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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의 글로벌 AI안보 전략-3] 한국의 AI 외교: 미·중 패권 사이, ‘실용적 균형’으로 돌파해야

2025-08-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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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 AI 액션 플랜과 WAICO 제안 이후, 한국이 선택해야 할 외교·안보 전략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은 AI를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며 독자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AI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한국은 기술 강국으로서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연재는 이원태 국민대 특임교수가 주요국의 AI 안보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동향을 조망하며, 한국이 AI 지정학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격주 연재를 통해 독자들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AI 리더십 확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보안뉴스=이원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前 KISA 원장] 지난 7월 26일 상하이에서 중국이 야심찬 선언을 내놨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계획’과 ‘세계 AI 협력기구(WAICO)’ 설립 구상이 그것이다.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표준·평가·라벨링·보안을 아우르는 완전한 ‘룰 세트’를 글로벌 무대에 수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자료: gettyimagesbank]

AI 지정학의 새로운 국면: 생태계 경쟁 시대
미국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지난 7월 23일 ‘AI 행동계획’을 통해 동맹국과의 정책 연동, 인프라 투자 확대, 안전연구 네트워크 구축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였다. 이제 AI 지정학은 단순한 ‘규제 대 완화’의 이념 대립을 넘어섰다. 누가 더 빨리, 더 넓게 작동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실질적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디에 서야 할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AI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AI는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데이터, 모델, 콘텐츠까지 모든 것이 연결된 ‘종합기술’이자, 동시에 국가안보와 가치관에 직결된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답은 단순한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실용적 균형’에 있다. 동맹은 강화하되 자율성은 지키고, 경쟁하되 협력의 여지를 남기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전략: 효율 혁신 + 대안 거버넌스
중국의 AI 전략은 교묘한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한 손으로는 국내 통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해외에서 자유로운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과 같다. 내부적으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반드시 표시를 하도록 하고 보안 표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당국의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외부적으로는 “서구의 AI 독점에 맞서 개발도상국들도 공평하게 AI 혜택을 누려야 한다”며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 손잡고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의 진짜 승부수는 ‘효율성 혁신’이다. 미국이 GPT-4나 클로드처럼 거대한 모델을 더 크게 만드는 ‘크기 경쟁’에 매달릴 때, 중국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우면서도 실용적이며 성능은 뛰어난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마치 미국이 대형 SUV를 만들 때 중국이 연비 좋은 컴팩트카로 승부하는 것과 같다. 최근 중국의 AI 모델들은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으로도 실제 업무에서 충분히 쓸 만한 수준의 추론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접근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OpenAI의 고가 모델을 쓸 여력이 없지만, 중국의 저비용 고효율 AI라면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패권에 맞선 남남협력”이라는 정치적 명분까지 더해져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AI 외교 전략 모색에 중요한 경고 신호다. 한국도 단순히 기술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나라들이 도입하고 싶어 하는 ‘매력적이고 실용적인’ AI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미국의 대응: 민주적 정렬과 풀스택 우위
미국의 AI 전략은 중국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중국이 개발도상국들과 “반서구 연대”를 구축한다면, 미국은 “민주주의 가치 동맹”으로 맞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맹국들과 함께 AI 안전성·평가·표준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NATO가 군사 분야에서 표준화된 무기 체계와 작전 교리를 공유하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민주 진영’만의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는 ‘풀스택 우위’ 전략을 구사한다. 엔비디아의 GPU,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그리고 OpenAI·앤스로픽의 AI 모델까지,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핵심 기술을 미국 기업들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적 정렬(Democratic Alignment)’이라는 기치 아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합을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 기술력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 체계에서 핵심 파트너로 대우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한국에게 달콤쌀쌀한 양면성이 있다. 좋은 면으로는 미국의 최첨단 AI 기술에 우선 접근할 수 있고, 글로벌 표준 설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반면 부담스러운 면도 크다. 미국 주도의 수출통제와 신뢰국가 체계는 중국과의 기술 교류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한국 AI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도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어 있으면 복잡한 규제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규정 준수와 시장 접근의 동시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규칙을 어기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될 위험이 있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에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주소: 강점과 약점의 동시 존재
한국은 AI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풀스택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풀스택이란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 생태계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역량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역량, 전국을 촘촘히 연결한 5G와 클라우드 인프라,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기업 문화, 그리고 최근 ‘주권형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통해 축적되는 AI 모델 개발 역량 등이 그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 제조에서 엔진부터 디자인, 조립,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완전한 생산 체계를 갖춘 것과 같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먼저 한국 기업들의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와 IT 서비스 수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미중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선택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 중심의 동맹 체계 내에서 규범적 압력도 커지고 있다. 수출통제나 기술 표준에서 미국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정책적 자율성이 제약받고 있다. 무엇보다 Open 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범용 AI 개발에서 근본적 한계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을 냉정히 분석해보면,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신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3의 길을 만들어가는 ‘실질적 거버넌스’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실용적 균형 전략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할 것인가? 한국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다음 6가지 대응방식을 제안한다.

