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 국가 경제안보 위협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범죄 처벌 강화 필요
[보안뉴스 박은주 기자] 인터넷·모바일 환경 확장으로 디지털 기반 생활이 보편화됐다. 디지털 환경에는 사이버 위협이 존재하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가 고도화되자 사이버 위협 역시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변하는 환경에 맞춰 안녕을 보전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치안 및 보안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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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치안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경찰의 치안정책 수립방향을 제안하는 ‘치안전망 2024’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소장 최종상)에서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범죄는 근 10년간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 9월까지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는 약 18만 2,000건에 달했는데,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3%p 증가했다. 성행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 사물인터넷 해킹
사이버 범죄 유형은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불법콘텐츠 범죄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로 구분된다. 올해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분야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공격 위협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일상에서 가정용 IP 카메라, 홈CCTV 등 IoT 기기 사용이 늘었고, 이를 악용한 사이버범죄 위협 역시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IP 카메라를 해킹해 얻은 불법 촬영물을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한 ‘n번방 사건’, 2021년 아파트 월패드 영상을 해킹해 다크웹에 판매한 ‘아파트 월패드 해킹사건’이 있다. 최근 중국 해커가 국내 IP 카메라를 해킹해 얻은 4,500개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사건이 <보안뉴스> 단독 보도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앞으로 유・무선 공유기, CCTV,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홈 서비스 등 IoT 기기 사용과 관련 서비스 상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정·중소 규모 사무실 등 보안이 취약한 환경일수록 해킹 위험이 사생활 유출로 이어지는 등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불법콘텐츠 범죄 : 사이버 도박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23년에 발표한 ‘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결과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2022년 매출 기준 약 102조 7,236억원에 달한다. 2020년 진행한 4차 실태조사 결과에 비해 약 21조 1,761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불법 온라인 도박은 사이버 공간의 특징을 기반으로 성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양상은 도박 수익 극대화를 지향하고, 지능화·조직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온라인 도박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경찰의 수사 단속과 국내외 유관기관 및 시민 공조 채널 강화가 중요하다. 경찰은 도박으로 얻은 범죄수익금을 철저히 추적하고, 몰수해 재범 의지를 차단하는 대응이 요구된다. 더불어 사이버 명예경찰로 활동하는 ‘누리캅스’ 등 사이버 민·경 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불법도박 피해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 : 사이버 저작권 침해
사이버 저작권 침해는 2021년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1년 2,423건에서 2022년 3,302건, 2023년 9월 기준 5,076건 발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6.4%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BTS,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수요를 넓혀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저작권 침해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불법 유포자는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해외에 대량 불법복제 서버를 두고 불법 유통을 저지른다. 일례로 2023년 OTT・지상파 방송 등을 무단으로 스트리밍하는 불법영상 유통 서비스 웹사이트 ‘누누티비’가 적발된 바 있다. 누누티비는 지난 4월 폐쇄됐으나 유사 사이트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사이버 저작권 침해는 경찰의 사후 수사를 통한 검거로 회복이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를 위한 피해 예방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 경제안보 위협 : 국가핵심기술 유출
첨단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주도권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와 동일시되며, 산업기술 분야 경쟁 우위가 국가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 철강 등 13대 분야 75개 기술로 산업기술보호법 등에 따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세계 각국은 저마다 번영과 생존을 위한 경제안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기술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첨단기술을 노리는 위협이 늘어났다. 우리나라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유출 전체 사건에서 해외 유출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10.1%, 2022년 11.5%, 2023년 14.4% 순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15년~2022년 8월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사건 판결문 52건을 분석한 결과, 기소된 111명의 피의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11명으로 9.9%에 불과했다. 반면 무죄 판결을 받은 인원은 29명(26.1%)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산업기술 유출범죄는 걸렸을 때 잃을 건 별로 없지만,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실패해도 해볼 만한 범죄’라는 인식이 산업기술 관련 잠재적 범죄자 사이에 팽배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2022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 TSMC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은 기술 유출범죄를 ‘간첩죄’로 처벌하는 등 자국의 ‘첨단산업 보호’를 법제화했다. 기술강국 미국은 국가핵심기술 등의 국외 유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형, 추징금은 최대 500만 달러(약 65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경제 간첩죄’ 신설 및 ‘국가핵심기술’, ‘국가첨단전략기술’의 국외 유출에 대해 구체적인 양형 규정 마련이 뒤따를 전망이다. 더불어 경찰청 홈페이지 내 ‘산업기술유출・방산비리 신고센터’ 개설을 통해 기술유출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거나 신고를 접수 받아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경제안보 확립을 위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국가핵심기술・방위산업기술・영업비밀 등 주요 기술의 해외유출사범 검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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