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사이언톨로지교의 톰 크루즈 인터뷰 영상이 유출됨.
2. 교단이 지우겠다고 애쓰자 어나니머스가 검열이라고 발끈.
3. 디도스, 장난전화, 면세 혜택 항의로 이어지다가 흐지부지.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모든 검열 행위에 치를 떠는 자들이 있다. 어나니머스(Anonymous)다. 이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어나니머스는 곧바로 응징에 들어간다. 2008년 1월 14일, 어나니머스가 한 종교 단체를 겨냥해 보복을 시작했다. 이를 ‘채놀로지 프로젝트’(Project Chanology)라고 한다.
[이미지 = 위키피디아 Project Chanology 항목]
보복의 대상은 사이언톨로지교였다. 유튜브에 영화 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하는 인터뷰 영상이 하나 올라왔는데, 이 종교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었다. 그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사이언톨로지교인들뿐”이라거나 “약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해방시킬 권세가 사이언톨로지교에만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톰 크루즈가 해당 종교인이라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졌다.
그런데 이 영상을 공개한 게 사이언톨로지교 측이 아니었다. 교단에서는 누군가 원본 영상을 빼돌려 편집한 뒤 허가 없이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영상 제거 작업에 나섰다.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그래서 유튜브는 해당 영상을 금방 삭제했다. 그러나 일부 독립 언론사들은 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고커(Gawker)라는 웹사이트 주인장의 경우 “이 영상에 담긴 내용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어나니머스가 좋아하는 키워드들이 나왔다. 고커의 주장에는 “알 권리”에 대한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었고, 교단 측의 요구에서는 “검열”의 냄새가 났던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포챈(4chan)이라는 유명 커뮤니티에서 채놀로지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포챈이라는 이름에서 ‘chan’, 사이언톨로지에서 ‘ology’라는 글자를 따다가 합쳐서 chanology라는 프로젝트명이 완성됐다. 사이언톨로지의 검열 행위를 응징하자는 게 이 운동의 골자였다.
핵티비스트답게 처음에는 디도스 공격을 시작했다. 교단 주요 웹사이트들이 마비됐다. 어나니머스는 장난전화를 계속 걸고 팩스도 잔뜩 보내 사무실 업무도 중단시켰다. 1월 25일까지 웹사이트들에 대한 접속이 불가했다. 그러자 교단은 디도스 방어 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아 사이트를 복구시켰다. 어나니머스는 공격 수위를 높였고, 겨우 살아났던 웹사이트들은 다시 사라졌다. 그러면서 보도자료까지 내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유명해졌고,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어나니머스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시위가 촉발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언톨로지교 본부와 지부로 찾아가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나니머스는 이 종교의 흔적을 아예 인터넷에서 전부 삭제하겠다고 목표를 수정했다. 사이언톨로지교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이트들의 링크를 제보 받기 위한 사이트를 따로 개설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해커들의 장난 정도로 이 사건을 받아들였던 교단은, 어느 순간부터 어나니머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나니머스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사이언톨로지교가 세금 면제를 받는 것까지 건드렸다. 법적 근거를 찾고, 의회에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대신 각지의 시위는 다음 해까지도 이어졌다. 교단에서는 해킹 공격 혐의로 어나니머스의 멤버들을 고소했고, 실제 일부는 경찰에 연행되어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1년 넘게 유지된 채놀로지 프로젝트는 명쾌한 결론 없이 흐지부지 없어졌다.
하지만 법적 조치만으로 이 싸움이 마무리 된 건 아니었다. 여론의 움직임도 분명히 존재했다. 처음에는 어나니머스가 정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였는데, 나중에는 사이언톨로지교에 대한 동정론이 제법 나타났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는 어나니머스가, 정작 자기들이 적으로 지정한 상대에게는 발언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금은 모두에게 잊힌 사건이 됐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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