실용적 균형을 위한 6가지 전략
1. 투 트랙 접근: 기술동맹과 자율성의 동시 확보

현재 한국은 미국과 AI 안전성 연구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 기술에만 의존할 경우 언제든 공급망이 차단될 위험을 안고 있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협력하면서도 자체 앱스토어를 병행 운영하는 것처럼 협력과 자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의 표준·평가·안전 연구 협력은 더욱 긴밀하게 하되, 국내 핵심 인프라에 도입되는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국가 테스트베드 → 조달 우선권’의 자동 연결 메커니즘이다. 한국형 벤치마크(K-벤치)를 통과한 모델과 서비스만이 공공부문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게이트키핑 전략으로, 이렇게 하면 외국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반드시 우리 기준을 맞춰야 하게 된다. 결국 동맹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기술적 자주권은 확보하는 ‘똑똑한 줄타기’가 가능해진다.

2. 대중국 관계: 위험관리 우선, 한정적 협력
중국은 AI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무조건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데이터 유출이나 백도어 위험 등 안보상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는 마치 맛있지만 알레르기 위험이 있는 음식을 다루는 것과 같아서 완전 차단보다는 안전장치를 갖춘 제한적 활용이 현실적이다.

따라서 중국의 라벨링·보안 표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수준의 최소한 대응만 하되, 정부와 핵심 인프라 영역에서는 중국산 AI를 ‘제한적 샌드박스’에서만 시험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는 중국산 AI를 완전히 격리된 테스트 환경에서만 돌려보고, 실제 중요한 시스템에는 연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데이터 이송 제한, 학습권 보호, 로그 제공 의무 등의 ‘계약적 안전장치’를 먼저 구축한 후, 제조업·교육·보건 등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분야에서만 단계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유지하면서 안보 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다.

3. 특화형 소버린 AI: 버티컬 도메인에서의 현장 우위
Chat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 모델에서 미국·중국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은 마치 종합격투기에서 체급이 다른 선수와 맞서는 것과 같다. 데이터 규모와 자본력에서 압도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축구에서 포지션별 최고 선수가 되는 것처럼, 좁고 깊은 영역에서는 소규모 투자로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한국은 국방·통신·제조·금융 등 핵심 분야에서 ‘현장 최고 성능(SOTA)’을 달성하는 버티컬 AI 개발에 예산과 인재를 좀 더 집중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 현장의 미세 결함 감지, 금융권의 실시간 이상거래 탐지, 군 무인체계의 자율 협력 등은 범용 모델보다 해당 분야에 특화된 AI가 훨씬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는 영역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추진 중인 ‘국가대표 정예AI 5팀’ 사업도 재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연구 성과 발표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방산 무인체계 협력, 제조 결함 감지, 금융 자금세탁 방지, 통신망 자율 운영 등 각 도메인별로 실제 현장에서 검증받고 바로 상용화될 수 있는 실증 과제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구실이 아닌 시장에서 통하는 진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4.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설계: 새로운 경쟁 우위 창출
현재 AI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응답 속도가 느리고 전기료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는 AI 시스템의 병목이 단순한 연산량보다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치 아무리 빠른 요리사가 있어도 재료를 가져다주는 속도가 느리면 전체 요리 시간이 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한국의 강점이 빛을 발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술을 활용해 모델-메모리-런타임을 통합 설계하는 ‘개방형 레퍼런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따로 놀지 않고 처음부터 함께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마치 스마트폰에서 애플이 자체 칩과 iOS를 통합 설계해 뛰어난 성능을 내는 것과 비슷한 접근이다.

