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이버전쟁의 시대, 통신보안과 사이버안보의 중요성 더욱 커져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지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은 지금까지 1,152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해 범죄도시3를 제치고 2023년 최고 흥행영화로 등극했다.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인 1979년 12월 12일 전두광 국군보안사령관(황정민 역)이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절친인 노태건 9사단장(박해준 역)과 함께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킨 12.12 사태를 모티브로 대한민국의 비극사를 담은 영화다. 1979년 12월 12일 19시부터 12월 13일 4시까지 9시간 동안의 국군 내 진압군과 반란군의 무력 충돌을 긴박한 상황으로 풀어낸 가슴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이 전두광을 중심으로 한 반란군에 맞서기 위해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사진=네이버]
‘서울의 봄’에서 그려진 12.12 군사반란 사건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국군내 사조직(하나회)의 정권 찬탈 욕망에서 비롯됐다. 사건 당시 전두광은 2개월여 전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10.26)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회의 리더였던 전두광은 정부와 군대의 모든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렇듯 정보를 독점하고, 끝끝내 반란군의 승리로 이끌게 되는 주요 소재가 바로 ‘도감청’이다.
남의 전화 통화를 엿듣는 행위 중 ‘도청’과 ‘감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어사전을 보면 ‘도청’은 대상의 동의 없이 비밀리에 대화나 통신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로 일반적으로 불법 간주되며 법적으로 처벌될 수 있는 정보 수집 방법이다. 이와 반대로 ‘감청’은 공개된 통신망이나 전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수집 대상이 의도적으로 노출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정보 수집 방법을 말한다.
그 당시 전두환이 이끌던 보안사령부는 도청과 감청을 총동원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진압군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파악해서 미리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전두광의 비서실장이면서 같은 하나회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문일평(박훈 역)은 군사반란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전두광과 노태건을 중심으로 하는 반란군에 대응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소장(정우성 역)을 중심으로 한 진압군의 모든 전화를 도청한다. 그리고 결국 12.12 군사반란을 성공시켜 반란군의 주역들은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오랜 기간 영화를 누렸던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사진=네이버]
이렇듯 1979년 12월 12일, 9시간의 반란으로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까지 올랐던 두 사람을 포함한 38명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 진압군으로 직무에 충성했던 22명으로부터 고소당했고, 결국 단죄를 받게 된다.
극중에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외치던 전두광. 반란에는 성공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1996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는 12.12 사건의 핵심인물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군사반란과 내란 등의 혐의로 사형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기 때문. 또한 법원은 1997년 4월, 12.12 사태에 대해 명백한 군사반란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도청’이 정보 전쟁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도청의 위험성은 미국 역사에 있어 가장 치욕적인 사건 중에 하나인 워터게이트 사건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리고 현재는 도청을 넘어선 사이버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사이버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젠 통신보안과 사이버안보가 국가 전체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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