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 분야 선도기업이 목표
[보안뉴스 원병철 기자]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암호화 방식인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는 그 개념이 등장한 것은 오래됐지만, 그동안은 연구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상용화된 경우는 많지 않다. 기술 구현이 쉽지 않기 때문. 그런데 스타트업인 ‘디사일로(Desilo, 대표 이승명)’는 동형암호를 상용화한 것은 물론 네이버 D2SF 등으로부터 투자까지 받았다. 최근 동형암호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가 디사일로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승명 디사일로 대표[사진=보안뉴스]
디사일로의 이름은 곡물이나 시멘트와 같은 가루 형태의 화물을 저장하는 원통형 창고인 ‘사일로(Silo)’에 부정을 의미하는 접두사 ‘De’를 결합시켜 만든 이름이다. 사일로는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특히 데이터 분야에서는 ‘데이터 사일로’라 불리며 데이터가 활용되지 못하고 고여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디사일로는 고여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디사일로를 창업한 이승명 대표는 “예를 들면, 병원에서 보유한 환자나 병에 대한 데이터는 환자 치료 연구에 절대적이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외부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면서, “4차 산업혁명 이후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활용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어 주요 정보는 보호하면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것이 바로 동형암호의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승명 대표는 “디사일로는 동형암호를 비롯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 : Privacy Enhancing Technology)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풀고자 하는 회사”라고 덧붙였다.
디사일로는 A라는 병원과 B라는 병원에서 서로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보호하면서도 두 데이터를 합쳐 분석한 후, 가명정보만 제공받을 수 있는 ‘디사일로 데이터 클린룸’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사용한 것이 바로 동형암호다. 즉, A병원의 데이터와 B병원의 데이터를 각각 암호화한 뒤, 이를 디사일로 데이터 클린룸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 뒤 결과값을 얻는다. 물론 암호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값을 가져간 A병원과 B병원만이 이를 복호화한 후 확인할 수 있다. 분석과정이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탈취당해도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결과값은 보통 개인정보가 삭제된 통계나 머신러닝을 위한 파라미터 데이터만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자유롭다.
“디사일로는 동형암호를 활용한 데이터 결합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의 연산을 가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양자내성암호로의 활용도 가능한 차세대 암호로 평가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저희는 이를 활용해서 데이터의 노출과 훼손 없이 여러 공급자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디사일로 데이터 클린룸’을 개발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영업비밀 이슈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실질적 가치가 있는 데이터의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저희 솔루션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한 디사일로 임직원들[사진=디사일로]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 결합하고 분석하는 동형암호 기반 기술 선보여
디사일로는 국내와 동시에 해외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데이터 산업이 발전한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의료, 금융, 커머스 등 데이터 활용의 수요가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사일로의 기술과 제품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개인정보의 활용을 위한 법적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에, 규제 샌드박스와 결합전문기관 지정 등을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제품 영업에 앞서 동형암호 기술의 활용사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디사일로의 핵심 기술 시장은 상황이 어떨까? 이승명 대표는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은 지난해 가트너가 선정한 최상위 9대 전략기술 중 하나로, 데이터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야라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의 연산이 가능하기에 데이터 유출과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학계에서 연구되던 분야였지만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되면서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삼성SDS와 크립토랩이 함께 기술 활용을 위한 노력을 해왔고, 해외의 경우에는 Duality, Inpher, Zama와 같은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해외에서도 시장이 크게 확장되거나 하진 않았고, 이제 막 시장을 열어가는 상황입니다.”
디사일로 역시 개발한 솔루션의 상용화를 위한 영업활동과 다양한 기업과의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례로,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서는 올해 디사일로 기술을 도입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외진출을 위해서 미국 시장에서의 고객과 파트너십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해 PET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재 영입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승명 대표는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문제들을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중심에는 동형암호를 포함한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디사일로는 보안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많은 분들과 함께 이러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면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원병철 기자(boanone@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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