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에드위나 피츠모리스 글로벌 고객 성공 책임, EY] 2023년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와 작가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서 콘텐츠 제작을 거부했을 때, 이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건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의 콘텐츠 생성 능력이 너무나 뛰어났기에, 인간 작가들과, 심지어 배우의 직업까지 인공지능이 가져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형 은행 한 곳도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을 혼합해 새로운 직원들을 교육한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두 기술만큼 적절한 게 없었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법도 통과시켜 어느 기업이든 인공지능 플랫폼을 근무 환경에 구축할 때 각종 편향성 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이 모든 사례들은 한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맥락이란,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결국 우리의 업무 환경을 크게 바꾼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이 재편성할 우리의 근무지는 다양성과 공정성, 포용성(DEI)이라는 가치를 기본으로 삼을 것이며, 이러한 가치들을 바탕으로 기업은 실질적인 이윤 증가를 누리게 될 예정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이상적이고 공정한 형태로 포용해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때 기업은 이전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혁신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 윤리 교육으로 이룰 수 없던 이 이상적인 일들을 기술로서 어느 정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DEI를 강화하고 편만하게 확장시키려는 노력은 이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 한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것이다. 세계은행은 현재 24억 명의 근로 여성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은 이러한 불공정한 처우가 개선되기까지 13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나이, 인종 등 차별의 요소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해소하려면 수백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DEI라는 윤리적 개념과 이 신기술들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까? 다음 몇 가지 항목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1) 편향성 : 인공지능은 편향성이란 위험 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기술이고, 이러한 점은 수많은 전문가들이 수년 동안 경고해 오기도 했다. 실생활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훈련되는 인공지능 시스템들은 인간이 가진 편향성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고, 또 충분한 안전망을 갖추지 않고는 인공지능은 편향성을 자연스럽게 탑재하게 된다. 이런 인공지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DEI를 추구한다는 건 점점 더 꿈만 같은 이야기가 된다.
반면 메타버스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했을 때, 가상의 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 - 경험을 넘어 삶까지 - 을 제공할 수 있다. 차별에 노출된 누군가의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편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실제로 살면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때 사람은 충격을 받게 되고, 기존과 다른 시야를 갖추게 된다.
편향성은 언어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무심코 채용 공고를 올릴 때에도 어떤 단어나 문장을 채택했느냐에 따라 특정 성별이나 인종, 연령대 인물들에 대한 차별성이 드러나곤 한다. 그러면 채용이 성공적으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하면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현존하는 대형 언어 모델 인공지능들은 편향성을 암시할 수 있는 단어나 표현들을 잘 짚어내고, 적절히 고칠 줄 알기 때문이다.
2) 접근성 : 불평등 혹은 불공정성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최근 포퓰리즘이나 국가주의, 사회 양극화, 연쇄 파업 등의 현상이 쉴 새 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불평등은 그저 윤리적으로만 나쁜 개념이 아니라, 실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지 않고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활용하면 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일까? 가장 먼저는 ‘디지털 격차’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라는 기술이 사회적 갈등과 불공정성에 대한 고려 없이 빠르게 보편화 되면, 누군가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남들은 손가락처럼 사용하는 도구이자 기술을, 누군가는 멀리서 구경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을 제대로 가동시킬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나, 가상현실 장비들은 꽤나 비싸다. 모든 집에서, 모든 구성원이 쉽게 사용할 만한 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이 새 도구들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격차 역시 점점 벌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사람들의 해고를 야기할 것이라는 것도 사회적 문제이며, 일종의 불공정성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인공지능 때문에 해고가 이뤄진 사례들은 적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만큼 인공지능은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럴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업무에서도 단순 반복적인 요소들을 제해줌으로써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깊이 있게, 그러므로 더 의미를 추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디지털 격차 문제를 다룰 수 있을까? 디지털 격차를 야기하는 중요한 요인 중 언어를 살펴보자. WWW의 콘텐츠 중 56%는 영어로 되어 있다. 영어에 익숙치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는 극히 적다고 봐야 한다. 접근성에 격차가 존재한다. 대형 언어 모델의 번역 능력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이러한 격차는 쉬이 해소될 수 있다. 영어를 못하는 직원들이 훨씬 더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고, 더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는 뜻이 된다.
신체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디지털 격차를 겪는 부류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수많은 장애우들이 신기술에 대한 접근은커녕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부터 큰 모험처럼 느끼고 있고, 이 때문에 일할 기회를 놓치곤 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실제 업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다면 보다 쉽게 출퇴근하는 것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들을 찾을 수 있게 된다.
3) 다양성 : DEI를 기업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추구할 때 가장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다양성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성장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의 시각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이것들이 어우러질 때 기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치고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상상으로만 이뤄지는 가설이 아니라,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다양성을 선포하고 추구하는 건 단순히 PR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프롬프트 창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경우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다양한 문장으로 구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면에서 재능을 갖춘 사람이, 어떠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신경학적 어려움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류가 어려워 회사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우리는 유능한 인공지능 활용가 한 명을 잃게 된다. 이런 사람이 메타버스를 통해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의 프롬프트를 보다 능숙하게 활용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는 편향성을 줄이고, 포용성을 높이며, 다양성 역시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자체가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더 수준 높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의 고려 없이 기술 향상만 끝없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정 반대의 현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점에서 이 기술의 발전상을 지켜보고, 개입이 필요할 때 개입함으로써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에드위나 피츠모리스(Edwina Fitzmaurice), 글로벌 고객 성공 책임, EY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