비밀번호 하나에 의존하는 대신, 외부 침입을 막는 방화벽부터 악성코드를 탐지하는 백신, 사용자를 확인하는 다단계 인증, 그리고 최후의 보루인 데이터 암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보안 장치를 겹겹이 두는 것이 바로 나무의 지혜를 닮은 보안입니다. 어느 한 계층이 뚫리더라도 다음 방어선이 위협을 막아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나무도 소통한다! 숲의 비밀 네트워크
관점을 숲 전체로 넓혀보면 나무의 지혜는 더욱 깊어집니다. 놀랍게도 땅속에는 ‘우드 와이드 웹(Wood-Wide Web)’이라 불리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펼쳐져 있습니다. 나무의 뿌리와 땅속 균류가 서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주고받고, 심지어 해충이 나타나면 위험 신호를 공유한다고 합니다. 한 나무가 병에 걸리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 나무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이웃 나무들은 미리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 모습은 사이버 보안에서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기업이나 기관이 해킹을 당했을 때, 그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야만 유사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혼자만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다가는 숲 전체가 병들 듯, 사회 전체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업과 기관, 국가 단위의 위협 정보 공유 네트워크가 활발히 운영되어야 합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힘과 복원력
나무는 환경 변화에 놀라울 만큼 유연하게 적응합니다. 겨울이 오면 잎을 떨궈 에너지를 아끼고, 가뭄이 들면 뿌리를 더 깊이 뻗어 물을 찾습니다. 또한,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진 숲은 특정 병충해가 발생하더라도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복원력(Resilience)을 가집니다.

반면, 단일 수종으로만 이루어진 숲은 한번 병이 돌면 속수무책으로 파괴될 위험이 큽니다. 이는 특정 시스템이나 솔루션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단일 지점 장애(Single Point of Failure)’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여러 제조사의 보안 솔루션을 조합해 사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복구할 수 있는 계획과 태세를 갖추는 것, 이것이 바로 건강한 숲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지혜입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지털 생존법
우리는 흔히 첨단 기술만이 사이버 세상을 지키는 열쇠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억 년을 살아온 자연의 생존 전략이야말로 최고의 교과서일지 모릅니다. 나무처럼 여러 겹의 방어막을 구축하고, 위험 정보를 이웃과 나누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대안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정덕 중앙대 명예교수 [자료: 김정덕 교수]
최근 국내 굴지의 통신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접하며, 올봄 눈처럼 흩날리던 이팝나무 꽃잎이 떠올랐습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도 한순간에 스러지는 꽃잎처럼, 견고해 보이는 우리의 디지털 시스템 역시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낍니다. 또한, “세상에 홀로 아름다운 생명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있듯,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 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무와 숲의 생명들은 그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이미 터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찬 바람이 부는 늦가을, 자연의 이치가 우리에게 평온함과 함께 엄중한 생존의 법칙을 가르쳐주듯, 이제는 보안 전문가부터 일반 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숲’을 함께 가꾸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글_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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