목표는 명확하다. 토큰당 비용·전력 소모·지연시간을 동시에 줄이는 고효율 추론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 AI 서비스 업체들에게 패키지 솔루션으로 수출하자는 것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표준을 만들어낸다면, AI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는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5.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 K-Compute + K-Model 패키지
개발도상국들은 AI 도입을 원하지만 막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과 기술 복잡성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자국 기술 생태계에 종속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미국은 고비용 구조 때문에 이들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여기서 차별화된 접근이 가능하다. 저비용 GPU 임대, 경량 맞춤형 모델(오픈소스, 오픈웨이트 포함), 안전 가이드라인·교육·운영 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턴키 솔루션’을 ODA·수출금융과 연계해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한국형 교통관리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현지 엔지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은 중국처럼 종속을 강요하지도 않고, 미국처럼 비용 부담을 주지도 않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기술 자립도를 높이면서도 합리적 비용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 된다.

6. 다자협력 플랫폼 구축: AI 규범외교의 교량국
현재 각국이 저마다 다른 AI 안전 기준과 평가 방식을 개발하고 있어 기업들은 국가별로 중복 인증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해 라벨링·출처 추적·보안 평가의 최소 공통분모를 APEC·OECD·ISO/IEC 등 기존 다자기구를 통해 ‘상호인정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테스트베드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은 AI 모델이 싱가포르나 호주에서도 간소한 절차만으로 승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테스트베드 합격 = 해외 간소 인허가’의 연결고리를 구축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쉬워지고, 외국 기업들도 한국을 거쳐 아시아 시장에 진입하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오히려 ‘AI 규범외교의 교량국’ 역할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실행력 확보를 위한 국내 혁신 과제
물론 이상의 실용적 균형 전략이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기반 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비즈니스형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GPU만 대량 구매해 놓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창고형 운영’에 그치고 있다. 우리는 국산 가속기 시범 적용, 전력요금 특례, 장기 수요계약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설계해 민간 기업들이 실제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계약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AI 개발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가 데이터를 둘러싼 권리 관계의 불명확성이다. 데이터 소유권, 사용권, 재학습 권리와 함께 로그·편향성·품질 메타데이터를 포함한 ‘버티컬 데이터 표준’을 확립하고, 공공·민간 조달에 공통 적용해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평가 지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벤치마크는 전반적인 성능 점수에만 집중해 실무 현장에서의 유용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전체 평균 95% 달성”이 아닌, 각 도메인 ‘핵심 업무 100% 완수’ 및 안전성·감사 가능성·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실용적 평가 기준’을 도입해 진짜 쓸모 있는 AI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선택지는 ‘어느 편’이 아닌 ‘어떤 방식’

▲이원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前 KISA 원장 [자료: 이원태 교수]
중국은 ‘룰 패키지’와 ‘효율성 혁신’으로, 미국은 ‘상호운용성’과 ‘풀스택 인프라’로 AI 지정학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길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동맹 기반의 상호운용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내에서는 ‘특화형 소버린 AI’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설계’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상호인정형 평가·조달 체계’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경로’를 여러 나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몇몇 기업의 기술 경쟁이 아니다. 국가 운영 시스템의 핵심이자, 외교·안보·경제를 동시에 움직이는 새로운 인프라이다. 이제 승부는 ‘가장 큰 모델’이 아니라 ‘가장 현명한 외교와 설계’가 가를 것이다. 한국이 이 ‘실용적 균형’ 전략을 제도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시킨다면, 패권 경쟁의 파도에 휘둘리는 대신 파도를 설계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글_이원태 국민대학교 특임교수/前 KISA 원장]

필자 소개_
국민대학교 특임교수(정보보호·AI정책).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 등 역임.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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