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특허, 심플 디자인의 힘!
먼저, 그림 하나 보자. 지난 2014년 5월, 웨이모의 전신 구글이 출원한 ‘자율주행차량 내부’라는 디자인 특허의 대표 도면이다. 당시 구글이 생각한 자율주행차 인테리어는 이러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건 ‘대쉬보드’ 부분이다. 운전대와 각종 계기판 등이 사라진 자율주행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앞부분은 어떠해야 할까? 구글, 즉 웨이모는 이 공간을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처리했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무심하기까지 하다.

▲‘자율주행차량 내부’ 디자인 특허 대표 도면 [자료: IP전략연구소]
그 뒤 10년이 지난 2024년 1월, 이번엔 웨이모가 미 특허청에 ‘자율주행 차량용 다양한 내·외부 특징’이란 유틸리티, 즉 일반 기술특허를 등록한다. 이 특허의 공보상 34번 도면이 바로 내부 인테리어 모습이다. 10년 동안 그야말로 눈부신 혁신과 발전을 거듭한 자율주행차량 기술이다. 하지만, 그 내부는 크게 변한게 없다. 변할 수가 없었단 게 보다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용 다양한 내·외부 특징’ 특허 도면 [자료: IP전략연구소]
세기의 특허 소송전에서 삼성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애플의 디자인 특허 ‘모서리가 둥근 스마트폰’에서 알 수 있듯, 디자인은 심플할수록, 담백할수록 강력한 파워를 갖는다. 웨이모의 이 자율주행차 내부 디자인 역시, 이른바 ‘알박기 특허’로 꼽힌다. 여기에 화려한 디스플레이 등 각종 치장을 덧댈 순 있어도, 여기서 뭔가를 더 뺄 순 없다.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길. 그것이 바로 심플 디자인의 힘이다.
상표를 보다, 마케팅을 읽다

▲웨이모 상표 출원 현황 [자료: IP전략연구소]
웨이모의 포트폴리오에서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트레이드 마크, 즉 상표 라인업이다. 현재 웨이모는 ‘WAYMO’를 비롯해 △WAYMO DRIVER △WAYMO RIDER SUPPORT △WAYMOBILE 등 총 9개의 상표를 미 특허청에 등록해놓고 있다. 향후 부대사업 전개 양상에 따라, 언제든 해당 트레이드마크를 관련 서비스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웨이모의 중장기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율주행이라는 핫한 기술에 걸맞게, 웨이모의 특허기술은 여러 경쟁사들로부터 기술유출이나 침해의 대상이 되곤한다. 그 가운데 우버와의 억대 IP송사는 당시 실리콘벨리를 뜨겁게 달군 역대급 리걸 이벤트였다.
웨이모의 수석 엔지니어 안소니 레반도우스키는 자율주행의 핵심 라이다 특허기술을 훔쳐, 우버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라이다 비밀 설계도 약 1만4000건을 USB에 저장해 반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우버 측은 “해당 기술은 우리가 독자 개발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결국 양측은 미 특허법정에 만나게 됐다. 법원은 우버 측에 “해당 기술자료를 웨이모에게 돌려주라”는 중간 판결을 내린다. 트레이드 시크릿, 즉 영업비밀 침해를 일부 인정한 셈이다.
이러자 우버는 재판 개시 일주일만에 2억4500만달러, 우리돈 3000여억원 상당의 자사 주식을 웨이모 측에 넘겨주는 선에서 합의에 이른다.
지금까지 웨이모 이야기를 1,2편에 걸쳐 살펴봤다. AI와 함께, 미래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선택지 ‘자율주행’은 이처럼 많은 서사를 안고 있다. 첨단 기술에 기댈수록, 미래 기술이 현실화될수록, 결국 우리는 해당 특허에 천착할 수 밖에 없다.

[유경동 보안뉴스 IP전략연구소장(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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