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IT 책임자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일은 무엇일까?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해고 통지라든가, 프로젝트 취소라든가, 가장 덩치 큰 고객과의 거래 종료라든가,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소식을 알린다는 건 아무리 나이가 지긋하고 경험이 많은 팀장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다.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면서도 너무 기계적이지 않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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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기술 업체인 센서스(Census)의 CEO 보리스 제입스(Boris Jabes)는 “나쁜 소식을 전할 때는 듣는 사람들의 고통이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짚는다. “상황을 최대한 간결하고 분명하게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안 좋은 일이 뒤이어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런 것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게 좋고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제입스는 덧붙였다.
맥킨지앤컴파니(McKinsey & Company)의 전 분석가인 킴벌리 타일러스미스(Kimberley Tyler-Smith)도 여기에 동의한다. “나쁜 일에 대해서 우리는 숨기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이게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닙니다. 최대한 처음부터 정직한 게 좋아요.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사실을 알려야 하죠. 어렵습니다만 처음에 소식을 잘 전해야 후폭풍이 조금이라도 약화됩니다.”
자산 관리 플랫폼인 아미스(Armis)의 IT 부문 수석인 제레미 리차드(Jeremy Richard)는 “소식을 전하면서 스스로 감정에 북받치지 않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할 태도”라고 짚는다. “같이 울어주거나, 같이 화를 내거나, 같이 실망하는 게 좋은 경우도 있긴 있습니다만 극소수입니다.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대부분 감정적으로 평안하고 상황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는 굳건한 태도를 보여주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기업용 도구 개발사인 코잉(COING)의 부회장 빌랴나 라키치(Biljana Rakic)는 “상황이 다 결정되기 전에 섣불리 알리는 것도 크게 조심할 일”이라고 말한다. “모든 정보가 입수되고, 상황이 완전히 확인된 후에 공개해야 합니다. 예상되는 바를 미리 알려봐야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시간을 끌어서 모두가 상황을 다 알게 된 후에 알리는 것도 현명하지 않습니다. 마치 뭔가를 숨기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거든요. 쓸데 없는 루머만 생산되고요. 즉 타이밍이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입니다.”
고통의 경감
타일러스미스는 “나쁜 소식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달 후 팀원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즉 회사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야 나쁜 영향이 장기화 되지 않고, 팀원의 사기도 금방 회복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더라도, 혼자서 자꾸만 곱씹다보면 부정적인 생각에 점령됩니다. 그러면 직장에 괜히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하는 일에 회의가 들 수도 있거든요. 나쁜 생각이 자꾸 퍼져가는 걸 막아줘야 합니다.”
당장은 상황이 압도적으로 커 보일 수 있는데, 그럴 때일수록(그리고 리더일수록)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의 핵심과 근간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라키치는 말한다. 그러면 소식을 듣는 사람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할 수 있게 되고, 어느 정도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너무 꼬치꼬치 세부 내용을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또 소식의 내용에 따라 스스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면, 잠깐 쉬어서 감정부터 다스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시간을 주어 역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직원용 포털이나 게시판, 사내 메신저, 업무용 이메일을 통해 소식이 전달되는 것은 최악 중 최악이라고 테크스택(TechStack)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다닐로 톨마초프(Danylo Tolmachov)는 강조한다. “나쁜 소식일수록 당사자를 직접 대면해서 알려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이면서, 당사자의 고통을 경감시켜 줄 방법입니다. 만약 코로나 봉쇄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온라인 회의와 같은 세션을 만들어 대화를 하는 게 좋습니다.”
살얼음판 같겠지만
제입스는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좋은 쪽으로 포장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오히려 신뢰만 잃게 한다”고 지적한다. “나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는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해결책은 정확한 정보로부터 나오고요. 상황을 좋게 풀어준답시고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면 오히려 나중에 상황 해결이 더 어려워지고, 당사자는 원망을 마음 속에 쌓게 될 겁니다.”
벌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축소시켜 보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즉 무슨 일이 벌어졌건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긍정적이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라키치는 “나쁜 소식을 포장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식의 전달자인 자기 자신이 나쁜 사람 혹은 잔인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겁이 나서”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은 보통 그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에 대하여 큰 관심이 없죠. 상황이 너무나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힘드니까요.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집중하게 되지 타인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상대가 날 어떻게 볼까를 걱정하는 건 쓸데 없는 짓입니다.”
타일러스미스는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가 취소됐거나 중요한 거래가 끊겼다고 합시다. 이 소식을 팀원들에게 전하면서 기분을 좋게 해준답시고 계약을 끊은 상대가 변덕을 부린다거나 너무 까탈스럽다고 말하는 건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는 겁니다. 그냥 담백하게 계약이 파기됐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문제를 파악해 팀 전체가 해결해가도록 방향을 이끌어야지요.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범인을 지목하면 팀적으로 아무런 발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글 :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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