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인데 어때, 사진 찍어서 보내줘” 미성년자 노리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

2024-05-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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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자기 촬영 방식 52.9%로 늘어...가해자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돼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가 아동·청소년 피해자 세뇌하고, 성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강력 처벌...AI 삭제 지원 프로그램·온라인 그루밍 안심 앱 지원


[보안뉴스 박은주 기자] 13.9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과 청소년들의 평균연령이다. 2017년 기준 14.6세보다 0.7세 어려졌고, 점점 더 어린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공간이 아동·청소년 성범죄 온상이 되고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 의뢰를 받아 분석한 ‘2022년 기준 아동·청소년 성범죄 판결 분석’에 따르면 3,736명의 피해자 중 16.8%가 성착취물로 인한 피해를 봤다. 특히 피해자를 유인하고 협박해 스스로 촬영하고 제작하는 ‘자기 촬영’ 방식이 52.9%로 높아졌다. 2019년에 비해 약 2.7배 높아진 수치다.

피해자 59.9%는 가해자를 아는 사람이라고 답했고, 그중 33.7%가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성범죄가 벌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가해자는 채팅 앱이나 SNS,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게시물이나 프로필을 통해 피해자를 물색하기도 한다. 디지털과 친숙한 시대인 아동·청소년은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을 만날 때 거부감이 비교적 적다. 더군다나 비대면 특성상 이름, 나이, 신분을 쉽게 속일 수 있어 접근 의도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가해자는 호의적인 태도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데, 이것이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범죄의 첫 단계다. △친구해 주기 △게임 아이템 선물 △미래에 대한 조언과 응원 △고액 알바 제시 등 피해자 욕구를 충족해 준다. 신뢰를 쌓아가며 친구 혹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때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걱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은밀하게 연락을 하도록 종용하고 관계를 비밀에 부친다.

그 다음 ‘노예 놀이할래? 야한 놀이할래?’라고 놀이나 가벼운 부탁을 빙자한 착취가 시작된다. 아동·청소년이 신뢰를 쌓은 대상에게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것을 악용해 피해자가 스스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게끔 한다. 가해자는 ‘사랑하는 사이엔 괜찮다’는 등 친분을 과시하며 신체 사진을 요구하는데, 그 수위를 점점 높인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그 자극에 덜 민감해지도록 세뇌하는 것이다.

만일 피해자가 거절하면, 연락하지 않겠다거나 지금까지 보낸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이렇듯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는 온라인을 통해 상대방 심리를 조종하고 길들여 성착취물을 자기 스스로 촬영하게 하는 악랄한 범죄다. 피해자는 스스로 사진이나 영상을 제공했다는 사실에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촬영은 귀책사유가 아니다. 본인이 촬영에 동의했더라고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한 가해자가 처벌 대상이 된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처벌 및 예방 현주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수입·수출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광고,·소개하는 경우,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되는데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온라인 그루밍 범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아청법 15조의2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 유발 대화를 지속하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성착취범 수사를 위해 경찰이 위장 수사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이처럼 아청법에 따라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관해 강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전국 최초, 디지털 성범죄 AI 삭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예방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 기술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 영상물을 자동으로 검출, 더욱 빠르게 영상물을 삭제하고 재유포를 막는 시스템이다. 아청법에 따라 아동·청소년 피해 영상물은 당사자나 부모 신고 없이 즉시 삭제할 수 있다. 따라서 AI 추적·감시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예방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지난 4월 25일부터 ‘온라인 그루밍 안심 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SNS 등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온라인 그루밍 관련 성범죄가 의심되면 앱 캡처 기능을 통해 증거 확보 및 피해 내용을 신속하게 접수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온라인 성착취 예방을 위한 정보도 제공한다. 접수된 사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초기 상담 및 정보를 제공한다. 필요에 따라 경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지원 기관과 연계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플랫폼 ‘디클(디지털세상을 클린하게)’을 운영해 초․중․고 학생과 교사 등 교육대상에 따라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예방 안전수칙
여성가족부에서 제시한 ‘아동·청소년이 알아야 할 디지털 성범죄 예방 안전수칙 7가지’에 따르면 첫째, 자신과 타인 개인정보는 함부로 인터넷상에 올리거나 전송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모르는 사람이 보낸 인터넷 링크나 파일을 클릭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악성코드 등 해킹 파일이 설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타인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지 말고, 전송하거나 시청하지도 않는다. 불법 촬영물을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

넷째, 타인 사진과 영상에 성적 이미지를 합성하지 않는다. 다섯째, 타인 사진이나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 여섯째, 잘 모르는 사람이 개인정보를 묻거나 만남을 요구하면 어른에게 알린다. 끝으로 촬영·유포·협박 등으로 두려움을 느낄 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 △청소년상담전화(지역번호+1388) △여성긴급전화(1366) 등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와 함께 수상한 메시지는 차단 및 삭제하는 것이 안전하며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내 달라고 할 때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다.
[박은주 기자(boan5@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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