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보안]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먹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2025-01-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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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이익 삼성 앞설 전망
중국이 하이닉스 인수했다면 기술유출 컸을 것
산업보안은 기업과 국가의 미래 가르는 ‘안보 자산’

[보안뉴스 성기노 기자] 요즘 잘 나가는 기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밀려 만년 2위였으나 올해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제치고 연간 영업이익 선두에 설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하지만 자칫하면 오늘날의 SK하이닉스가 중국이나 다른 국가에 넘어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SK텔레콤이라는 거대한 캐시카우를 등에 업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TX를 따돌리고 3조 4천억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그룹 명운을 걸고 하이닉스 인수에 올인했을 때 반대하는 참모들도 많았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지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마저 제치고 업계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는 것을 보면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탄생은 단순히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만 행운을 가져다준 복덩어리가 아니다.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급부상을 막은 1등 공신으로도 꼽힌다. 만약 하이닉스가 중국 업체에 팔려나갔다면 지금쯤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휘어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SK의 하이닉스 인수는 사기업의 단순한 투자 성공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첨단기술과 기업이 중국에 휩쓸려 가지 않게 만들었던 든든한 방파제 구실을 한 셈이 됐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하이닉스가 다른 국가로 ‘유출’되지 않게 하려는 산업보안 관계자들의 ‘애국심’과 열정이 숨어 있었다.

“SK하이닉스의 생존 기록은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일종의 신화”
김민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업보안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2006년 10월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 그 ‘산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법은 한국의 첨단산업기술 보호를 위해 처음으로 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경제안보와 외국투자안보법‘을 출간하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이 제정되기 전만 해도 중국의 ‘먹잇감’이었다. 특히 2002년 중국 BOE그룹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 인수 사건과 2004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등은 해외자본의 투자로 인해 핵심기술이 유출된 뼈아픈 사례였다. 그 후 기술 유출 목적의 외국인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막을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이 태동했다.

김 교수는 SK의 하이닉스 인수를 국가 차원의 산업기술 유출 방지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공적자금 회수와 외자 유치 논리 등에 맞선 SK하이닉스의 생존 기록은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일종의 신화”라고 단언한다. 특히 그 신화는 국가정보원과 올바른 일부 공직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고한다.

2004년은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다. 포스코도 적대적 M&A의 대상이었다. 당시 산자부와 과기처의 일부 공무원들은 투자유치 등을 명분으로 산업기술보호법의 입법에 반대하고 있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그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센터의 일부 직원들이 뜻밖의 호소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삼성전자가 없는 한국, 포스코가 없는 한국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하이닉스 반도체가 매각되지 않게 나서 달라’며 해외매각이 가져올 기술유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금융계 등을 중심으로 ‘적자 기업은 팔아치우는 게 경제 논리’라며 하이닉스 ‘처리’ 주장이 온통 판을 칠 때 ‘해외 매각은 절대 안 된다’는 그들의 판단과 소신에 감동을 받았다(산업보안학 2022).

당시 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이 특정 국가로 넘어가게 되면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우려가 많았다. 김민배 교수도 해외 매각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리고 2006년 제정해 놓았던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해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항목을 일일이 제시하며 해외매각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SK하이닉스의 탄생은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산업보안 관련 종사자들의 애국심과 열정이 합쳐서 이루어진 산업보안의 ‘민관 합작’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 후 한국은 중소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을 추가로 제정해 보호대상 기술 등을 정하고 의무부과, 행위규제, 침해금지·처벌 등 보호방식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은 국가핵심기술(76개)과 국가첨단전략기술(17개)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 ‘국가 전략자산’으로 분류하고 그 유출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산업기술 유출방지와 국가 첨단기술 ‘보호’에 대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중국은 산업보안 분야를 전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산업보안을 ‘경제안보’ 개념으로 끌어올려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해외인재 영입프로그램인 천인계획).


[이미지=gettyimagesbank]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산업보안 분야에 대한 국가 컨트롤타워가 없다. 산업부 장관이 기술보호위원장을 맡아 주무부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수시로 내고 있지만 형량 상향 등의 미시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정에 기여한 김민배 교수는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업보안에 관한 한 미국, 일본처럼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산업보안실 같은 총괄 기구를 대통령실 직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가안보실 3차장이 경제안보 분야를 맡고 있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 산업기술 유출이나 첨단기술 보호 등을 주 임무로 하는 별도 조직을 대통령실 직속으로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국가첨단기술 확보와 그 보호에 관한 산업보안을 ‘안보’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과 동맹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동북아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 삼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반도체라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SK하이닉스을 중심으로 ‘반도체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고 그것이 한미 안보와 동맹관계를 더 돈독하게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사들이 47만명의 한국군과 함께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보안이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있다는 것을 SK하이닉스의 ‘과거’가 잘 말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의 인적 보안(Personnel Security) 의식이 어떤 지향점으로 더 나아가야 하는지를 SK하이닉스의 오늘이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산업보안 관련 종사자들의 어깨에는 개인의 업무수행과 함께 국가안보라는 또 다른 소명이 얹혀 있다.
[성기노 기자(kino@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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