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관통하는 보안 소식] 2024년 8월 3주차, ‘Value’

2024-08-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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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단어...이란의 고민 깊어지고...세르비아에서는 기묘한 가치 충돌이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2024년 8월 3주차 <보안뉴스>가 선정한 키워드는 ‘Value’다. 여기 저기서 가치라는 말들이 남용, 오용, 혼용되고 있다. 각자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도 하고, 어느 쪽에 더 높은 가치를 둬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고 있기도 하다.

1. 요즘 식당 주인들 사이에서는
최근 미국 식당 사장님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단어가 있다. 브랜드에 상관 없이 홍보 문구들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데, 바로 ‘value’라는 것이다. 심지어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설명할 때에도 이 value라는 단어를 자주 동원한다고 다수 매체가 보도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실적이 줄어들고 주가가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각종 식당 소유주들이 할 수 있는 게 바로 가치에의 강조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예를 들어 지난 달 맥도날드의 투자자 회의에서 임원진들은 value라는 단어를 80번 가까이 언급했다고 한다. 파파존스, 염브랜즈, 버거킹 등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이 ‘value’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모든 외식업 회사들이 이 단어를 사랑하게 된 걸까? 결국 ‘돈’이 문제다.

미국 통계청에 의하면 평균 외식 비용은 2019년 6월과 비교해 27.2% 오른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팁 문화까지도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식사를 바깥에서 해결해봐야 돈을 잃는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실제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외식 가성비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는 게 일반 미국인들의 생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체들은 이 생각을 반전시키기 위해 ‘우리 식당은 높은 가성비를 제공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저렴한 할인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동시키도 했다. 결국 현재 식당 주인들이 사용하는 단어 value는 ‘가성비’라는 뜻이 되며, 그만큼 소비자들이 그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재 경제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매우 높으며, 여러 B2C 기업들이 미국에서는 ‘가격이 높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빈도 높게 접수하는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미국 의회까지 나서서 기업들에 가격 조정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애를 쓰는 모양새인데, 이는 미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게 다름 아닌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머니를 열어 돈을 써야 미국 경제는 유지가 된다. 중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서 경제적 문제가 생기고 있다.

IT 기업들도 일찌감치 가성비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대량 해고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고 선언해 왔는데, 이 역시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가성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혹자는 지금의 상황을 value economy 즉 ‘가치 경제’ 혹은 ‘가성비 경제’로 부르기도 한다.

2. 이란의 새 대통령
이란은 지금 기로에 놓여 있다. 그걸 세계도 알고 있고, 그래서 이란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치느냐 마느냐, 이란으로서는 세기의 고민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은 이란 영토에 머물고 있던 하마스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말리 하니예는 얼마 전 새로 뽑힌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에 머물러 있었고, 이스라엘 측은 그가 머무는 방에 이미 두 달 전부터 폭탄을 설치해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란은 자신의 영토에서 벌어진 이 사건에 큰 모욕감을 받았다. 심지어 자신들의 중요한 손님 중 하나가 목숨을 잃은 것이니 크게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 통치자는 이를 가벼이 넘기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이는 곧 보복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철천지 원수이긴 하나 서로의 본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하면 이란이 이스라엘의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이에 서방 세계가 이란을 만류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순간 이스라엘 역시 이란을 직접 타격할 것이고, 이는 현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확대된다는 뜻이 된다. 이란은 이날을 위해 중동 지역 내 여러 무장 세력들을 수년 간 후원해 왔었고, 이스라엘과 이란이 싸우기 시작하면 헤즈볼라나 하마스, 후티와 같은 세력들이 일제히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 뻔했다. 한 마디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휘말려든다는 뜻이다. 미국은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이란을 말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란 쪽으로 해군 함정을 이동시켜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은 아직까지 꿈쩍하지 않고 있다. 공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사안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이란의 새 대통령 때문이다. 페제시키안은 이번에 진행된 대선 후보들 중 유일한 ‘개혁주의자’였다. 이란에서 개혁주의자는 사실 ‘온건주의자’를 뜻한다. 하메네이의 강경함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사람이 보통 대통령이 되는데, 페제시키안은 조금은 덜 강경한 노선을 선호하는 인물인 것이다. 실제 그는 “지금 이스라엘에 보복을 해서 이란이라는 국가가 얻는 가치가 무엇인가?”라고 하메네이에게 질문하며 그를 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복을 했을 때 이란이 얻는 건 내부 강경파들의 지지다. 강경파들은 나라의 안위보다 서방 세계에 굴하지 않는 것을 우선시 한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은 이런 강경파들의 노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강경한 노선을 취하다가 세계 제재를 받아 경제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런 국민들의 불만이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어졌고, 그는 이란의 강경함을 보여주는 것보다 실리를 취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3. 이스라엘, 민간 시설 공격에 어떤 가치가 있나
하마스의 지도자가 바뀌었다. 신와르라는 인물로, 하마스 내에서도 극단적인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이스라엘 급습 작전을 기획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신와르가 원래는 하마스 대표로 뽑히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대표는 가자지구 내에 없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암살된 하니예의 경우 카타르에 망명자로서 거주하고 있었다. 신와르는 현재 가자지구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그럼에도 신와르를 대표로 임명한 건 하마스가 앞으로도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강경하다는 측면에서는 전혀 뒤질 것 없는 이스라엘도 이 하마스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신와르를 잡기 위해 매일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폭격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던 학교 건물과 사원들이 공격의 표적이 됐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는 다시 한 번 이스라엘에 손가락질을 하며 민간인들에 피해를 입히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 해리스 부통령도 “너무 많은 민간인이 죽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일까? 세계가 주구장창 이스라엘에 촉구하는 건 단 하나, 민간인 희생자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 건물이나 병원, 종교 시설을 이스라엘이 반복해서 공격하는 건, 하마스가 그런 민간 시설들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을 먹긴 하더라도 실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민간 시설들을 공략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하마스 요원과 중요 지도자들을 이 전술로 살해하거나 체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차피 이스라엘의 전쟁은 세계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하마스를 뿌리 뽑는 게 이들의 일관된 목적이었다. 그들의 전쟁터는 가자지구였지 여론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쟁을 고집스럽게 수행했다.

