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첨단기술이라도 ‘선의’냐 ‘악의’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결과 드러내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클로즈업된 한 남자의 눈,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 그 사람의 이름과 나이, 직업이 요약돼 보인다. 건물을 보면 건물 명칭이, 자동차를 보면 차의 모델명과 출시년도가 보인다. 이 남자는 길을 걷다가 한 여자(아만다 사이프리드, 해커 이하 그녀)를 지나치는데, ‘신원미상-오류’라 뜬다. 의심은 했지만, 그냥 지나친다. 직장에 들어서는 경비가 그를 바라보자 ‘살 프리랜드, 46세, 1급 형사’라는 정보가 나온다.
▲영화 ‘아논’의 한 장면[이미지=넷플릭스]
주인공 살 프리랜드(클라이브 오언) 형사는 자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남자가 한 시간 전에 에테르에서 자살하는 것을 확인한다. 모든 사람들의 데이터가 모이는 초거대 네트워크 공간 ‘에테르(The Ether)’. 경찰청의 모든 공간에 컴퓨터나 사무기기는 없다. 경찰청 모든 업무도 에테르로 공유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하며 범죄를 해결한다. 미래의 어느 때,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본다’ 즉, 심안(Mind′s Eye)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다.
살 프리랜드가 심안을 이용해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녀가 피해자의 심안을 해킹해 기록을 조작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살 형사는 ‘그녀(해커)가 타인의 심안에서 자동으로 자신을 찾아 모든 흔적을 지우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추정한다. 어느 날 저녁, 살은 레즈비언 커플이 호텔에 머물고 있다가 함께 살해돼 현장에 달려간다. 하지만 피해자의 심안에 접속해 보 피해자가 아닌 살인자의 시점만 있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다. 그녀는 움직이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기록에 덮어씌워 ‘시점’을 ‘조작’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에 살은 증권회사 직원으로 위장해 그녀와 접선하기로 한다. 살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후 죄책감이 든다며 이를 지워달라며 다른 피해자들이 사용하는 다크 에테르 게시판에 사연을 올렸다. 이 같은 사연을 올리면 그녀가 먼저 접선하리란 생각에서다.
며칠 뒤 살의 심안에 “Anon : 안녕하세요, 솔, 뭘 원하죠?”라고 메시지가 오고 대면하게 된다. 그녀는 “원칙이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당신이 보라고 하는 것만 보고 다른 것은 안 본다”며 “날 화나게 하면 차라리 날 죽여달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해커는 살의 심안에 접속해 살이 일부러 만들어놓은 여자와의 만남의 기억을 지운다. 이때 옆 방에 대기하던 동료 경찰 레스터는 그녀의 심안에 접속하지만, 기록을 찾는데 실패한다. 경찰은 보안전문가인 사이러스 프리어와 사이버테러팀 등 지원 병력을 추가 배치한다.
살은 다시 코카인 3.75g을 구매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 그리고 심안에 접속해 ‘익명(아논)’을 찾는다고 글을 남기고 아논과 만난다. 살은 아논에게 “왜 이런 일을 하죠?” 그리고 “존재하지 않은지 얼마나 됐죠?” 질문을 이어가며 그녀의 비밀을 캐려 한다. 살의 범죄행위 기록을 지워준 아논은 홀로 살의 심안에 접속해 살펴보다가 그가 1급 형사라는 것을 알아챈다. 아논은 살이 모르게 밖으로 나오고, 옆 방에 있던 경찰 레스터를 찾아 죽이고 도망친다.
살 프리랜드는 동료를 못 지키고 아논을 놓친 책임으로 직무정지 및 가택연금을 당한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살에게 아논이 접속해 “술은 언제나 도움이 되지”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살은 그녀를 막겠다며 집 밖으로 나가는데 살의 눈에는 복도가 온통 불에 휩싸인게 보인다. 살은 아논이 불을 질렀다고 생각해 불길을 향해 총을 쏜다. 이웃이 총소리에 놀라 나와 살에게 안부를 묻고는 들어간다. 이 장면은 아논에 의해 살이 이웃을 쏴 죽이는 것으로 조작된다.
▲넷플릭스 영화 ‘아논’ 포스터[이미지=넷플릭스]
그는 총기까지 반납하게 되고 가택연금은 더 강화된다. 살은 그가 눈을 뜨고 보는 모든 것이 다른 경찰들에게도 보인다는 것에 착안해 눈을 감고 집 밖을 나선다. 집 밖에서 그를 감시하는 경찰도 심안에서 그가 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살 프리랜드는 벽을 짚어가며 집 밖으로 나오고, 경찰차 바로 앞에서 눈을 뜨고, 감시하던 경찰의 얼굴을 가격해 기절시킨 후, 아논의 집을 찾아간다. 곧바로 다른 경찰들이 살을 찾아내 그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살이 집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논이 살의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살은 “경찰이 앞에 지키고 있다”고 답하니 아논은 “곧 사라질거야”라고 답한다. 그리고 경찰 메시지를 해킹해 “경관 피격 사고가 발생했다”고 경보를 띄워 감시인력을 모두 움직이게 한다. 아논이 살의 집을 찾고, 사이러스 프리어도 살을 죽이려 아논의 집에 들어온다. 아논이 살을 마주하는 순간, 사이러스 프리어가 살을 총으로 쏜다. 그리고 사이러스 프리어는 아논에게 지금까지의 연쇄살인은 모두 자신의 짓이라고 자백한다. 이 말을 들은 살 프리랜드는 쓰러진 상태에서 사이러스 프리어에게 총을 쏴 제거한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살과 혐의를 벗은 아논이 다시 만난다. 아논은 “내 인생을 1초보다 작게 쪼개어 모든 사람의 기록에 무작위로 숨겨뒀다”며 “내 인생을 복원하려면 알고리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 프리랜드는 “당신의 직업은 비밀을 지우는 건데, 당신의 비밀은 뭐죠?”라고 묻는다. 아논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며 “뭔가를 숨기는 게 아니라 보여주고 싶은 게 없는 것”이라고 응한다.
영화 ‘아논’은 멀지도 어쩌면 가깝지도 모를 언젠가의 미래에 인간, 사물, 건물 등 유형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든 이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눈에 보이는 데이터가 모인 공간에 접속해 정보도 얻지만, 해킹 등을 통해 악용된다면 매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술의 양면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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