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5년 “SKT 약관, 약관법 위반으로 무효” 판단
최민희 “불공정 약관은 고쳤지만 SKT의 책임회피는 그대로”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SK텔레콤이 과거 위약금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관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고객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약관법 위반 지적을 받고 자진 시정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유심(USIM) 정보 유출 사태로 5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료: 연합]
문제는 참여연대가 SK텔레콤 약관의 불공정성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약관에는 고객이 약정기간 중 계약을 해지할 경우 귀책 여부와 무관하게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서비스 변경이나 계약 위반이 사업자 귀책이라 해도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다.
공정위는 이 약관에 대해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약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며,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조항으로 약관법 제9조 제4호에 해당하여 무효이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SK텔레콤이 해당 약관을 자진 수정하면서 공정위는 별도의 시정명령 없이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법적 제재는 피했지만, ‘불공정 약관’이라는 판단은 명확히 받은 셈이다.
결국 SK텔레콤은 공정위 지적 이후 약관을 수정해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롭게 삽입했다.
그러나 위약금 논란은 10년 가까이 지나 유심 해킹 사태를 계기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이 SK텔레콤에 있음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10년 전 SKT의 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불공정 지적을 한 것은 이번처럼 회사의 책임이 명백할 때 회사가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라며 “공정위 지적으로 약관을 수정했던 SKT는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SKT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SKT의 뼈를 깎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한 소비자가 유심 재고 소진 및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 연합]
사실 SK텔레콤의 보안 사고 대처가 무책임하고 1회성의 회피 전략만 고수한다는 비판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SK텔레콤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20년 발생한 5G 품질 불량 집단소송 당시, SK텔레콤은 명백한 서비스 미흡 문제를 “망 구축 한계”로 변명하며 보상 요구를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소비자 불만을 외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 SK텔레콤을 비롯한 일부 이동통신사들의 소액결제 피해 논란에 대해서도 통신사 전반의 소액결제 피해 대응이 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점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SK텔레콤이 소액결제 피해 예방을 위해 고객이 소액결제 차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리 소홀’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보다 손쉽게 보안 사고 대응을 하도록 유도하는 ‘소비자 서비스 대응’은 미흡했단 평가도 나왔다.
이는 SK텔레콤측이 유심보호서비스 등 예방 조치를 취했으나 피해 발생 시 소비자 책임을 강조하는 이번 2025년 유심 정보 유출 사고와 비교할 때 ‘보안 관리’ 측면에서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소비자에게 보안 사고의 책임을 ‘일부’라도 전가하려는 행태는 1년에 조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의 ‘보안 투자’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유심 해킹 사태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초기에 개인정보 유출 사실조차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피해자 보호보다는 법적 책임 최소화와 이미지 관리에 초점을 맞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일 SK 최태원 회장, SK텔레콤 유영상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불러 SKT 해킹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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