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오픈AI 등 글로벌 AI기업...특허 중무장 혈안
[보안뉴스= 박병욱 아이피코드 대표(前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 “AI는 기본적으로 세계 공통의 툴(Tool)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상호간 기술침해 주장하지 않아요. 특허가 굳이 필요 없는 이유입니다.”
최근 만난 AI전문 기업 대표의 말이다. 오픈소스는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AI 개발 역시 대다수 기업간 분쟁의 위험이 없어, 특허가 그리 중요치 않다는 요지였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AI모델 기술의 활용과 개발에 있어 다른 주체들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건이 유지되는 한, 우리의 특허는 오직 방어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임을 약속합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 2022년까지 단 1건의 특허도 취득하지 않았다. 국내 AI 기업들 역시 상당수가 특허활동에 소홀하다. 괜찮은 걸까?

▲박병욱 IP코드 대표
먼저, 주요 글로벌 기업의 AI특허 보유 현황을 보자. IBM으로 지난 5년간 총 1591건의 AI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출원량 기준, 세계 1위다. 구글(1037건)과 MS(695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MS의 경우, 지난 2023년 오픈AI와의 협력 이후 AI 관련 출원을 40% 이상 늘이고 있다. 구글 역시 2010년까지만 해도 AI 특허출원이 거의 없었지만, 2016년 99건을 필두로 2023년에는 미국특허만 800건 넘게 출원했다. 구글은 생성형 AI 분야 전세계 특허 1위 기업이다.
이쯤되니 궁금하다. “특허를 방어용으로만 사용하겠다”며 호기 부리던 오픈AI는 어떨까?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지난 2022년까지 특허가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23년 처음으로 슬그머니 특허를 출원하기 시작했다. 이 해에만 21건을 출원했다. 미공개 구간이긴 하나 2024~2025년 역시 그 이상의 출원을 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오픈AI의 방어적 목적 사용 선언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상대방이 당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이나 법적 주장을 제기하지 않고, 그러한 절차를 개시하거나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을 돕지 않으며, 당사나 당사의 사용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 오픈AI에 특허권을 주장하는 순간, 방어적으로만 특허를 사용하겠다는 선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단 의미다. 오픈AI가 최근들어 특허를 다수 출원하기 시작한 것은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선언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고, 방어책이 공격술로 급변하는 경우도 많아, 우리 AI기업들도 항상 이러한 분쟁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2000년대 급격한 발전을 이룬 IT분야 역시 초기 발전단계에선 특허침해소송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특허소송도 그에 비례하여 급증했다.
AI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특허소송 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미국의 경우, 보유특허 관련 제조나 서비스를 직접 하지 않는 비실시기업(NPE)에 의해 더욱 많은 특허소가 제기되고 있다. AI 기업이 성장할수록 비실시기업발 소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AI기술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져 있다. 과거 우리 반도체기술 역시 미국과 일본에 뒤져 많은 진통을 겪어 왔는데, 그중 하나가 특허소송였다. 이처럼 특허라는 무기를 든 선진기업들은 언제든 우릴 향해 창끝을 돌릴 수 있단 걸 명심하자.
[IP전략연구소 (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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