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그룹, 핵무기 제작 위해 가상자산 해킹...4조 9,400억 갈취
[보안뉴스 박은주 기자]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인류 최초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로버트 오펜하이머(Oppenheimer Robert, 1904~1967)가 생전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이는 그의 삶을 그린 영화 ‘오펜하이머’를 관통하는 서사가 된다.
▲오펜하이머 스틸컷[이미지=네이버 무비]
시작은 독일 과학계에서 발견한 ‘핵분열’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에너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살상 무기의 등장을 예고했다. 또한 이 무기가 히틀러의 손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오펜하이머를 필두로 여러 과학자가 참여한 인류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미국 뉴멕시코에 모여 ‘가장 강력한 무기를 독일보다 빠르게 만들기’ 위한 실험을 거듭한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는 연합국으로 기울어지고, 1945년 히틀러가 자살하며 나치 독일이 몰락한다. 핵무기 개발의 이유가 사라진 것. 그러나 오펜하이머는 파괴적인 힘을 가진 무기를 보유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결과 트리니티 핵실험을 거쳐 우라늄 원자폭탄인 ‘리틀보이’와 플루토늄 원자폭탄인 ‘펫맨’이 탄생한다.
이 폭탄들은 각각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고, 도시를 초토화시키는 수준의 위력을 나타내며 저항을 계속하던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다.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되며 성공적인 과학자의 삶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라는 새로운 형국에 접어들게 된다. 소련에서는 미국을 견제해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RDS-1’을 개발한다. 이때까지 핵무기가 가져온 ‘전쟁억제력’이 사실상 의미를 잃고, 더 강력한 무기 개발 경쟁에 불이 붙게 된다. 인류는 결국 리틀보이와 펫맨을 더한 위력의 약 1,388배에 달하는 수소폭탄 ‘차르봄바’ 탄생을 마주한다. 결국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개발된 핵무기가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 된 것이다.
‘오펜하이머’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발생하는 부작용과 함께 과학과 윤리 사이 타협점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영화이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사이버 위협이 커지는 현재까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미지=gettyimagesbank]
무엇보다 핵무기 제작이라는 목표를 위해 사이버 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직이 있는데, 바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김수키·라자루스·템프허밋·안다리엘 등 해킹그룹이다. 2023년 글로벌 보안기업 맨디언트가 발표한 북한 해킹그룹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해킹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북한은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 해킹그룹은 가상자산 생태계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북한 해킹그룹으로 인한 피해액이 38억 달러(약 4조 9,400억 원)를 기록해 사상 최대 피해액을 경신했다. 특히 라자루스 그룹이 17억 달러(2조 1,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
미국 재무부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자금세탁, 테러 자금 조달, 확산 금융에 대한 국가별 리스크 평가 보고서’에도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갈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 로이터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이 보고한 비공개 보고서에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핵무기를 추가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 뉴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이버·신기술 부문 부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주최 대담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로 수십억 달러 가상화폐를 해킹하고 있다”며 대책을 강조했다.
최근 여러 전문가 사이에서 북한이 7년 만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2024년은 우리나라 총선 및 미국 대선 등 세계 곳곳에서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앞두고 있어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설날 연휴를 맞아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핵무기가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고,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북한이 사이버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되고 있는 이 상황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박은주 기자(boan5@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