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아이즈’ 가입, 성급한 가입보다는 5개국과 정보 공유 경쟁력 늘리는 것이 우선돼야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한국사이버안보학회(Korean Association of Cybersecurity Studies, 이하 KACS)가 8월 30일 서울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정보동맹과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한 제3차 KACS 국가전략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사이버안보학회 국가전략위원회가 제3차 KACS 국가전략포럼 개최했다[사진=보안뉴스]
KACS 국가전략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사이버안보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5개국이 맺은 정보동맹 협력체 ‘파이브 아이즈’의 협력 현황과 함께 추가로 가입이 거론되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 파이브 아이즈 가입이 주는 국가 차원의 이점 등에 대해 열띤 논의의 장이 됐다.
포럼은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KACS 김상배 학회장의 사회로 연세대 박재적 교수가 ‘파이브 아이즈의 이해’를, 단국대 유인태 교수가 ‘파이브 아이즈 차원의 사이버안보 논의’를, 한국국방연구원 이중구 선임연구원이 ‘미국 주도 정보동맹의 외연 확대론’을 주재로 발표했다. 2부에서는 전재성(서울대) 교수, 마상윤(가톨릭대) 교수, 전혜원(국립외교원) 교수, 신승휴(서울대) 교수, NCSC 과장, NCSC 국제전략담당관 등이 참여해 토론을 펼쳤다.
먼저 김상배 학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사이버안보학회가 4월에 창립총회를 열고, 5월에 법인등록을 마쳤으며, 이틀 전에는 국가정보원 사이버안보분야 전문기관으로 공식 등록됐다. 오늘 3차 포럼은 서방진영에서 이뤄지는 사이버안보와 연대,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소다자 형태로 진행되는 사이버안보 분야 협의체, 인도태평양만이 아닌 나토 중심의 협의체,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 등과 연계돼 사이버안보에 대한 국제협력이 필요한 가운데 동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9월에는 4차 포럼으로 중국의 사이버공격, 한중 관계, 미중 경쟁 등에 대해 논의하고, 10월에는 러시아의 사이버공격, 유럽과 러시아의 경쟁, 우리와 러시아와의 사이버안보 협력 등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라며, “학교 학생들과 ‘파이브 아이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우리말로 ‘오안동맹’으로 바꿔부르면 어떨까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신선했다. 우리도 ‘오안동맹’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국가사이버안보센터 과장은 “파이즈 아이즈에 속한 국가들과 한국의 국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파이브 아이즈가 신원정보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이제는 국익을 위한 사이버안보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파이브 아이즈 체계에서 국익에 필요한 안보 관련 사항을 얻고, 우리가 국제관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상배 학회장(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보안뉴스]
첫 번째로 연세대 박재적 교수가 ‘파이브 아이즈의 이해’를 발표했다. 박재적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맹 체계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미국은 첨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동맹들을 하나로 엮어 나가는데, 이에 대한 세 가지 축은 첫 번째는 파이브 아이즈, 오커스필러투(AUKUS Pillar Two)로 대변되는 최첨단 정보 공유, 두 번째 축은 한·미·일, 미·일·호 미사일 디펜스, 세 번째 축은 동남아 및 남태평양 국가에 대한 해양 능력 배양을 위한 정보 공유 등이다”라고 말했다.
박재적 교수는 “신원공유에서 시작된 동맹이 지금은 사이버안보, 첨단기술 보호 분야에서 연대하는 플랫폼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가 파이브 아이즈에 들어가느냐에 대한 논란이 된 건 굉장히 섣부른 생각이었다. 파이브 아이즈 가입보다는 조금씩 정보 공유에 대한 경쟁력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일 미사일 디펜스도, 우리가 나토사령부 영역에서의 군사훈련, 미국 사이버사령부의 사이버 플래그 등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국대 유인태 교수는 ‘파이브 아이즈 차원의 사이버안보 논의’에 대해 발표했다. 유인태 교수는 “과연 우리나라가 파이즈 아이즈에 가입할 의지가 있는지, 의지가 있다면 가입할 역량은 있는지 등 두 가지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고 가입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역량이 필요하며, 역량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의지도 필요하다. 사이버안보 관점에서 파이브 아이즈는 첫째, 기존에는 첩보공유 정도의 기능, 역할, 목표가 있었다면 이제는 외교, 정책, 사무 등의 이슈로도 확대되고 있다. 두 번째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파이브 아이즈 실체 폭로 이후, 비밀스러운 모임에서 벗어나 공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태 교수는 “파이브 아이즈 내에서 미국의 전략과 나머지 4개국의 전략이 상당히 유사해지고 있다. 또한, 사이버 억지, 사이버 작전, 공개 귀속 등 세 가지 이슈에서 다양한 제도와 기술이 재정비됐다. ‘사이버 억지’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억지로 레질리언스(회복탄력성) 개념을 끌어내고, 사전타격이 포함된다. ‘사이버 작전’은 공세적 사이버작전, 방어적 사이버작전으로 나뉘는데, 공세적 사이버작전의 중요성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공개 귀속’에서는 합법적인 공개귀속에서 위협 행위자는 타깃의 취약점을 더 파고들 수 있는데, 악의적 행위자의 역량 발전을 위한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악의적인 행위를 막고, 법적 제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이중구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국 주도 정보동맹의 외연 확대론’에 대해 발표했다. 이중구 연구위원은 “미국은 동맹국과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한미간 동맹이 강화되고 있어 파이브 아이즈의 한국 참여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시각에서 보면 기존 정보동맹 확대로 미국은 중국의 공세적 영향력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이 파이브 아이즈에 들어간다면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와 군사정보 수집 확대가 가능하고, 한·미·일간 의사소통 확대로 잠재적인 동맹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한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입장, 일본과의 관계 악화 등이 기존 5개국과의 인식 차이로 거론되고, 언어 및 문화의 문제로 인한 가입 우려도 있다.”
이어 이중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했을 때 예전 사드 배치 때와 같이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파이브 아이즈 가입을 위해서는 정보분야 공유 이외에도 사이버안보, 공급망, 정보작전, 등 관계된 다양한 부처간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파이브 아이즈에 가입했을 때는 기존의 미국의 국가안보국 등을 협력 상대로 하는 기관과는 또다른 새로운 정보기관을 창설해야 하고, 가입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3차 KACS 국가전략포럼에는 3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사진=보안뉴스]
김상배 학회장은 맺음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30여명이나 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다. 파이브 아이즈, 정보동맹 그리고 국제정치학 측면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 세미나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보동맹에서 국제정치학 측면에서 30여명이 세미나를 한 적은 역사에 없었던 것 같다. ‘파이브 아이즈’ 자체만이 아니라 여기에 내포된 다양한 함의를 갖는 것으로 이슈에 접근할 수 있어 뿌듯하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위치상 사이버안보와 관련한 이런 이야기를 계속 고민하고 토론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김영명 기자(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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