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업체 정도로 많이들 안다. 하지만 로지텍은 1981년 미 스탠퍼드대 유학파 출신 다니엘 보렐 등 3명의 청년이 의기투합, 로잔에 설립한 스위스 업체다. 현재 컴퓨터 주변기기 분야 글로벌 넘버원이다. 스위스증권거래소와 미 나스닥에 각각 상장돼있다. 작년 매출 48억5000만 달러, 우리 돈 6조7000여 억원을 기록했다.

▲대상국별 출원 현황 [자료: IP전략연구소·윈텔립스]
2025년 8월 기준, 로지텍은 전세계에 총 2327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국가별로 펼쳐보면, 미국이 1402건으로 전체 60%를 차지해 가장 많다. 그 뒤를 중국(602건)과 독일(185건) 등이 잇는다. 현재 로지텍의 해외마케팅 전략이 미국과 중국, 이 두 양대 시장에 초집중돼있는 이유를, 그들의 IP포트폴리오를 통해 확인한다.
미공개 구간(2024~2025)을 제외한, 최근 10년간 출원 추이도 따라가 본다. 분석 결과, 2021년 138건을 정점으로, 최근 들어 다소 소강 국면을 보인다.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이 갈수록 모바일 디바이스로 수렴되면서, 기존 레거시 제품 생산과 그에 따른 연구개발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단 걸, 로지텍의 특허출원 추이가 그대로 웅변한다.

▲최근 10년간 특허출원 추이 [자료: IP전략연구소·윈텔립스]
단지 특허를 덜 내는 것만으로 한 기업의 R&D 상황을 어림하는 건 다소 위험한다. 하지만 전에 없이 수년째 출원 추이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심미적 차별성을 늘 강조해온 로지텍 특유의 디자인 특허마저 동일 시점에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 섰단 건, 분명 이 회사 전체 차세대 개발 라인업에 어떤 형태로든 ‘변곡 포인트’가 발생했단 강력한 시그널이다.

▲최근 10년간 디자인특허 출원 추이 [자료: IP전략연구소·윈텔립스]
아래 사진은 로지텍이 최근 야심차게 출시한 ‘파워플레이2 무선 충전 마우스패드’다. 이 회사 공식 ‘특허 마킹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 제품에는 ‘입력 장치를 위한 무선 충전’을 비롯해 ‘무선 충전 시스템과 전력 전송 기능 증가 방법’ 등 총 3개의 특허가 촘촘히 적용돼 있다. 마우스를 패드에 올려만 놓고 있어도 자동 충전되는 신박한 방식에도 불구, 시장에 아직 경쟁 제품이 없는 이유. 바로 이같이 강력한 IP포트폴리오로 중무장돼 있었기 때문였다.

▲파워플레이2 무선 충전 마우스패드 및 관련 특허 [자료: 로지텍]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단 말 있다. 그만큼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신규성을 갖춘 특허를 내놓기란 어렵다. 그래서 로지텍도 기왕의 특허를 많이 인용한다. 때로는 이를 참고한 회피설계 등을 통해 선행기술을 피해 가곤 한다.
로지텍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기업은 어딜까? 이번 IP포트폴리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였다. 로지텍은 삼성전자의 선행특허 65건을 자사 특허출원시 인용했다. 다음으로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순였다. 이밖에 소니나 보스, 구글 등도 로지텍의 충실한 특허 선생님 노릇을 하고 있다.

▲로지텍이 인용한 선행특허의 출원인별 순위 [자료: IP전략연구소·그레이비]
아래는 지난 7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주변 장치와 서버 간의 신뢰 관계 설정’이란 특허다. 예컨대, 내 마우스나 키보드가 정말로 내 것이 맞는지, 남의 주변기기가 내 컴퓨터 시스템에 무단 접속하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한, 일종의 사이버보안 기술인 셈이다. 전형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 로지텍에겐 생경한 장르다.

▲‘주변 장치와 서버간 신뢰 관계 설정’ 특허공보 [[자료: IP전략연구소]
컴퓨팅 환경이 갈수록 무선 및 클라우드 네트워킹화 돼간다. ‘본체와 주변기기’라는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다. 주변기기라는 카테고리 정의마저 다시 써야하는 AI/클라우드 대전환의 시대, 로지텍은 또다른 챕터를 준비 중이란 걸,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유경동 IP전략연구소장(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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