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 윤 대통령, 떠밀려 받아들여야 하는 대통령 아니길
[보안뉴스 권준 편집국장] 3일 저녁 잇따른 송년 행사로 늦은 밤 귀가를 마치고, 습관처럼 유튜브 방송을 튼 순간 비현실적인 단어 ‘비상계엄’이 자막으로 흘러나왔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장한 표정으로 긴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3시간 동안의 짧은 정치드라마이자 해프닝이 시작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리고 국민들은 냉정했고 신속히 국회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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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낯설고 험한 말들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이어진 계엄군과 국회 보좌진들, 국민들과의 짧은 대치를 거쳐 오전 1시 1분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3시간 동안의 정치드라마는 짧게 마무리되고 맙니다.
윤 대통령이 새벽 4시 27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계엄해제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에 형식적으로 이뤄진 사실상의 ‘백기투항’과 다름없었습니다.
짧았던 정치드라마가 끝나고, 날이 밝은 후 외신을 비롯한 모든 언론은 이번 사태를 다루고 있고, 윤 대통령의 향후 거취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벌써부터 하야(자진사퇴) 시한을 못 박고 탄핵 카드를 꺼낸 상황입니다. 여기서 전직 대통령이 말했던 운명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윤 대통령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국회와 국민들에게 떠밀려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 아니라 이젠 자신의 운명을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아직 선택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간 국회와 국민들이 요구했던 특검 등 모든 사안을 과감히 수용하고 그간의 잘못된 정책 집행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걸 국민들이 받아들이냐는 차후의 문제겠지만, 윤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합니다.
[권준 보안뉴스/시큐티티월드 편집국장(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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