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러닝 인구는 500만~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덩달아 관련 산업도 출렁인다. 한국의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원. 이 중 러닝화 비중은 25%로 1조원 가량된다. 올해는 40% 이상 커질 전망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와중에 정작 운동화의 대명사, 나이키 매출이 신통찮다. 나이키코리아 지난 회계연도(2023년 6월1일~2024년 5월31일) 영업이익은 395억원. 전년 동기(692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2조50억원으로 0.3% 빠졌다. 시장은 호황이라는데, 대표 플레이어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왜일까?
바로 신흥강자의 출현 때문이다. 러닝화 새바람의 선두주자, 온(On)의 돌풍 이유를, 그들의 특허를 통해 짚어본다.
알프스 특허 스피릿
온은 스위스 프로 철인경기 챔피언 출신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지난 2010년 취리히에 설립한 러닝화 브랜드다. 트라이에슬론 대회 등에서 총 아홉번이나 우승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은퇴후 사업 구상하던 베른하르트는, 현역 시절 후원사였던 나이키를 제일 먼저 찾아가 협업을 요청한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 당한 그는, 여기서 굴하지 않고 공대 출신 친구 두 명을 합류시켜, 온만의 쿠셔닝 기술 ‘크라우드텍’이란 특허기술을 개발해낸다.

▲크라우드텍 러닝화 [자료: 온]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고 푹신하다’는 의미의 이 크라우드텍 등 온은 미국에 57건, 한국에 7건 등을 비롯해 전세계에 모두 184건의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등록 추이 역시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에는 54건으로 역대 최다 등록건수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6월초 현재 벌써 35건의 특허를 등록해놓고 있어, 작년 기록을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국별(왼쪽)·연도별 출원 현황 [자료: IP전략연구소]
그 가운데 김&장 법률사무소가 대리인으로 나서, 현재 한국 특허청에서 심사가 한창인 ‘채널 완충 기능이 있는 러닝화 밑창’이란 KR특허 하나 보자.

▲‘채널 완충 기능이 있는 러닝화 밑창’ 특허 공보 [자료: IP전략연구소]
기존 대다수 러닝화 밑창은 낮은 내구성과 불충분한 수평력으로, 만족할만한 충격 흡수가 이뤄지지 못하곤 했다. 이에 온은 상기 표면과 접촉하는 하부 표면에 부드러운 탄성 중창을 덧댔다. 또 상기 횡단 방향으로 연장된 다중 채널도 보강했다. 이에 따라 충격 흡수는 물론, 무게도 줄일 수 있도록 운동화 밑창을 특수 설계했다. 결론적으로 운동화 수평력의 충격 흡수와 밑창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단 게 이 특허 핵심이다.

▲‘직물 구성 요소 제조 방법’ 특허 공보 [자료: IP전략연구소]
온의 또다른 특허 하나 더 본다. 역시 현재 미 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직물 구성 요소 제조 방법’이란 US특허다. 발명의 명칭 그대로, 직물 요소, 즉 신발 갑피를 만들 때 적용되는 기술이다. 기존 신발용 텍스타일 생산 방식은 높은 에너지 소비는 물론, 대량생산에도 한계를 보여왔다. 따라서 온은 텍스타일 생산시 열가소성 필라멘트를 적용, 다양한 형상과 특성을 가진 메쉬형 텍스타일 요소의 제조를 가능케 했다. 이에 직물 특성에 따른 공정시간 절감은 물론, 에너지 소비 역시 상당 폭 감소시켜 직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크라우드텍 밑창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처음엔 기괴하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직접 신어본 사람들 입소문을 타며 특유의 경량감으로 점차 인기를 얻게 된다. 바로 이 괴기스런 모양 덕에 크라우드텍은 착지시 충격 흡수율이 기존 운동화 대비 최대 30% 높다. 뛰어난 전방에너지 전환 능력은 온의 제품 라인업을 러닝화에 그치지 않고 테니스화, 평상화 등으로 확대시켰단 평가다.
기술에 진심, 온
결국, 구슬도 꿰어야 보배. 아무리 좋은 기술도, 이를 받쳐줄 마케팅이 없었다면 지금의 온 역시 존재하지 못했다. 온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인플루언서 등에 기댄 화려한 마케팅은 지양한다. 대신, 첨단 특허기술을 뽑낼 수 있게, 자사 제품의 기능성에 촛점을 맞춘 이른바 ‘애슬래틱 마케팅’에 주력했다. 테스니 황제 로저 페더러가 이 회사 투자자이나 제품 제작자로 뛰어든 것만 봐도, 온이 기술에 얼마나 진심인지 할 수 있다.

[유경동 보안뉴스 IP전략연구소장(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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