그러나 더는 아니다. 그런 무리한 전략을 사용해서 하마스를 정말로 뿌리 뽑고 인질도 구출하고 전쟁도 질질 끌지 않았다면 하마스가 민간 시설에 숨어서 이스라엘을 공략하다가 망했다는 여론이 있었을 수도 있다. 실제 전쟁도 이기고 여론도 챙기는, 이스라엘로서는 더없이 좋은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누가 봐도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도 전쟁 1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하마스를 뿌리 뽑는다’는 이스라엘의 목표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허황된 것처럼 보이는 그 목표 때문에 민간 시설을 폭격하는 게 더더욱 용납되지 않고 있다.

전쟁을 이기고 끝냈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민간 시설 폭격은 두고두고 화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면서 민간인만 폭격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으니, 이스라엘로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올바르거나 정확한 것인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민간 시설 폭격 전략으로 하마스도 못 끝내고, 그 전략 때문에 여론전에서도 한참 밀리고 있다.

4. 세르비아의 대형 환경 시위
세르비아에서 대규모 환경 집회가 열렸다. 수만 명 단위의 군중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단순히 일부 환경 운동가들이 극성을 떨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왜 갑자기 이곳 사람들이 환경에 민감하게 된 걸까? 세르비아에서 조만간 리튬 채굴이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에서 2004년 리튬이 풍부하게 발견됐고, 여기에 리오틴토(Rio Tinto)라는 영국-호주 계열 합작 광산업체가 달려들어 채굴을 시작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리튬은 요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광물이다. 배터리 제작에 꼭 들어가야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데 있어 꼭 필요하고, 전기 자동차는 기상 이변의 원인이 되는 지구 온난화를 더디게 할 주요 기술로 손 꼽히고 있다. 즉 리튬을 많이 캐내면 전기 자동차가 많아지고, 전기 자동차가 많아지면 지구의 온난화가 느려지게 된다는 뜻인데, 이 때문에 세계 여러 정부와 기업들은 리튬 찾아 캐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리튬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건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불공정한 경쟁을 막겠다며 중국 전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 중국과 유럽 간 신경전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리튬을 보유하고 있는 게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이 유리해 보이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세르비아에서 리튬이 나온다면 유럽으로서는 적잖은 힘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인들이 대거 거리로 나와 이 사업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역설적이게도 환경 때문이다. 채굴을 진행하면 주변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는 게 환경 운동가들과 시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수원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 이는 곧 세르비아 전체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시위대에서 나오는 중이다. 이에 세르비아 대통령은 “채굴을 해도 환경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채굴을 허가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적 가치가 있는 사업을, 환경적 가치 때문에 반대하고 있고, 그래서 환경적 가치를 증명해야만 사업을 허가하겠다는, 묘한 가치 충돌의 현장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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